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8월 수출이 인공지능(AI) 관련 기술제품 수요에 힘입어 4014억4000만달러(약 540조원)를 기록하며 시장 전망을 웃돌았다. 무역흑자도 1190억달러(약 160조원)를 넘어섰다. 중국 경제의 수출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면서 이달 말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무역 불균형 문제가 주요 의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8일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 수출은 4014억4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했다. 금융정보 제공업체 윈드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 21.93%를 웃돌았다. 8월 수출 증가폭은 지난 7월 23.9%보다도 높아졌다. 수입은 2823억6000만달러로 28.2% 늘었다. 이에 따라 무역흑자는 1190억9000만달러를 기록해 7월 1125억달러보다 확대됐다.
8월 수출은 글로벌 AI 인프라 투자와 에너지 안보 수요에 힘입어 강한 증가세를 이어갔다. 지난달 잇따른 태풍으로 상하이 주요 컨테이너 항만의 물류가 지연됐지만 기술제품 수요가 이를 상쇄했다.
품목별로는 집적회로 수출 물량이 7.92% 줄었지만 수출액은 129.83% 급증했다. 글로벌 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반면 희토류 수출 물량은 18.25% 감소했다. 중국 정부가 첨단기술 제품 생산에 필수적인 희토류의 수출을 엄격하게 통제한 결과로 풀이된다.
지역별로는 대미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34.4% 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미 수출이 부진했던 데 따른 기저효과가 작용했다. 중국의 최대 교역 대상인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에 대한 수출은 30.21%, 유럽연합(EU) 수출은 6.61% 증가했다. 중국은 미국과 유럽의 무역장벽에 대응해 동남아시아와의 교역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 남부 광시좡족자치구와 통킹만을 연결하는 총연장 134㎞의 핑루운하도 다음 주 개통될 예정이다.
쑹린 ING 중화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를 통해 "8월 무역지표는 외부 수요가 여전히 강하다는 점을 보여줬다"며 중국의 무역흑자가 계속 확대돼 올해도 사상 최대치를 경신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 같은 8월 수출과 무역흑자 지표는 미국과 유럽에서 중국의 산업보조금과 과잉생산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진 가운데 나왔다.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1일까지 미국 애슈빌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의장국인 미국이 글로벌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비시장적 정책을 줄이고, 과도한 대외흑자를 내는 국가는 수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내용을 제시했다. 중국은 글로벌 불균형을 비롯한 일부 문구에 반대했고 결국 공동성명 채택이 무산됐다.
중국의 수출과 무역흑자가 다시 큰 폭으로 늘면서 이달 말 워싱턴에서 열릴 미중 정상회담에서 내수 확대와 산업보조금, 위안화 환율을 둘러싼 양국의 공방도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장즈웨이 핀포인트자산운용 대표 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성장을 떠받치기 위해 수출에 계속 의존하면서 무역 불균형이 각국의 주요 현안이 됐다"며 "최근 위안화 절상 압력도 커졌지만 올해 환율 조정 폭은 크지 않아 무역 불균형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