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항로 진출 본격화는 중국…보완적 항로 가치↑

최성근 전문위원, 김상희 기자
2026.09.06 06:00

[선데이 모닝 인사이트] 중국 북극항로 개발

[편집자주] 트럼프 2기 출범, AI의 발달, 기후변화 등 글로벌 사회의 불확실성이 커졌습니다. <선데이 모닝 인사이트>는 매주 일요일 오전, 깊이 있는 시각과 예리한 분석으로 불확실성 커진 세상을 헤쳐나갈 지혜를 전달합니다.
(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 국내 최초 북극항로 컨테이너선 시범운항에 나서는 팬스타 아크로호가 22일 부산 강서구 부산신항에 정박해 있다. 팬스타 아크로호는 이날 부산신항을 출항해 북동항로를 거쳐 유럽을 왕복한 뒤 45일 후 부산항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해양수산부 제공, 재판매 및유 DB 금지) 2026.8.22/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중국이 최근 북극항로 정기운항 서비스를 시작했다. <선데이 모닝 인사이트>는 중국의 북극항로 개발 배경을 살펴보고, 한국의 현황도 짚어봤다.

정기운항 시작한 중국, 북극항로 개발 본격화

중국 해운사 씨레전드는 지난 달 15일 중국과 유럽을 잇는 계절형 정기 컨테이너 서비스를 시작했다. 중국 닝보항에서 174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를 선적한 컨테이너선이 오는 10월까지 매주 북극항로를 거쳐 영국 펠릭스토우항에 도착하게 된다. 북극항로를 이용한 상선 운항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중국과 유럽을 잇는 정기적인 컨테이너 서비스가 출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의 북극항로 정기운항은 단계적인 기반 구축의 결과다. 2013년 중국 국영선사 코스코의 화물선 '융성호(Yong Sheng)'가 북극항로를 거쳐 로테르담에 도착하며 중국 상선 최초의 상업운항에 성공했다. 2018년 중국 정부는 '북극정책 백서'를 통해 스스로를 '근(近)북극국가'로 규정하면서 북극항로 개발을 국가 전략 차원으로 격상시켰다. 이후 북극권 천연가스(LNG) 개발과 운송에 참여하는 한편 쇄빙·극지조사선, 위성·항법, 해빙 관측, 과학기지 등 관련 인프라와 기술 기반도 확대했다.

2023년부터는 컨테이너 운송을 중심으로 상업화 속도가 빨라졌다. 중국 뉴뉴쉬핑(NewNew Shipping)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와 중국을 연결하는 컨테이너 운항을 시작한 데 이어 이듬해 러시아 아르한겔스크까지 이어지는 정기 노선 '아틱 익스프레스(Arctic Express) N1'을 가동했다. 또 러시아 국영 원자력공사인 로사톰과 컨테이너 항로 구축을 위한 협정을 체결하고 합작회사를 통해 내빙 컨테이너선 설계·건조와 공동 운항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북극항로 개발… 해상특송, 공급망 안정 등 다목적

중국이 북극항로 개발을 적극 추진하는 배경으로 해상특송 시장이 지목된다.

씨레전드가 제시하는 북극항로의 중국~유럽 간 운송시간은 약 20일이다. 수에즈운하를 이용한 기존 해상운송은 약 40일, 아프리카 희망봉을 우회할 경우 50일 안팎이 소요되는 것과 비교하면 운송시간은 절반에 가깝다.

물론 북극항로 운임은 일반 해상운송의 약 두 배 수준으로 비싸다. 내빙선 운용과 보험·쇄빙·통항 등 극지 운항에 따른 추가비용이 발생하고, 선박 규모와 환적 화물 등에서 기존 항로만큼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기 어렵다. 하지만 운송시간에 민감한 화물 특송에는 단축된 운송시간이 경쟁력을 지닌다. 배터리와 ESS(에너지저장장치), 자동차부품, 태양광 모듈 등의 물품이 대표적이다. 이들 제품은 무겁고 부피가 커 항공으로 운송할 경우 비용 부담이 커진다.

공급망 안정성 확보도 북극항로 개발 이유다. 홍해와 수에즈운하 등을 통한 기존 항로는 평상시 경제성이 높지만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 계산이 달라진다. 수에즈 항로 이용이 어려워져 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우회할 경우 운송거리는 길어지고 선박·연료·재고비용도 함께 늘어난다. 특히 중국 에너지 수입과 교역의 핵심 요충지인 말라카 해협은 유사시 미 해군의 관여 가능성 때문에 전략적 취약지점으로 꼽힌다.

북극항로는 이러한 주요 해상 요충지를 우회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에게 공급망 다변화 수단으로 가치가 높다. 빙하가 녹는 계절에만 운항이 가능하고 러시아의 항로 통제와 서방 제재·보험 등 리스크도 존재하지만 기존 항로 이용이 어려울 경우 활용할 수 있는 '보완적 항로'로서의 의미가 크다.

장하용 부산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중국의 북극항로 진출은 미중 패권경쟁이 북극권으로 확장된 것으로 봐야 한다"며 "트럼프 행정부 들어서면서 미국의 그린란드 확보 움직임이 본격화되자 중국은 북극항로의 지정학적 이익을 선점하고 일대일로라고 하는 국가정책을 동시에 달성하려는 안보∙전략적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서울=뉴시스] 북극항로 시범운항 컨테이너선인 '팬스타 아크로호'가 지난 22일 오후 부산신항을 출항하고 있다. (사진=팬스타그룹 제공) 2026.08.2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전신
한국도 북극항로 진출 잰걸음

한국도 북극항로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달 22일 2758TEU급 '팬스타 아크로'호를 부산에서 출항시켰다. 우리나라 최초의 북극항로 컨테이너 시범운항이다. 팬스타 아크로호에는 화학제품과 중고차, 자동차부품 등 실제 화물 약 737TEU와 공컨테이너 100TEU가 실렸다. 북극해 약 6400㎞를 통과해 펠릭스토우·로테르담·그단스크를 거쳐 부산으로 돌아오는 45일 일정으로, 정부는 운항시간과 연료소모·비용뿐 아니라 실제 화물 수요와 상업성까지 점검할 계획이다.

제도적 기반도 마련하고 있다. 지난 6월 제정된 '북극항로 활용 촉진 및 연관산업 육성에 관한 특별법'이 12월부터 시행된다. 여기엔 5년 단위 기본계획과 북극항로위원회, 연구개발·전문인력 양성, 사업자에 대한 재정·금융지원, 북극항로종합지원센터 등의 근거가 담겼다. 이는 북극항로를 일회성 시험항해가 아니라 중장기 해운∙산업∙물류정책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김엄지 한국해양수산개발원 극지전략연구실장은 "한국 입장에서는 화물 확보나 운항 경험, 물류 네트워크 구축 측면에서 중국이 북극항로 진출에 먼저 움직이고 있다는 점은 부담이 될 수 있다"며 "단 북극항로를 중국과의 경쟁 또는 위협이라는 관점으로만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항행 안전이나 환경보호, 기상·해빙 정보, 구조·구난과 같은 분야는 어느 한 국가가 독자적으로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에 국가 간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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