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인프라·수중조사…中, 대만 진먼섬 대상 회색지대 전략

최성근 전문위원, 김상희 기자
2026.09.13 06:00

[선데이 모닝 인사이트] 中, 대만 진먼섬 대상 회색지대 전략

[편집자주] 트럼프 2기 출범, AI의 발달, 기후변화 등 글로벌 사회의 불확실성이 커졌습니다. <선데이 모닝 인사이트>는 매주 일요일 오전, 깊이 있는 시각과 예리한 분석으로 불확실성 커진 세상을 헤쳐나갈 지혜를 전달합니다.
[타이베이=AP/뉴시스] 14일(현지 시간) 대만 타이베이 국민당(KMT) 당사 앞에서 시위대가 지난 10일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동한 정리윈 주석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이 설치한 펼침막에는 “중국판 한정 평화 프레임”이라고 적혀 있다. 2026.04.14. /사진=민경찬

지난 2일 대만 진먼섬에서 약 3㎞ 떨어진 중국 푸젠성 샤먼에 '대만동포 금융서비스센터' 10곳이 처음 문을 열었다. 이는 대만 주민의 중국내 계좌 개설, 환전, 모바일결제, 송금은 물론 주택구입, 자산관리, 창업금융까지 원스톱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 인프라다. 진먼섬은 대만이 실효 지배하고 있지만, 대만 본섬보다 중국에 더 가깝다. 앞서 중국은 2023년 진먼과 샤먼을 연결하는 '진샤대교' 착공에 들어갔다. 샤먼~다덩다오 구간은 올해 말 먼저 개통 예정이다.

이처럼 진먼은 중국이 대만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는 대표적인 지역으로 꼽힌다.

<선데이 모닝 인사이트>는 진먼을 회색지대(일상적인 국가 행위와 공개적인 전쟁 사이의 불분명한 분쟁 영역)화 하는 중국의 전략을 살펴봤다.

진먼을 동일생활권으로… 소프트 회색지대 전략

진먼과 샤먼 사이의 직접 왕래는 2001년 통상∙통항∙통우(우편)를 일컫는 '소3통(小三通)'에서 시작됐다. 양측의 교류는 관광·친족 방문·상거래 등을 중심으로 꾸준히 확대됐고 정기 여객노선도 매일 28편이 운항하며 1일 평균 이용객 5000~6000명, 연간 184만 명 수준까지 확대됐다.

특히 진먼과 샤먼을 연결하는 중국의 전략은 식수 공급을 계기로 본격화됐다는 평가다. 진먼은 섬 지역 특성상 만성적인 강수 부족과 지하수 과잉취수로 오랫동안 식수난을 겪었다. 멀리 떨어진 대만 본섬에서 물을 끌어오기 힘든 상황에서 결국 중국과 협의 하에 2018년부터 푸젠성의 해저관로를 통한 식수 공급이 이뤄졌다. 현재 진먼은 상수도 공급의 약 87%를 푸젠성에 의존한다.

2019년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식수뿐 아니라 전력∙가스∙교량까지 연결하는 '신4통(新四通)' 구상까지 제시했다. 2023년 9월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와 국무원은 푸젠성을 '양안융합발전 시범구'로 지정하고 "진먼과 샤먼의 융합발전을 가속화하고 '동일생활권'을 조성한다"며 양측을 '하나의 생활권'으로 조성하겠다고 공식화했다. 기존의 인적∙경제적 교류를 생활인프라까지 확대해 하나의 생활권으로 묶겠다는 구상이다.

이러한 동일생활권 구상은 최근 인프라 사업을 통해 가시화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진먼과 샤먼을 잇는 '진샤대교'와 '샤먼 샹안국제공항'이다. 중국은 올해 말 개항을 목표로 한 샤먼 샹안국제공항을 '양안 교류의 관문 공항'으로 활용한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를 위해 진먼 주민을 위한 전용 터미널 공간과 연결시설을 확보하고, 여객선을 이용해 진먼 주민에게 직행 교통편을 제공하는 등 다양한 공동 이용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향후 진샤대교와 샤먼 샹안국제공항이 완공되면 '샤먼–진먼 동일생활권' 구상은 한층 탄력을 받게 된다.

