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 모닝 인사이트]
![[로스앤젤레스=AP/뉴시스]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오타니 쇼헤이가 7일(현지 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유니클로 필드 앳 다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메이저리그(MLB) 콜로라도 로키스와 경기 1회 말 선두타자로 나와 1점 홈런(시즌 20호)을 친 후 타구를 바라보고 있다. 오타니는 이 홈런으로 아시아 선수 최초로 MLB 통산 300호 홈런을 기록했다. 2026.07.08. /사진=민경찬](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6/09/2026090914081541349_1.jpg)
2026년 상반기 미국 벤처캐피털(VC) 투자액은 4127억달러로 반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86%인 3559억달러가 인공지능(AI) 기업으로 갔다. 2025년 연간 투자액 전체보다 30% 가까이 많은 돈이 반년 만에 사실상 한 방향으로 집행됐다고 피치북과 전미벤처캐피털협회(NVCA)가 7월 공동 보고서에서 밝혔다.
같은 시기 자본의 또 다른 흐름도 포착됐다. S&P 글로벌마켓인텔리전스에 따르면 2026년 스포츠 구단 경영권 거래액은 8월까지 330억달러로 2025년 연간 280억달러, 2024년 116억달러를 이미 넘어섰다. 거래는 최근 3개월에 몰렸다. 6월 이후 합의된 건만 시애틀 시호크스 96억1200만달러, 로스앤젤레스(LA) 레이커스 125억달러, 미네소타 팀버울브스 45억달러, LA 에인절스 40억달러로 합계 300억달러를 넘는다.
카지노도 움직였다. 틸먼 페르티타의 페르티타엔터테인먼트는 5월 말 시저스엔터테인먼트를 부채 약 119억달러를 포함해 176억달러에 사들이는 전액 현금 합병에 합의했다. 엿새 뒤인 6월 1일에는 배리 딜러의 피플(People Inc.)이 이미 보유한 26.1%를 제외한 MGM리조트인터내셔널 잔여 지분 전량을 주당 48.30달러에 매수하겠다고 제안했다. 기업가치 180억달러 규모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 같은 자본 움직임을 'AI가 대체하기 어려운 자산(AI-proof assets)'을 찾아 나선 것이라고 표현했다. 딜러도 인수 제안 성명에서 "6년 전 MGM에 투자를 시작한 것은 AI가 쉽게 복제하거나 중개해 버릴 수 없는 실물 자산을 가진 드문 사업이라고 봤기 때문"이라며 "그 확신은 더 강해졌다"고 밝혔다. 'AI 대체 불가'가 180억달러짜리 M&A의 공식 명분으로 등장한 셈이다.
[선데이 모닝 인사이트]는 AI 투자 집중의 반작용이자 수혜로 부상한 'AI 대체 불가' 테마의 배경과 자본 이동 경로, 그리고 그 한계를 짚었다.
AI 투자는 식지 않았다. 오히려 더 뜨거워졌다. 다만 자본이 넓게 퍼지는 것이 아니라, 극소수 기업과 대형 거래로 몰리고 있다. 벤처 시장의 문제는 자금 부족이 아니라 자금 접근성의 양극화다.
피치북과 전미벤처캐피털협회 통계에 따르면 AI 스타트업이 전체 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년 전 14.6%에서 2026년 1분기 42.5%로 높아졌다. 금액 기준 쏠림은 더 심하다. 1억달러 이상 메가딜이 상반기 집행액 대부분을 가져갔고, 그 아래 구간에 돌아간 돈은 제한적이었다.
자금을 모으는 쪽도 좁아졌다. 앤드리슨호로위츠, 스라이브캐피털, 파운더스펀드 같은 대형 운용사가 LP 자금의 상당 부분을 흡수했다. 처음 펀드를 결성하는 신생 운용사는 2016년 이후 가장 어려운 흐름을 겪고 있다. 돈을 받는 스타트업도 마찬가지다. 글로벌 스타트업 투자액은 크게 늘었지만 오픈AI와 앤스로픽 같은 소수 기업이 압도적 비중을 차지했다. 자본은 풍부하지만, 모두에게 열려 있지는 않다.
