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원화 변동성 과해" 콕 집은 미국…이례적 '엔화 살리기' 속내는

"한국 원화 변동성 과해" 콕 집은 미국…이례적 '엔화 살리기' 속내는

뉴욕=심재현 특파원
2026.08.05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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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견제·국채방어 '일석이조'
원달러 환율 상승 제동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 /로이터=뉴스1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 /로이터=뉴스1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4일(현지시간) 일본 엔화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일본과 공동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한 배경을 설명하면서 한국 원화와 중국 위안화 변동성을 언급한 것은 미국이 외환 조치에 나선 만큼 자국 통화 평가절하를 정당화하지 말라는 경고로 풀이된다. 당분간 원달러 환율 상승세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엔저가 아시아 통화 동반 약세 유발"…1990년대 외환위기 경고

베선트 장관의 이날 발언에선 일본 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엔저로 높아지면 아시아 다른 국가들도 수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자국 통화 강세를 용인하기 어려워진다는 인식이 또렷이 드러난다. 엔저가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 통화의 동반 약세를 촉발한다는 것이다.

베선트 장관은 1990년대 아시아 외환위기를 사례로 들었다. 1990년대 후반 엔화 가치가 1년 사이 달러당 30엔 하락하면서 태국과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국가의 수출 경쟁력이 약화됐고 결국 통화 위기를 악화시켰다는 설명이다. 지금도 엔저를 방치하면 원화와 위안화 등으로 '경쟁적 통화 평가절하' 압력이 확산할 수 있다고 판단한 셈이다.

관세 효과 감쇄 차단…중국·한국 수출 경쟁력 견제
스콧 베선트 장관이 지난 7월 31일 캠프 데이비드 내각회의에서 책상 위에 올려놓은 엔화 개입 관련 메모지. 밑줄이 그어진 "할 일"(To Do)이라는 문구 아래 "일본 엔(JPY) 50억∼100억 달러"라고 적혀 있다. /로이터=뉴스1
스콧 베선트 장관이 지난 7월 31일 캠프 데이비드 내각회의에서 책상 위에 올려놓은 엔화 개입 관련 메모지. 밑줄이 그어진 "할 일"(To Do)이라는 문구 아래 "일본 엔(JPY) 50억∼100억 달러"라고 적혀 있다. /로이터=뉴스1

좀더 현실적으로는 중국이 엔저를 빌미로 위안화 절상에 소극적으로 대처하면서 수출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시도를 견제하려는 전략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집권 2기 들어 관세 정책으로 중국의 수출 제조업을 정조준한 상황에서 위안화 약세를 방치하긴 어렵다는 얘기다. 중국기업들의 미국시장 판로가 관세로 막힌 사이 가격 경쟁력을 발판으로 아시아·남미·아프리카 지역에서 중국산 수입 규모가 대폭 늘어난 것도 미국 입장에선 불편한 지점이다.

베선트 장관이 극심한 원화 변동성을 콕 찍어 언급한 것은 중국, 일본과 함께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에서 손에 꼽히는 제조업 국가인 한국의 수출·가격 경쟁력에 대해서도 경계감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달 23일 한국을 네차례 연속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재지정한 것을 두고도 한국의 대미(對美) 무역흑자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한국의 대미투자 결정을 압박하는 의미도 숨어있다는 관측이다. 막대한 규모의 대미 투자는 원화 가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에 미국이 나서주는 대신 투자 결정을 빨리 하라는 요구가 이어지지 않겠냐는 것이다.

외교통상가 한 인사는 "그동안 원화 약세가 한국의 대미(對美) 투자를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꼽혔다는 점도 미국의 최근 외환정책 기조를 설명하는 중요한 배경"이라고 말했다.

연준 '비상대출' 동원…미국채 금리 급등 방어

베선트 장관이 엔화 부양을 위해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보유한 유로화와 위기대응용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동원했다는 사실까지 공개한 데 대해선 이례적으로 강력한 메시지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베선트 장관은 향후 추가 시장 개입 가능성에 대해서도 "도쿄와 긴밀히 접촉하고 있다"며 "미국 경제와 미국 납세자에게 도움이 되고 세계 경제를 안정시키는 방식이라면 일본을 지원하기 위해 어떤 일이든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연준의 위기대응용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인 '해외·국제통화당국(FIMA) 환매조건부채권(Repo·레포) 기구'(이하 FIMA 레포 기구)를 활용한 것은 미국채 금리 상승이 부담스러운 트럼프 행정부의 이해관계가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FIMA 레포 기구는 연준이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대응을 위해 도입한 제도로 외국 중앙은행이 보유한 미국채를 연준에 담보로 맡기면 연준이 달러화를 제공하는 구조다.

일본이 엔화 지지를 위해 보유 중인 미국채를 시장에서 매도할 경우 30년 만기 미국채 금리가 지난달 31일 5.28%로 2007년 7월 이후 19년만에 최고 수준으로 오른 상황에서 추가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 미국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인 국채 30년물 금리가 더 오를 경우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집권 공화당의 정치적 부담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엔 캐리 청산' 충격 안배…자본시장 불안 최소화
지난 3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환전소에 원달러를 비롯한 환율이 표시돼있다. /사진=뉴스1
지난 3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환전소에 원달러를 비롯한 환율이 표시돼있다. /사진=뉴스1

전문가들 사이에선 미국과 일본의 공조 개입으로 엔화 가치가 급반등할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저금리 엔화를 빌려 해외자산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뒤따르면서 원화 약세(원달러 환율 상승)가 오히려 가속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엔 캐리 자금이 대거 회수되는 과정에서 글로벌 증시와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냉각되면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면서 원화 약세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베선트 장관이 "'주식회사 일본'의 해외 자산 투자 흐름이 멈출 이유는 없다"고 선을 그은 이유 역시 급격한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에 따른 글로벌 자본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려는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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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현 특파원

머니투데이 뉴욕 특파원입니다. 뉴욕에서 찾은 권력과 사람의 이야기. 월가에서 워싱턴DC까지, 미국의 심장을 기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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