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랫클리프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러시아 모스크바를 극비 방문한 가운데 이는 러시아 측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을 공격하지 말라고 경고하기 위해서였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랫클리프 국장은 지난 25일 극비리에 모스크바를 방문한 뒤 몇 시간 후 돌아왔다. 알려진 바로는 CIA 국장으로서 그의 첫 모스크바 방문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5년째 접어든 상황에서 CIA 수장으로서는 보기 드문 행보다.
WSJ는 미 당국자들을 인용,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다음 타깃이 발트해 국가들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이 사이버 공격부터 지상 침공에 이르는 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러시아가 이처럼 나토 방위를 시험한다면 서방의 탄약 부족이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2022년 러시아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로의 물자 지원 및 이란 전쟁으로 인해 무기 재고가 감소한 상태다. WSJ는 미국의 요격 미사일 재고가 부족해진 틈을 타 푸틴 대통령이 NATO의 방어 능력을 시험하려 할 수 있다는 미 정보 당국의 분석을 지난 7일 전한 바 있다.
백악관은 랫클리프 국장의 이번 방문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6일 보수 성향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번 방문을 "반(半)정례적"이라고 표현하며 자세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대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거기서 뭔가 나올 수 있다"며 "우리는 그 전쟁을 끝내기 위해 매우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솔직히 양측 모두 현 시점에서는 전쟁이 끝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CIA 국장이 '러시아의 NATO 위협 가능성'이나 '이란 제재'를 논의하러 갔느냐는 질문에 모두 "아니다"라고 답했다.
한편 랫클리프 국장의 방러가 알려지자 이란 전쟁, 북한 이슈 등 러시아와 연관된 사안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26일 "랫클리프 국장이 모스크바에 머무는 동안 러시아 정보 당국자들과 대화를 나눴으나 푸틴 대통령을 만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CIA 국장의 마지막 모스크바 방문은 조 바이든 전 행정부 시절 윌리엄 번스 전 CIA 국장이 2021년 11월 방문했을 때다. 번스 전 국장은 러시아 측에 우크라이나를 공격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당시 회담이 있고 약 3개월 뒤인 2022년 2월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