사모자본 시장도 비슷하다. 베인앤드컴퍼니에 따르면 2025년 바이아웃 거래액과 엑시트 규모는 크게 늘었지만, 회복은 대형 거래에 집중됐다. 100억달러 이상 메가딜이 전체 거래액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고, 이를 제외하면 증가율은 크게 낮아진다. 거래 건수는 오히려 감소했고 LP에 대한 분배도 부진했다. 베인은 이를 K자형 회복으로 봤다. 시장은 살아났지만 위쪽만 두꺼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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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환경에서 자본은 새로운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AI가 더 많은 소프트웨어와 콘텐츠를 더 싸게 만들어낸다면, 무엇이 여전히 희소한가. 무엇은 쉽게 복제되지 않는가. 그 답으로 부상한 영역이 스포츠, 여행, 카지노, 프리미엄 숙박, 라이브 이벤트 같은 경험경제다.
![[샌타클래라=AP/뉴시스] 시애틀 시호크스의 조디 앨런 구단주가 8일(현지 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의 리바이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미국프로풋볼(NFL) 제60회 슈퍼볼에서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를 꺾고 우승한 후 빈스 롬바르디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있다. 시애틀은 뉴잉글랜드를 29-13으로 꺾고 12년 만에 빈스 롬바르디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2026.02.09. /사진=민경찬](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6/09/2026090914081541349_2.jpg)
S&P 글로벌마켓인텔리전스는 지난달 리포트에서 "레이커스 매각으로 2026년 스포츠 M&A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분석했다.
스라이브캐피털 창업자 조슈아 쿠슈너와 밥 아이거 전 월트디즈니 최고경영자(CEO)가 8월 12일 마크 월터 TWG글로벌 CEO로부터 미국프로농구(NBA) LA 레이커스를 125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한 건이다. 월터가 지난해 10월 버스 가문으로부터 100억달러에 지배지분을 넘겨받은 지 10개월 만에 가격표는 25% 올랐다. NBA 이사회 승인은 아직 남아 있다. 앞서 7월에는 오픈AI 초기 투자자인 비노드 코슬라 가족이 폴 앨런 에스테이트로부터 시애틀 시호크스를 96억1200만달러에 인수해 미국프로풋볼(NFL)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 딜은 8월 26일 구단주 만장일치 승인을 거쳐 9월 3일 종결됐다.
WSJ은 이들 구단을 탄탄한 팬층과 예측 가능한 미디어 중계권 수익을 갖춘 희소 자산으로 규정하면서, 부유한 투자자에게 상당한 세금 혜택을 제공한다는 점도 매수 요인으로 지목했다. 자산의 속성뿐 아니라 소유주의 세무 구조까지 가격에 반영돼 있다는 뜻이다.
첫 번째 이유는 희소성이다. 4대 리그의 구단 수는 정해져 있고 신규 진입은 리그가 통제한다. KPMG의 미디어·스포츠 부문 투자자문 책임자 폴 해리스는 CFA 인스티튜트의 5월 20일 분석에서 "희소성이 매우 중요하다"며 "NFL에서 꼴찌를 해도 사라지지 않는다. 드래프트 지명권을 얻고 다시 돌아올 수 있고, 이 안정성이 투자자에게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두 번째는 수익의 예측 가능성이다. 미디어 중계권은 통상 7~11년 다년 계약으로 묶인다. NBA는 2025-26시즌부터 디즈니·NBC유니버설·아마존과 11년 760억달러, 연평균 69억달러 계약에 들어갔다. 연 26억달러였던 직전 계약 대비 시즌당 약 160% 늘어난 규모다. S&P 글로벌은 2026년 전 세계 스포츠 중계권료 지출이 전년 대비 9.6% 늘어난 673억40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세 번째는 낮은 복제 가능성이다. 해리스는 "스포츠는 사람들이 여전히 삶의 계획을 세울 때 중심으로 삼는 몇 안 되는 콘텐츠"라며 "슈퍼볼을 녹화 방송으로 보지는 않는다. 이 긴박감은 엄청난 가치를 지닌다"고 했다.
기관자본도 이 구조를 보기 시작했다. CFA 인스티튜트에 따르면 사모펀드는 2019~2024년 프랜차이즈·리그·미디어 권리 등 스포츠 자산에 550억달러 이상을 투자했고, 북미 프로 구단 74곳 이상이 사모펀드 투자를 받고 있다. JP모건은 4대 리그 누적 수익률이 2014년 이후 S&P500을 넘어섰다고 분석했다. 결정적 장면은 2월 5일 나왔다. KKR이 스포츠 전문 운용사 아크토스 파트너스를 현금·주식 14억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하면서다. 아크토스는 KKR이 새로 만든 'KKR 솔루션즈' 부문으로 편입된다.
