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룽지 中 전 총리 별세…장쩌민 100주년 앞두고 떠난 '개혁 파트너'

베이징(중국)=안정준 특파원
2026.08.12 19:55

(종합)

주룽지 전 중국 총리/사진=바이두 갈무리

중국 경제개혁의 설계자로 통하는 주룽지 전 중국 총리가 별세했다. 향년 98세. 중국이 장쩌민 전 국가주석 탄생 100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기념행사에 돌입한 가운데 장쩌민 집권기 경제개혁을 이끌었던 핵심 파트너가 세상을 떠났다.

12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주 전 총리는 이날 베이징에서 별세했다. 1928년 중국 중부 후난성 성도 창사에서 태어난 주 전 총리는 1951년 칭화대학교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뒤 공직에 입문해 지방과 중앙에서 경제정책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 1991년 부총리에 올라 중국 경제정책을 총괄했고 1998년 총리에 취임해 2003년까지 재임했다.

주 전 총리는 중국이 계획경제에서 시장경제 체제로 빠르게 전환하던 시기 경제개혁을 주도한 대표적인 개혁파 경제관료로 평가된다. 1990년대 높은 인플레이션과 부채 증가, 국유기업의 누적 적자가 중국의 금융 안정을 위협하자 재정정책의 중앙집권화를 추진하고 행정조직을 축소하는 한편 부실 국유기업의 폐쇄와 구조조정을 밀어붙였다.

특히 2001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이끈 핵심 인물이었다. 주 전 총리는 미국 등과 WTO 가입 협상을 주도했고 중국은 이를 계기로 국제시장에 본격적으로 편입됐다. 이후 수출과 외국인 투자가 빠르게 늘면서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부상하는 발판이 됐다.

주 전 총리의 정치적 궤적은 장쩌민 전 국가주석과 밀접하게 맞물려 있다. 두 사람은 1980년대 상하이에서 함께 근무하며 인연을 맺었다. 장 전 주석이 당과 군을 중심으로 정치권력을 장악한 가운데 주 전 총리는 경제정책을 총괄했다. 특히 1998~2003년 장쩌민 국가주석과 주룽지 총리 체제에서 국유기업 구조조정과 WTO 가입 등 굵직한 정책들이 추진됐다.

주 전 총리는 상하이에서 장 전 주석과 함께 근무했지만 독자적 색채가 강한 경제관료로도 평가받는다. 강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한 업무 스타일로 자신의 입지를 구축했다.

홍콩에서 열린 포춘 글로벌 포럼에 참석한 장쩌민 전 중국 국가주석이 기업 임원들과 회의 중 얼굴에 미소를 띄우고 있다. 2001.05.08 ⓒ 로이터=뉴스1 ⓒ News1

공교롭게 주 전 총리의 별세 소식은 중국이 오는 17일 장 전 주석 탄생 100주년을 앞두고 대대적 기념행사를 진행하는 시점에 전해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오는 17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장 전 주석 탄생 100주년 기념 좌담회를 개최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행사를 주재하고 기념 연설을 할 것으로 보인다. 행사에는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을 비롯해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국무원,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중앙군사위원회 등 최고위급 지도부가 참석할 가능성이 높다.

행사를 앞두고 중국중앙TV(CCTV)는 지난 11일부터 장 전 주석의 생애를 다룬 12부작 다큐멘터리 방영에 들어갔다. 중국 공산당 중앙선전부와 중앙당사문헌연구원, CCTV가 공동 제작한 다큐멘터리는 장 전 주석의 성장 과정과 공산당 입당, 경제특구 건설 참여, 상하이 시장·당서기 시절 등을 조명한다. 마지막 편은 탄생 100주년을 하루 앞둔 16일 방영될 예정이다.

장 전 주석은 1989년 중국 공산당 총서기에 올라 2002년까지 재임했으며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직은 2004년까지 유지했다. 중국이 1989년 톈안먼 사태 이후 서방의 제재와 국제적 고립을 극복하고 개혁·개방을 확대하는 과정을 이끌었다. 2022년 11월 30일 상하이에서 백혈병과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했다.

시 주석은 같은 해 12월 장 전 주석 추도사에서 그가 서방의 제재에 맞서 중국의 존엄을 지키는 데 탁월한 지도력과 과감한 결단력을 발휘했다고 평가했다. 개혁·개방을 심화하고 WTO 가입을 성사시킨 것도 주요 업적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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