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20장, 140만원 벌었다"…미국서 난리 난 '공짜 돈' 벌기 뭐길래[트민자]

정혜인 기자
2026.08.16 07:05
[편집자주] 트민자는 '트렌드에 민감한 기자'의 줄임말입니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눈에 띄는 흐름을 포착해 그 안에 담긴 사람들의 마음과 시대의 이야기를 들여다봅니다.
미국 신용카드 혜택 관리 스타트업 '넥스트카드'의 존 타 창업자가 온라인 결제서비스 '파즈'의 캐시백 프모션으로 번 현금 입금 내역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넥스트카드

"카드 20장 이상 등록하고 1000달러(약 142만원) 벌었다."

최근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소셜미디어)에 던킨도너츠 등의 기프트카드와 현금 입금 내역이 찍힌 계좌 화면과 함께 현금을 벌었다는 게시물이 도배되고 있다. 온라인 결제 서비스 '파즈'(Paze)의 캐시백 이벤트 참여를 인증하는, 이른바 '파즈 크레이즈'(Paze craze) 현상이다.

파즈는 JP모건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 캐피털원 등 미국 주요 은행들이 참여한 컨소시엄 얼리워닝서비스(Early Warning Services)가 개발해 2023년 출시한 온라인 결제용 디지털 지갑 서비스다. 애플페이·구글페이처럼 온라인 결제 때 카드번호를 직접 입력하지 않고 결제할 수 있다. 얼리워닝서비스는 은행 간 실시간 송금망 젤(Zelle)을 운영하고 있다.

3년 전 출시 당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파즈가 갑자기 화제의 중심이 된 배경에는 신규 가입자 확대를 위해 지난 6월 시작된 '캐시백 프로모션'이 있다. 소비자가 신용·체크카드를 파즈에 등록해 던킨도너츠(던킨), 도미노피자, 스텁허브, 유나이티드항공, 세포라 등 지정된 가맹점에서 10달러 이상 결제하면, 10달러를 환급해 주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세포라에서 35달러짜리 립스틱을 파즈로 결제하면 10달러가 명세서 크레딧으로 돌아오는 식이다. 한 카드당 최대 10회까지 반복 적용이 가능하다.

문제는 이 프로모션의 혜택 적용 기준이 '1인당'이 아닌 '카드당'으로 설계되었다는 점이다. 등록된 카드가 많을수록 현금 환급도 늘어나게 되는 구조다. 파즈는 별도의 복잡한 회원가입 없이 개인이 보유한 참여 은행의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를 등록하기만 하면 즉시 이용할 수 있다. 다만 1인당 등록 제한을 두지 않았고, 이것이 '파즈 크레이즈' 시작의 계기가 됐다.

/영상=틱톡
"카드 많을수록 유리"…너도나도 '캐시백 사냥'

미 소비자들은 이런 허점을 단숨에 파악했다. 카드를 하나만 등록해 10달러를 챙기고 끝낼 게 아니라, 보유한 카드를 최대한 긁어모아 등록하면 그만큼 캐시백도 불어난다는 사실을 파악한 것. 미국 내 카드 혜택을 최대한 챙기는 '신용카드 처닝'(credit card churning) 문화가 이미 자리 잡은 만큼, 이 프로모션은 놓칠 수 없는 기회로 주목받았다.

가장 인기를 끈 상품은 던킨의 10달러짜리 기프트카드였다. 10달러를 결제해 기프트카드를 받은 뒤 10달러를 환급받으면 사실상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10달러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용카드 혜택 관리 스타트업 '넥스트 카드'(Nextcard)의 존 타 창업자는 자신이 보유한 카드 40장 가운데 파즈 연동이 가능한 22장을 총동원해 약 1000달러의 캐시백을 챙겼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카드 등록과 온라인 쇼핑으로 100만원 넘는 현금을 공짜로 얻은 셈이다. 한 미국인 여성은 가족이 보유한 카드를 총동원해 400~500달러를 돌려받았다며 "카드 재테크를 4년 이상 해왔지만, 이런 '공짜 돈' 프로모션은 처음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신용카드 혜택 관리 스타트업 넥스트카드에 정리된 온라인 결제 서비스 '파즈'의 캐시백 프로모션 혜택 정보 /사진=넥스트카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어떤 카드가 파즈에 등록되는지, 어떤 상품을 사야 실제 지출을 최소화하면서 캐시백을 받을 수 있는지 등의 '공략법'이 공유되기 시작했다. 파즈와 열풍을 뜻하는 '크레이즈'(craze)를 합친 '파즈 크레이즈'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회원 수가 10만명인 신용카드 팬 페이스북 그룹에는 파즈 관련 문의가 쏟아지는 바람에 운영진이 "이곳은 파즈 지원 그룹이 아니다"라는 별도 공지를 올려야 할 정도였다.

파즈, 뒤늦은 제동…"'97% 급증' 신규 이용자 유지 미지수"

캐시백 프로모션이 예상과 다른 방식으로 확산하자 파즈도 뒤늦게 대응에 나섰다. 던킨 기프트카드 구매는 하루 1장으로 제한했고, 다른 온라인 판매처에서도 기프트카드를 이용한 프로모션 혜택을 차단했다. 파즈 측은 "참여 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대상에 맞는 조정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이번 프로모션은 파즈의 이용자를 늘리는 데는 확실한 효과를 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6월15일부터 7월13일까지 파즈의 신규 가입자는 직전 4주보다 97% 증가했다. 던킨뿐 아니라 도미노피자, 웬디스 등에서도 거래가 크게 늘었다. 하지만 이용자들이 프로모션 종료 이후에도 파즈를 계속 사용할지는 또 다른 문제라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신규 가입자들이 파즈 선택 이유가 대부분 결제 편의성보다 '캐시백 프로모션'이라는 이유에서다. 실제 일부 이용자들은 파즈의 결제과정이 애플페이보다 번거롭다는 평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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