공동생활권 구상은 단지 인프라 연결에만 머물지 않는다. 중국은 대만 주민이 푸젠에서 취업·주거·교육·의료·금융 서비스를 보다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 왔다. 2025년 2월 푸젠에서는 전자정보·농산물·서비스업·신에너지 등 31개 분야에서 285개의 양안 공통표준이 마련됐고, 올해 초엔 이를 뒷받침하는 '푸젠성 양안 표준 공동화 촉진 조례'가 시행됐다.

김수한 인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진먼 주민들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푸젠성과 방언도 동일하고, 혈연·문화적 연계도 깊은데다 경제협력을 통한 실익도 커서 공동생활권 구축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대만 중앙정부는 이를 정치적 차원에서 비판하고 있지만, 중국의 사회·경제적 통합 전략은 변수가 아닌 상수로서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이징=신화/뉴시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7일(현지 시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장쩌민 전 국가주석 탄생 100주년 기념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시 주석은 장 전 주석이 과거 '대만 독립' 반대 투쟁을 강력히 추진했고, 홍콩과 마카오의 순탄한 반환을 끌어냈다는 점 등을 들면서 "장쩌민 동지의 깊은 전략과 원대한 안목을 갖춘 전략적 사고를 배워야 한다"라고 밝혔다. 2026.08.18. /사진=민경찬
진먼 해역에 대한 관할권 압박… 하드 회색지대 전략

중국의 회색지대 전략은 해상관할권을 통한 강압적인 형태로도 나타난다.

중국은 대만 정부가 진먼 주변에 설정한 '금지·제한수역'을 인정하지 않는다. 이 수역은 공식적인 해상경계선은 아니지만 대만이 자국 법령에 따라 설정하고 관리해 왔다. 그러나 최근 중국은 해경의 반복적인 진입과 법집행 활동을 통해 대만의 관할권을 위협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8일 중국 해경선 4척이 진먼 제한수역에 하루 두 차례 진입했다. 당시 중국 해경은 두 개의 편대로 나뉘어 동·서쪽에서 동시에 접근하는 방식까지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다. 대만 해경은 이를 대만의 전력을 분산시키고 대응 능력을 시험하려는 시도라고 평가했다. 대만 해경측 자료에 따르면 중국 해경은 2026년 들어 9월 초까지 진먼 제한수역에 총 32차례 진입한 것으로 파악된다.

중국의 관할권 강압이 본격화된 계기는 지난 2024년 2월 진먼 인근에서 발생한 중국 선박 전복 사건이다. 당시 대만 해경의 단속을 피해 달아나던 중국 선박이 전복돼 중국인 선원 2명이 사망했다. 이에 중국 정부는 대만이 설정한 '금지·제한수역'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샤먼·진먼 해역에서 '상시적 법집행 순찰'을 실시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후 중국은 진먼 주변에 해경선을 반복적으로 투입하며 관할권 압박을 강화했다.

중국의 회색지대 전략은 해경 순찰 외에도 수중조사 등의 방식으로도 이뤄진다. 지난 2025년 3월 중국 공무선 '옌핑 2호'는 진먼 제한수역에 진입해 수중 장비를 투입하다 대만 해경의 경고를 받고 퇴거했다. 당시 대만 해경은 수집된 해저 지질·지형·수문 정보가 향후 군사작전에 활용될 가능성을 제기하며 이를 회색지대 압박으로 규정했다. 이처럼 중국은 진먼 주변 해역에서 대만의 실효적 통제력을 시험하고 대응 부담을 높이는 방식으로 회색지대 압박을 이어나가고 있다.

지은주 고려대학교 정치연구소 연구교수는 "중국은 생활권을 연결해 대만의 대중 의존도를 높이는 '소프트 회색지대 전략'과 군 또는 해경의 제한구역 침범, 대만 해저케이블선 절단 등의 방식을 동원한 '하드 회색지대 전략'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며 "만약 오는 11월 지방선거에서 야당인 국민당이 승리할 경우 진먼 주민들이 선호하는 소프트 전략이 탄력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