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특사단이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만나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방안을 논의했다. 러시아 측은 이번 회담이 유익했다고 평가했지만, 전쟁 종식을 위한 돌파구가 마련됐다는 신호는 포착되지 않았다고 외신은 짚었다. 일각에선 푸틴 대통령의 권력이 유지되는 한 전쟁은 지속될 것이라며 내년 봄까지 양국의 평화협상 합의는 없을 것으로 봤다.
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를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의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와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와 함께 3시간 넘게 회담했다. 위트코프 특사의 러시아 방문은 이번이 8번째이고, 쿠슈너를 동행한 방문은 3번째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 특사단의 안전을 위해 사흘간 키이우 공격 중단을 지시하기도 했다. 다만 우크라이나가 제안한 '3일간의 포괄적 휴전'에는 동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크렘린궁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우리가 오늘 다뤄야 할 상황은 녹록지 않다"면서도 "우리의 견해를 알려줄 준비가 돼 있다. 중재의 수순, 중재자에 대한 신뢰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특사단을 신뢰하고 있고, 이들의 우크라이나 방문 계획도 알고 있다며 "앞으로 어떤 일이 있든지 이런 만남은 유익하다"고 강조했다. 미 특사단은 6일 전쟁 발발 후 처음으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담할 예정이다.
위트코프 특사는 푸틴 대통령의 초대와 사흘간의 공격 중단 지시에 대해 감사 인사를 전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에게 안부를 전해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보좌관에 따르면 위트코프 특사와 쿠슈너는 푸틴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와의) 분쟁 해결 방안과 관련해 여러 가지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이들에게 "러시아가 전장에서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고 있고, 목표 달성에 자신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또 분쟁의 모든 근본 원인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이 언급한 '분쟁의 근본 원인'은 러시아가 기존부터 주장해 온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 포기, 군사력 제한, 영토 문제 등이다. 러시아는 도네츠크·루한스크·자포리자·헤르손 등 우크라이나 4개 주 전체에 대한 영유권을 종전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우샤코프 보좌관은 "이번 회담은 우크라이나 분쟁 해결에 대한 단순한 의견 교환을 넘어섰다. 경제 문제와 러시아와 미국 양국에 상호 이익이 될 수 있는 주요 사업 가능성도 구체적으로 논의됐다"며 "전체적으로 볼 때 이번 협상은 양측 모두에게 시의적절하고 매우 유익했다"고 평가했다. 우샤코프 보좌관과 함께 이번 회담에 참석했던 푸틴 대통령의 투자 특사 키릴 드미트리예프는 SNS(소셜미디어) X에 "중요한 평화 중재 방문"이었다고 적었다.
다만 크렘린궁은 이번 회담의 세부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로이터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평화 협상 돌파구는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고 짚었다. 러시아의 한 소식통은 로이터에 "푸틴 대통령은 도네츠크 지역의 남은 부분을 완전히 확보할 때까지 종전에 합의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평화협상이 내년 봄 이후에나 재개될 것으로 본다. 영국 정보기관 비밀경호국(M16)의 존 소어스 전 국장은 이날 런던에서 열린 FT 행사에서 "푸틴 대통령의 집권 체제에선 지속적인 평화는 사실상 상상하기 힘들다"며 "내년 봄 이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그 어떤 합의도 기대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에게 손을 내밀고 종전에 관여하고 있는 것은 좋은 일"이라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특사단에 대한 신뢰는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성공적인 휴전 협상은 양측의 전쟁 피해가 커지고, 러시아 내부에서 푸틴 대통령의 출구 전략에 대한 의문이 커지면 가능할 것"이라며 내년 말까지는 평화회담의 물꼬가 트일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