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로봇이 공격 결정" AI 전쟁 현실로…'엔비디아 칩' 썼다

김완렬 기자
2026.08.26 11:09

우크라이나 공격한 러시아 드론 뜯어보니 '젯슨' 칩

[하르키우=AP/뉴시스] 지난 5월 2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최전방에서 하르티아 여단 소속 병사들이 러시아군 진지를 향해 드론을 띄우고 있다. 2026.05.21. /사진=민경찬

"우리는 '터미네이터' 영화 속 세계에 살게 될 것이다."

AI(인공지능) 시스템이 직접 공격을 결정할 수 있는 자율 무인기(드론)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등장했다. 인간의 통제 없이 스스로 판단하고 공격하는 '자율살상무기' 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

2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지역에 발사한 드론의 잔해에서 엔비디아의 초소형 인공지능(AI) 컴퓨터 '젯슨 오린'을 발견했다. 해당 드론은 지난달 6일 주유소 프로판 가스 탱크를 공격해 민간인 3명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드론이 안테나가 없고 엔비디아 모듈을 탑재했다는 점을 근거로 '자율 AI 시스템'에 의해 유도되는 방식이라고 추정했다. 추가 조사 결과 모듈에 지형 이미지가 저장돼 있었으며 특정 목표물을 인식하고 공격하도록 훈련받은 코드가 확인됐다. 우크라이나 군 관계자들은 이 드론이 특정 주유소로 향하도록 설계됐으며 근처에 도달한 후에는 스스로 목표물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하르키우=AP/뉴시스] 우크라이나 제13 국가방위여단 '하르티아(Khartia)' 소속 병사들이 지난 7월 2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최전선에서 드론을 조종하고 있다. 2026.7.27. /사진=민경찬

이미 전장에 쓰이는 여러 드론 모델에는 AI가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인간의 조작을 '보조'하던 기존 쓰임새와 달리 이번에 발견된 러시아 드론은 공격을 자율적으로 결정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와드와니 AI센터의 카테리나 본다르 선임연구원은 "러시아 드론의 자율 AI 시스템으로 민간인 사망이 발생한 첫 사례"라고 밝혔다.

세르히 미나예프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방공사령관은 "이것은 전세계를 위협하는 위험"이라며 "우리는 '터미네이터' 영화 속 세계에 살게 될 것이다. 농담이 아니다. 기계가 공격 결정을 내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NYT는 이에 대해 "킬러 로봇이 목표물을 데이터 포인트로 전락시키며 생사 결정권을 행사하는 암울한 미래를 예고한다"고 평했다.

우크라이나도 자율 표적화 AI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최근 해임된 미하일로 페도로우 우크라이나 국방부 장관은 "지난 몇 달 동안 러시아 점령지인 크림반도에서 완전 자율 AI 시스템을 시험했다"고 지난달 말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첨단 살상무기에 엔비디아 칩이 사용된 것도 논란이 될 전망이다. 엔비디아는 러시아에 젯슨 오린을 판매하지 않는다. 중고 시장을 통해 러시아에 반입된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는 "중고시장 거래 상황을 추적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젯슨 오린은 학생, 개발자, 스타트업 기업을 위한 소비자용 제품이라며 "군사용으로 설계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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