구단 가격 상승을 억만장자의 취미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 오늘의 구단은 경기장을 가진 회사가 아니라 리그 라이선스, 지역 독점권, 미디어 권리, 팬덤 데이터, 스폰서십, 경기장 개발권, 글로벌 지식재산권(IP)이 묶인 권리 패키지다. 딜로이트의 '2026 글로벌 스포츠 산업 아웃룩'도 경기장이 경기일을 넘어 연중 작동하는 엔터테인먼트 지구로 진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변화는 투자자의 성격을 바꿨다. 125 벤처스 창립 파트너 로린 펜들턴은 스포츠 소유가 과거에는 '트로피 자산'이었다가 이제는 '진지한 사업'이 됐다고 말했다. 미디어 중계권, 스폰서십, 글로벌 상품 판매, 기술 운영, 전문 경영이 결합되면서 구단은 개인의 취미 자산에서 기관자본이 편입하는 대체자산군이 됐다.

M&A 데이터도 일정 부분 이를 뒷받침한다. KPMG가 8월 낸 미국 여행·레저·숙박 M&A 보고서를 보면 2026년 상반기 이 부문 거래는 402건, 396억달러였다. 거래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7.6% 줄었지만 거래액은 106.8% 늘었다. 거래가 많아진 것이 아니라 가격결정력 있는 대형 자산으로 가치가 집중됐다는 뜻이다. 상반기 최대 거래는 퍼티타의 시저스 인수였고, KSL 캐피털의 인바이티드클럽스 인수와 아폴로의 이머랄드홀딩·퀘스텍스 인수가 사례로 꼽혔다.
여행 수요도 견조하다. 세계여행관광협회(WTTC)가 옥스퍼드이코노믹스와 함께 5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6년 여행·관광 산업은 세계 GDP의 9.9%인 12조달러를 기여하며 3.2% 성장할 전망이다.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 2.4%를 웃돈다. 유럽 전체 GDP 성장률이 1%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유럽 여행·관광 GDP는 3.6% 성장해 거의 네 배 빠르다. 코로나19 이후 사람들은 다시 이동하기 시작했고, 단순 소비보다 기억에 남는 경험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를 곧바로 "사모자본이 AI에서 경험경제로 이동하고 있다"고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KPMG 자료를 보면 여행·레저·숙박 M&A에서 전략적 인수자의 거래 규모가 크게 늘어난 반면, 사모펀드 거래 규모 증가는 제한적이었다. 패밀리오피스의 관심도 아직 AI 가치사슬, 전력, 인프라, 의료 AI 등에 더 많이 쏠려 있다. 스포츠와 경험경제는 부상하는 테마지만, 아직 기관자본 배분의 주류라고 보기는 이르다.
따라서 지금의 흐름은 '대이동'이라기보다 '선별적 재평가'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모든 오프라인 경험이 비싸지는 것이 아니다. 자본이 찾는 것은 감정 그 자체가 아니라 감정이 반복 가능한 수익으로 전환되는 구조다. 팬덤, 멤버십, 입지, 가격결정력, 데이터, 운영 효율이 결합될 때 경험은 투자자산이 된다.
AI 시대 투자자들은 자산을 새롭게 구분하기 시작했다. AI가 쉽게 대체하거나 가격을 떨어뜨릴 수 있는 자산과, AI가 쉽게 복제하지 못하는 자산이다.
이 구분을 설명하는 말이 'HALO' 프레임이다. 무거운 자산과 낮은 진부화(Heavy Assets, Low Obsolescence)의 약자로, 리톨츠 웰스매니지먼트 공동창업자 겸 CEO 조시 브라운이 2월에 만든 신조어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가 2026년 리서치에 이를 채택했고, 라운드힐 인베스트먼트가 5월 14일 추종 ETF(티커 LOHA)를 출시했다. 라운드힐 CEO 데이브 마자는 "전력, 유틸리티, 인프라, 제조, 원자재, 부동산, 스포츠 같은 자산은 AI가 업무 방식을 바꿀 수는 있어도 존재 필요성 자체를 없애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골드만삭스는 소프트웨어가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고, 나머지 대부분은 공장, 광산, 유틸리티, 물류, 에너지 같은 현실 세계라고 본다. 이는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투자자들이 실물 자산으로 가는 것은 AI를 피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AI가 실물 산업으로 들어가 생산성과 수익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AI 회피처와 AI 수혜처가 같은 방향을 가리킬 수 있다.
여행 산업에서도 이런 변화가 나타난다. AI 기반 검색, 가격 책정, 수익 관리, 맞춤형 추천, 고객 응대 자동화가 호텔과 여행 플랫폼에 적용되고 있다. AI는 여행을 대체하지 않는다. 대신 여행을 발견하고 예약하고 소비하는 방식을 바꾼다. 스포츠도 마찬가지다. AI는 경기장에 모인 팬의 함성을 대체하지 못하지만, 티켓 가격, 좌석 판매, 영상 분석, 팬 맞춤형 콘텐츠, 스폰서십 효율을 개선할 수 있다.
