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다카이치노믹스 시대"…미 재무장관, 日 금리인상 우회 압박

정혜인 기자
2026.08.05 20:51

베선트 장관, 니혼게이자이 단독 인터뷰…
"시장 공동 개입, 亞 '통화매도' 확산 우려 탓"
"엔화 약세, 한국·중국 통화가치에도 영향"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 /로이터=뉴스1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엔화 약세의 원인을 일본의 장기적인 대규모 금융완화로 지적하며 일본의 저금리 정책 전환을 촉구했다.

5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에 따르면 베선트 장관은 전날 진행된 닛케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미국이 일본과 함께 엔화를 매수하며 외환시장에 공동 개입한 것은 통화 매도가 아시아 전역으로 확산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많은 아시아 통화가 엔화와 연동돼 있다. 1990년대 아시아 금융위기 당시에도 가파른 엔저가 기폭제가 됐다"며 "최근 엔화 약세로 (한국) 원화 가치도 약세를 보이고 있고, 중국 역시 위안화 가치 절상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1990년대 후반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1년 만에 약 30엔 추락했고, 이는 태국과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외환위기로 이어졌다.

베선트 장관은 아베 신조 정권 이후의 일본 경제개혁에 대해 "디플레이션 탈피(리플레이션)에 힘썼고, 자본수익률(ROE)을 높이기 위한 기업 개혁도 추진했다. 기초재정수지 역시 흑자로 전환할 것으로 기대됐다"며 "15년간 이어진 경기부양 정책은 지속적이고 견고한 경제 기반을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제 아베노믹스의 단계는 끝났고, '다카이치노믹스의 시대'"라고 덧붙였다.

이는 장기간 이어진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이 엔화 약세의 원인이라는 것을 재차 강조하며 일본이 이제 저금리 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라고 닛케이는 짚었다. 일본이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났으니 이제 저금리 정책을 버리고 금리를 올려 엔화 약세를 막을 것을 간접적으로 요구했다는 것이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5월12일 일본 도쿄 총리관저에서 회담을 진행하기 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AFPBBNews=뉴스1

베선트 장관은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와 15년간 알고 지낸 사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그는 시장 감각이 매우 뛰어난 인물로, 깊이 신뢰하고 있다"고 말했다.

직접적으로 금리인상을 요구하지 않았지만,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인상을 기대하고 있다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앞서 일본은행은 2024년 3월 17년 만에 마이너스 금리(-0.1%) 정책을 전격 철회하며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섰고, 같은 해 7월 기준금리를 0.25%로 추가 인상했다. 이후 일본은행은 긴축 기조를 유지하며 2025년 1월과 12월, 그리고 올해 6월까지 총 3차례 0.25%포인트씩 추가 인상에 나서 기준금리를 31년 만에 최고 수준인 1%로 끌어올렸다. 지난달 회의에선 6월 금리인상 효과를 지켜보겠다는 차원에서 금리동결을 결정했다.

한편 미국 행정부가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소비세 인하 추진에 우려를 드러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다카이치 내각은 식품 소비세율을 기존 8%에서 1%로 인하하는 감세를 추진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날 임시 각의(국무회의)에서 내년 4월부터 2년간 식료품 소비세율을 인하하는 기본방침을 결정했다. 시장은 소비세 인하로 일본 정부의 재정 부담이 커져 장기 금리 인상 요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일본의 소비세 인하에 대해 "결정은 다카이치 정권이 내려야 하지만,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감세를 받아들일 것인지, 아니면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노력할 것인가"라며 "나라면 후자를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일본의 식품 소비세 인하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표명한 것이라고 닛케이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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