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혈 검사, 백악관 불려가 1시간 격론…'친트럼프' 진영에 무슨일

김종훈 기자
2026.08.11 05:10

[백악관 인사이드]'녹조 굴욕' 워싱턴 반사연못 수사사건 전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지난 5월 백악관에서 열린 제닌 피로 워싱턴DC 연방검사의 임관식에 참석 중인 모습./AFPBBNews=뉴스1

미국 워싱턴DC의 명소 링컨 기념관 리플렉팅 풀(반사연못) 파손 사건을 수사한 제닌 피로 검사가 지난 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앞에서 더그 버검 내무장관과 1시간 동안 설전을 벌였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피로 검사는 시민이 고의로 리플렉팅 풀을 파손했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뒤집어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를 산 상태였다.

10일 NYT에 따르면 피로 검사는 이 사건 관련 서류를 가득 가방에 넣고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로 향했다. 수지 와일스 대통령비서실장과 데이비드 워링턴 법률고문이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대기 중이었다. 피로 검사는 원래 '트럼프 충성파'로 알려진 여성 검사다. 이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반사연못 녹조·부실…트럼프, 시민이 훼손했다 주장

트럼프 대통령은 리플렉팅 풀 바닥 색을 미국을 상징하는 파란색으로 바꾸겠다며 1400만 달러(200억원) 규모 예산을 들여 보수 공사를 실시했다. 공사 후 다시 물을 채운 다음 문제가 불거졌다. 심각한 녹조 현상이 나타나 연못 물을 다시 빼고 청소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파란색 도장이 벗겨졌다. 부실공사 지적이 나오자 트럼프 대통령은 기물 파손 행위가 있었다며 시민들을 탓했다.

특히 기물 파손자로 데이비드 헌이 지목돼 논란이 일었다. 리플렉팅 풀 바닥 코팅재를 뜯어냈다는 혐의다. 헌은 이미 떨어져있던 코팅재를 주워들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헌이 과거 세 차례 미국 카누 국가대표로 출전한 인물이라는 사실이 알려져 사건이 더 큰 주목을 받았다. 피로 검사는 지난달 2일 "헌이 고의로 재산을 파손했다는 사실을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할 것"이라며 헌을 기소하겠다고 밝혔다.

[워싱턴=AP/뉴시스] 16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D.C.의 링컨 기념관 리플렉팅 풀에서 인부들이 녹조 제거 작업을 하고 있다. 2026.06.17. /사진=민경찬

그러나 한 달도 되지 않은 지난 31일 피로 검사는 공소 제기를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헌에 대한 기소는 잘못된 증거와 추측에 기반했다면서다. 그는 리플렉팅 풀 전체적으로 손상이 나타났다며 부실공사 정황이 짙다고 지적했다. 이어 버검 장관과 이곳 시공을 맡은 업체 애틀랜틱 인더스트링러 코팅스를 기소하겠다고 했다.

내무부가 미 건국 250주년 행사에 맞출 목적으로 공사를 서둘렀고, 시공업체가 부실공사를 한 탓에 바닥 코팅재가 파손됐다는 게 피로 검사의 주장이다. 그는 수사에 관여한 경찰 관계자들도 기소했다. 잘못된 수사 정보를 제공해 헌에게 거짓 혐의를 뒤집어 씌웠다는 이유다.

피로 검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1기 시절 탄핵 위기에 놓였을 때 트럼프 대통령을 적극 변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탈세 등 혐의를 받았던 피로 검사의 전 남편을 1기 행정부 막바지에 사면했다. 피로 검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하자 워싱턴DC 연방검사로 임용됐다. 그런 인물이 트럼프 대통령 주장에 반기를 든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피로 검사가 헌에 대한 기소를 취소하자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를 산 피로 검사가 곧 해임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고 전했다. 이에 지난 4일 밤 백악관 집무실 회동이 있었다.

친트럼프 검사, 트럼프 주장에 반기 왜?

피로 검사는 이날 버검 장관이 본인 잘못을 숨기기 위해 거짓 변명을 지어냈다고 언성을 높였다. 버검 장관은 피로 검사보다 말을 아끼는 편이었으나 트럼프 대통령 앞에서 최선을 다해 자신을 변호했다고 익명 소식통이 전했다.

한 시간 설전 후 피로 검사는 일단 검사 직위를 유지한 채 백악관을 떠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만남 후 취재진에 "피로 검사에게 사건 처분이 만족스럽지 않았다고 말했다"면서도 "거취는 고심 중"이라고 밝혔다.

녹조 현상으로 인해 연못 물이 전부 배수된 상태에서 촬영한 워싱턴DC 리플렉팅 풀의 모습./로이터=뉴스1

트럼프 대통령은 6일 NBC 인터뷰에서 "피로 검사는 아니라고 했지만 분명 엄청난 시설 파손 행위가 있었다"며 시민들이 시설을 훼손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단 피로 검사를 해임할 것인지에는 "끔찍한 판단을 한 것은 맞지만 그게 (검사) 교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앞서 분통을 터뜨린 것보단 한결 누그러진 반응이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반대하는 이는 누구든 곤경에 처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수년 간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충실했던 친구일지라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피로 검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를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왜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를 감수하려 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NYT는 피로 검사가 책임 회피를 위해 입장을 번복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재판 진행 과정에서 헌의 혐의를 뒷받침하는 증거가 부실하다는 점이 드러날 경우 자신이 비난은 물론 법적 책임까지 질 수 있어서다. NYT는 "다만 여러 정황으로 볼 때 피로 검사가 (백악관 회동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돌리려 했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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