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만에 콜롬비아 커피 벨트 덮친 지진…"132명 사망"

김종훈 기자
2026.08.11 15:09

델 라 에스프리엘라 대통령 "인명 보호, 피해 지원 역량 총동원" 국가비상사태 선포

10일(현지시간) 콜롬비아 서부 도시 칼리의 지진 피해 현장에서 구조 작업이 벌어지는 모습./로이터=뉴스1

지난 10일(현지시간) 콜롬비아 서부를 강타한 규모 7.4 지진으로 최소 111명이 목숨을 잃고 수백명이 다쳤다. 건물 1600채가 지진 피해를 입었고 수십채가 완전히 붕괴하는 등 물적 피해도 상당하다. 이번 지진은 21세기 들어 콜롬비아에서 발생한 가장 강력한 지진으로 기록됐다.

CNN, AP통신 등에 따르면 사망자 집계는 엇갈린다. 아벨라르도 델 라 에스프리엘라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담화를 통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 현재까지 사망자는 111명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콜롬비아 주요 도시 시장들의 협의체인 콜롬비아주도협회는 별도 집계를 통해 이번 지진으로 최소 132명이 사망하고 570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구조 작업 진행에 따라 사상자 숫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 델 라 에스프리엘라 대통령은 "정부는 인명 보호와 피해 지원, 구호물자 전달을 위해 모든 역량을 동원하고 있다"며 "최우선 과제는 잔해에서 인명을 구조하는 것"이라고 했다.

건물을 포함한 물적 피해도 크다. 칼리에서는 병원 소아과, 신생아 병동이 무너졌다. 콜롬비아 서부 도시 페레이라에서는 지진 당시 공중 케이블카에 탑승 중이었던 승객 16명이 지진 발생 6시간 만에 구조됐다. 콜롬비아에서 케이블카는 교외와 도심을 연결하는 교통수단이다. 일부 지역에서 케이블카 운영이 중단됐으며 전국 공항 7곳도 일단 문을 닫기로 했다.

콜롬비아주도협회는 지진 피해를 입은 5개 주의 각 주도에 적색경보를 발령됐다고 전했다. 적색경보는 재난으로 인해 구조 인력과 군·경 등 모든 자원을 총동원해야 하는 최고 위기 상태를 의미한다. 또 피해 도시들은 이재민을 노린 약탈 범죄를 우려해 경찰과 군 병력을 거리에 배치하고 통금령을 발령했다. 델 라 에스프리엘라 대통령은 칼리에 보안인력 1000명을 추가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는 콜롬비아에 1550만달러의 긴급 재난금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미 국무부는 엑스 게시글에서 "식량과 긴급대피소 마련, 지진 피해 평가를 위한 자금"이리며 "델 라 에스프리엘라 대통령과 콜롬비아 정부가 필요한 것을 지원할 준비가 됐다"고 했다. 유럽연합(EU)도 위성서비스와 금융지원 등을 제공하겠다고 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23분쯤 7.4 규모로 발생헀다. 진앙은 콜롬비아 서부 초코 주의 산호세 델 팔마르 부근이었다. 수도 보고타에서 400㎞ 떨어진 곳으로 인구 4800명의 소도시다. AP통신은 "초코 지역은 콜롬비아 가장 빈곤한 지역으로 울창한 정글 속에 위치한다"며 "초코 지역 상당 부분이 배나 비행기로만 접근 가능하기 때문에 지진 피해 규모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CNN은 콜롬비아 중부에 위치한 커피 재배 지역들이 지진 피해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콜롬비아는 브라질, 베트남에 이어 세계 3위 커피 생산국으로 전세계 커피 생산량의 7%가 콜롬비아산이다. 커피 생산지를 찾는 관광객도 적지 않다.

이번 지진은 지난 6월24일 베네수엘라 북부를 강타한 연쇄 강진이 발생한 지 한 달 보름여 만에 발생했다. 베네수엘라 연쇄 지진으로 현재까지 공식 집계된 사망자 수는 6000명이 넘는다. AP통신은 베네수엘라 지진 이후 주변국들에서 지진 피해 우려가 높아진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1991년 1월25일에도 이번 지진과 거의 같은 위치에서 규모 6.0 지진이 발생해 1100명 이상이 사망하고 8000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다. 한 콜롬비아 시민은 CNN 인터뷰에서 "아주 어려을 때지만 (1991년 지진의) 비극을 기억한다"며 "(1991년에도 지진 피해를 입었던) 페레이라와 마니셀라스에서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곳 주민들의 고통은 생각만해도 끔찍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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