폭염과 가뭄에 동시에 시달리는 유럽에선 강이 말라가며 경제까지 마비됐다. 강 수위가 낮아져 수로를 통한 운송이 어려워지고 용수부족에 발전소가 멈춘 데다 전력난에 제조업까지 위기에 빠졌다.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3일(현지시간) 독일 카우브 지점의 라인강 수위가 24㎝로 측정됐다. 이는 1880년 공식 집계를 시작한 이래 최저치다. 당국은 이번주 후반 이곳 수위가 20㎝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카우브는 라인강 중류에 위치한 병목구간의 하나로 독일 남부와 스위스로 향하는 물류의 핵심 통로다. 강폭이 좁고 수심이 얕아 라인강 전체의 운항가능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점으로 여긴다. 수위가 낮아지면 화물선은 좌초위험 때문에 적재량을 줄여야 하고 비용과 시간이 늘어난다. 지금도 수위저하 때문에 평소 적재량의 20~30%만 싣는다.
블룸버그는 네덜란드 항구도시 로테르담에서 독일 카우브를 지나 카를스루에까지 경유(디젤)를 운송하는 비용이 관련 데이터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9년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라인강은 석유 및 화학제품, 석탄, 철광석, 곡물 및 컨테이너 상품을 운송하는 유럽의 핵심 내륙 수송로다. 일부 화물은 철도로 운송할 수 있지만 대체경로를 찾더라도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비용증가는 유럽의 다른 지역 대비 산업 경쟁력을 약화할 위험이 있다.
독일 철강업체 티센크루프는 라인강 수위저하로 주요 바지선 운항이 중단되자 뒤스부르크 용광로의 가동을 줄였다. 소형 용선 선박을 임차해 대체운송에 나섰지만 원자재 공급차질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가장 뚜렷한 변화는 도나우강(다뉴브강)에서 나타났다. 도나우강은 올여름 기록적인 저수위로 강바닥이 드러나면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폭탄과 그보다 오래된 매머드 뼈까지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주엔 불가리아의 크루즈선이 도나우강 모래톱에 좌초, 승객 168명이 구조되기도 했다.
수위저하로 원전의 냉각수 공급에도 차질이 생겼다. 헝가리 전력생산의 40% 이상 차지하는 유일한 원전인 팍스는 44년 만에 처음으로 가동을 중단했다. 전력부족 우려에 정부는 기업·가계에 에너지 사용을 줄여달라고 요청했다.
루마니아에서도 유일한 원전인 체르나보다가 냉각수 부족으로 원자로 2기 중 1기의 가동을 중단했다. 또 나머지 원자로의 가동을 유지하기 위해 해군을 동원, 물길을 막고 있던 암반을 폭약으로 폭파해 물의 흐름을 개선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전력난에 공장도 멈춰섰다. 루마니아 정부는 포드가 투자한 '포드오토산'과 르노 산하 '다치아'의 조립라인을 이달 말까지 중단한다고 밝혔다. 두 공장의 가동중단으로 약 200MW(메가와트)의 전력사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정부는 기대한다.
전문가들은 유럽이 폭염에다 강수부족이 겹치면서 주요 하천의 수위회복이 쉽지 않아 경제여파가 길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다.
캐피이코노믹스의 윌리엄 잭슨 신흥시장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에너지 위기가 장기화하면 정부의 전력부문 지원부담이 커지고 제조업 투자도 위축될 수 있다"면서 "전력공급의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우려가 생기면 기업들은 투자계획을 재검토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