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 지하철이 자폐스펙트럼장애인(ASD) 등 신경다양성 승객을 위해 마련한 '진정 공간'(calm space)이 작은 크기와 개방형 구조 등으로 "개집 같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7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런던교통공사(TfL)는 자폐증 관련 자선단체 오티스티카(Autistica)와 함께 런던 서부 일링 브로드웨이 지하철역에서 진정 공간 시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진정 공간은 자폐스펙트럼장애인 등 신경다양성 승객이 복잡하고 시끄러운 대중교통 환경에서 잠시 안정을 되찾을 수 있도록 마련됐다. TfL은 공간 디자인 업체 눅(NOOK)과 함께 지난 4일 역내에 작은 개방형 부스를 설치하고 4주간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그러나 TfL이 부스 사진을 공개하자 사업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실제 크기와 구조, 위치가 목적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한 이용자는 "이런 공간이 필요한 사람으로서 말하자면 구조나 위치 모두 내게는 진정할 수 있는 공간처럼 보이지 않는다"면서도 "이런 생각을 해준 것은 고맙다"고 말했다.
특히 부스가 승강장으로 내려가는 계단 위쪽과 엘리베이터 인근에 설치된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한 이용자는 "진정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들려는 것이라면 승강장으로 가는 계단 위쪽이자 엘리베이터 근처인 지금 위치는 잘못됐다"고 했다.
자폐스펙트럼장애인이라고 밝힌 또 다른 이용자는 개방형 구조를 지적했다. 그는 "저 공간에는 문이 필요하다. 완전히 노출돼 있고 사실상 지붕이 달린 벤치에 불과하다"며 "사람들이 동물원의 동물을 구경하듯 쳐다보지 않도록 차라리 반대 방향으로 돌려놓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작은 크기를 두고 조롱 섞인 반응도 나왔다. 일부 시민은 부스를 '개집(dog kennel)'에 빗대는가 하면 "개미를 위한 진정 공간처럼 보인다", "진정 공간이라기보다 벽장이다", "호빗을 위한 공간이냐"고 꼬집었다.
TfL은 시범 운영 결과를 토대로 정식 설치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런던 코벤트가든에 있는 런던교통박물관에서도 8주간 시범 운영에 나설 예정이다.
오티스티카의 미셸 뉴먼 선임연구매니저는 "교육과 의료, 고용 현장에서 신경다양성을 포용하는 공간을 확대하려면 이들 장소로 향하는 여정에서부터 접근성이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