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중국 창신메모리(CXMT)의 메모리반도체 칩을 중국에서 판매되는 아이폰, 맥북 등 주요 제품군에 시험 적용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9일(현지시간) 사안에 정통한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메모리 공급난과 가격 인상 압박에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보도에 따르면 애플은 CXMT 반도체 도입을 위해 백악관의 사전 승인을 모색 중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對)중국 수출통제 규정으로 미국 기업은 CXMT와 사양 협의 등 기술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금지된 상황이다. 애플은 아이폰 등에 맞춰 제작하는 주문형 반도체가 아니라 CXMT가 이미 생산 중인 범용 반도체를 구매해 가격을 협상하는 방식으로 법적 제재의 틈새를 활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애플의 이 같은 전략은 미 의회의 최후통첩 시한을 열흘여 앞두고 알려지면서 파장이 더 커지는 분위기다. 짐 뱅크스 공화당 의원, 척 슈머 민주당 의원 등 미국 상원 여야 의원 6명은 지난 7월29일 애플에 보낸 서한에서 "8월21일까지 CXMT와 TMTC(양쯔메모리) 반도체를 쓰지 않겠다고 약속하라"고 밝혔다. 미 정치권은 중국 시장용 제품에만 중국산 반도체를 도입하더라도 안보상 위험이 크다는 입장이다.
특히 CXMT는 미 국방부가 중국 인민해방군 지원 기업으로 분류한 '1260H 리스트'에 등재된 기업이라는 점에서 미국 정치권의 우려를 샀다. 이 리스트에 오르면 당장은 법적 제재가 가해지지 않더라도 향후 미군과의 계약이 제한되고 투자자들에게도 경고 신호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고강도 무역 제재의 전(前)단계로 여겨진다.
애플이 중국산 반도체 도입을 서두르는 것은 최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 붐으로 반도체 공급부족 현상이 심화하고 가격이 급등하면서다. 앞서 애플은 맥북과 아이패드 가격을 100~300달러 인상한 데 이어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미국 외 지역에서 판매하는 제품에 한해 중국산 반도체를 사용할 수 있도록 요청하는 등 원가 부담 완화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미 정부와 의회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CXMT의 시장 입지는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HP, 에이서 등 글로벌 주요 PC 제조사가 이미 미국 외 지역 판매용 노트북과 PC 제품에 CXMT의 D램 반도체를 탑재하기 시작했다.
CXMT의 급부상은 국내 메모리반도체 양대 산맥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도 충격으로 작용했다. CXMT가 지난달 상하이 증시 상장 첫날부터 460% 오르면서 중국 증시 시가총액 1위 기업으로 올라서자 코스피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10% 이상 급락하면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애플까지 CXMT 반도체 구매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장기적으로 메모리반도체 공급망 개편 전망과 함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가격 주도권 약화 우려가 나온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