결국 경험경제의 핵심은 "AI가 못 하는 것"과 "AI가 더 잘하게 만드는 것"의 결합이다. 라이브 스포츠와 여행은 AI가 대체하기 어려운 현장성을 갖고 있다. 동시에 AI를 붙이면 운영 효율과 가격결정력이 높아진다. 이 이중성이 자본을 끌어당긴다.
스포츠와 경험경제 자산 가격 상승을 설명하기 위해 구조적 재평가론이 나온다. AI가 디지털 콘텐츠와 소프트웨어를 대량생산할수록 오프라인 경험과 라이브 이벤트의 상대적 희소성은 커진다. 영상은 무한히 생성될 수 있지만, 챔피언결정전의 마지막 1분은 한 번뿐이다. 음악은 스트리밍으로 들을 수 있지만, 콘서트장에서 수만 명이 함께 부르는 순간은 복제하기 어렵다. 호텔 객실은 디지털 상품이 아니고, 지역 커뮤니티와 팬덤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 관점에서 스포츠는 AI 시대의 피난처다. AI가 온라인 콘텐츠와 소프트웨어의 공급을 폭발적으로 늘릴수록 사람들은 더 강한 현장감과 공동체성을 찾는다는 것이다. 아크토스 파트너스 공동창업자 이언 찰스는 지난 2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점점 더 외로워지고 유대감을 갈망하는 세상에서 친구들과 함께 울고 소리 지르며 느끼는 공동체적 유대감은 미디어 생태계에서 기하급수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고 설명했다. 아크토스는 북미 5대 리그 전체에서 구단 지분 보유를 승인받은 대표적인 스포츠 투자 운용사다.
반대로 스포츠는 AI의 수혜처이기도 하다. 딜로이트는 스포츠 산업에서 AI가 티켓 발권, 경기 영상 분석, 콘텐츠 제작, 물류, 팬 경험, 백오피스 운영을 바꿀 것으로 본다. 동적 가격 책정, 위치 기반 프로모션, 개인화 콘텐츠, 선수 퍼포먼스 분석, 스폰서십 성과 측정 등이 모두 AI 적용 대상이다. 호텔의 수익 관리와 카지노의 고객 분석도 비슷하다.
따라서 스포츠와 경험경제에는 두 개의 논리가 동시에 붙는다. AI가 위협이면 이들은 피난처다. AI가 기회이면 이들은 수혜처다. 이중 논리는 강력하다. 가격이 오르는 이유를 어느 방향에서도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베를린=AP/뉴시스] 세리나 윌리엄스(미국)가 16일(현지 시간) 독일 베를린의 슈테피 그라프 스타디움에서 열린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베를린 오픈(WTA500) 복식 1회전(16강)에서 카롤리나 무초바(체코)와 조를 이뤄 에린 라우트커프(뉴질랜드)-줄리아나 올모스(멕시코) 조와 경기하고 있다. 윌리엄스-무초바 조가 0-2(4-6 4-6)로 패했다. 2026.06.17. /사진=민경찬](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6/09/2026090914081541349_4.jpg)
세리나벤처스가 투자한 스티커박스 사례는 이 모순을 잘 보여준다. 아이가 원하는 이미지를 말하면 AI가 이를 생성해 실물 스티커로 출력해주는 완구다. 이 사업은 AI에 대한 역베팅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AI 확산의 일부다. 아이에게 중요한 것은 화면 속 이미지가 아니라 손에 잡히는 스티커이고, 그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은 AI다. 즉 AI는 실물 경험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로 증폭할 수 있다.
여성 스포츠는 이 논리가 가장 공격적으로 반영되는 영역이다. 딜로이트는 여성 엘리트 스포츠 매출이 빠르게 성장해 2026년 처음으로 3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추산했다. 맥킨지도 여성 스포츠가 2030년까지 미국에서 상당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봤다. 성숙한 남성 리그보다 성장 여력이 크다는 기대가 자본을 끌어들이고 있다.
WNBA 구단가치 상승은 이를 상징한다. 평균 구단가치는 전년 대비 큰 폭으로 올랐고, 2024년과 비교하면 몇 배 수준으로 뛰었다. 신규 중계계약도 종전보다 크게 높아졌다. 여성 스포츠는 관중, 시청률, 스폰서십, 미디어 권리 모두에서 성장 스토리를 갖고 있다.
