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여 명의 관중이 모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한 경기장 위로 항공기 두 대가 아찔한 저공비행을 해 논란이 일었다.
31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BBC, 미국 ABC 뉴스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지난 29일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뉴질랜드의 럭비 경기가 열린 케이프타운의 DHL 스타디움 위로 대형 항공기 두 대가 연이어 초저고도 비행을 했다. 당시 경기장에는 럭비 경기를 보기 위해 모인 약 5만6000명의 관중이 있었다.
항공기 추적 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에 따르면 당시 남아공 항공사 에어링크의 항공기는 경기장 지붕에서 불과 12~14m(41~46피트)밖에 떨어지지 않은 높이에서 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초저공 비행 장면이 담긴 영상은 SNS(소셜미디어)에 확산했다. 영상에는 처음 경기장을 지나간 항공기가 경기장 지붕을 아슬아슬하게 스치듯 지나갔다. 경기장에서 터뜨린 붉은 연막탄 연기 사이로 항공기가 지나가기도 했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정말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경기장 꼭대기에 거의 부딪힐 뻔했다" "아슬아슬했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우려했다.
일부 항공 전문가들 역시 두 항공기가 지나치게 경기장과 가까이 붙어 비행했다고 지적했다.
크리스 마티누스 남아공 항공기 소유주·조종사 협회장(AOPA SA)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항공기가 지붕 위를 요리조리 피하고 한쪽으로 올라갔다가 아래로 내려앉는 등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며 "만약 불의의 사고가 발생한다면 그 정도 고도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다"고 위험성을 지적했다.
반면 아찔한 곡예비행을 성공시킨 조종사들의 전문성을 칭찬하는 이들도 있었다.
게이턴 매켄지 남아공 스포츠·예술·문화부 장관은 자신의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우리가 세계 최고의 조종사들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라며 "정말 굉장했다"고 적었다.
논란이 일자 에어링크는 해당 비행이 항공 당국의 지원을 받아 사전에 철저히 계획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에어링크는 "두 항공기는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들이 조종을 담당했다"며 "각 항공기에는 기장, 부기장, 안전·기술 책임자 역할을 각각 맡은 선임 기장이 탑승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비행은 사전 승인을 받은 안전 고도와 속도 제한을 준수했다"고 덧붙였다.
남아공에서는 주요 스포츠 경기를 앞두고 저고도 비행을 선보이는 것이 오랜 전통으로 이어져 왔다.
가장 유명한 장면은 1995년 남아공이 뉴질랜드를 꺾고 우승했던 럭비 월드컵 결승전으로, 당시 사우스아프리칸항공 여객기가 관중으로 꽉 찬 요하네스버그 엘리스파크 스타디움 위를 비행한 바 있다. 이는 영화 '인빅터스'로 만들어질 정도로 남아공 역사에서 가장 상징적인 순간으로 꼽힌다.
이날 맞붙은 남아공 국가대표팀 '스프링복스'와 뉴질랜드 국가대표팀 '올블랙스'는 세계 럭비를 대표하는 숙명의 라이벌이다. 1921년 첫 맞대결 이후 100년 넘게 대결을 이어왔다. 지난달 22일 경기에서는 뉴질랜드가 남아공을 33-16으로 꺾었으며, 지난 29일 경기에서는 남아공이 33-26으로 승리해 두 팀이 1승 1패를 나눠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