하지만 성장성이 모든 가격을 정당화하지는 않는다. 문제는 가격이 현금흐름보다 먼저 움직일 때 생긴다. 신규 중계계약이 체결됐더라도 실제 매출로 반영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평균 구단 매출이 아직 제한적인 상황에서 구단가치가 먼저 급등하면, 투자자는 미래 성장을 현재 가격에 과도하게 반영하는 셈이 된다.
소수지분 거래도 가격 왜곡을 만들 수 있다. 1% 지분 거래에서 나온 함축가치가 전체 구단의 실제 매각가격처럼 사용되면, 시장은 현금흐름보다 평가가격에 민감해진다. 작은 지분 거래가 전체 가격표를 새로 쓰고, 그 가격표가 다음 거래의 기준이 되는 구조다. 최상위 리그의 희소성 논리를 하위 리그나 초기 리그에 그대로 적용하면 가격은 먼저 오르고, 현금흐름은 나중에 따라와야 한다.
그럼에도 이를 단순 버블로만 보기는 어렵다. KKR의 아크토스 인수, 아폴로와 CVC의 스포츠 전용 비히클 조성, 대학 스포츠 미디어 플랫폼 거래 등은 단기 투기보다 장기 자산배분에 가깝다. 기관자본은 스포츠를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장기 대체자산군으로 편입하려 한다. 위험은 존재하지만, 변화 자체는 구조적이다.
한국도 수요 지표는 이미 갖고 있다. 올해 KBO리그는 8월 26일 누적 관중 1002만4140명을 기록하며 565경기 만에 1000만 관중을 넘어섰다. 2025시즌에 이은 역대 세 번째이자 3시즌 연속 1000만 관중이다. 전체 720경기 중 565경기, 78.5%를 소화한 시점에서 세운 역대 최소 경기 기록이기도 하다.
![[서울=뉴시스] 이강철 KT 위즈 감독이 10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6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16-3으로 승리해 역대 13번째 통산 600승을 달성한 뒤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KT 위즈 제공)](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6/09/2026090914081541349_5.jpg)
가격도 따라 올랐다. CJ ENM은 8월 6일 공시를 통해 2027~2031년 유무선 중계권 계약 체결 예정을 알렸다. 업계 추산 총액은 4500억원, 연 900억원 이상이다. 2024~2026년 3년 1350억원(연 450억원)의 두 배다. K팝 공연과 프로축구, 복합리조트, 프리미엄 멤버십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차이는 수요가 아니라 자본화 구조에 있다. 그리고 미국에서 순서는 수요가 먼저가 아니었다. 북미 주요 리그는 2019년부터 기관투자자의 구단 지분 보유를 단계적으로 허용했고, NFL도 2024년 사모펀드 지분을 10% 한도로 열었다. 규정이 바뀌자 매수자 풀이 넓어졌고, 프랜차이즈 가치 평가체계와 소수지분 거래 관행이 그 위에 쌓였다. 아폴로 스포츠캐피털, CVC 글로벌스포츠그룹 같은 전용 비히클은 그다음에 조성됐다. 제도가 원인이고 가격은 결과였다.
반면 한국 프로구단은 여전히 모기업 홍보와 브랜드 자산 성격이 강하다. 구단 지분을 기관자본이 취득할 제도적 통로가 사실상 없고, 따라서 거래가 없으며, 거래가 없으니 가격 기준도 생기지 않는다. 모수도 다르다. 2025시즌 KBO 관련 매출은 7796억원, 입장권 수익은 2000억원대다. 레이커스 한 구단 매각가 125억달러의 20분의 1에 못 미친다. 평가체계가 없어서 값이 없는 것이 아니라, 값을 매길 현금흐름의 규모와 제도적 통로가 아직 충분히 형성되지 않았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자본화가 덜 됐다는 사실이 곧 뒤처졌다는 뜻은 아니다. 미국 스포츠 자산 가격은 소수지분 거래의 함축가치가 다음 거래의 기준이 되는 방식으로 형성돼 있고, 그만큼 현금흐름보다 평가가격에 민감하다. 한국은 그 순환에 진입하지 않은 대신 그 변동성에도 아직 크게 노출돼 있지 않다. 따라서 한국 경험경제에 남는 질문은 "사람이 모이는가"가 아니다. 이미 사람은 모이고 있다. 더 중요한 질문은 그 수요가 반복 가능한 현금흐름으로 전환되는가다. 티켓과 굿즈에 머무는 매출인지, 지식재산권·부동산 개발권·데이터·멤버십으로 확장되는 매출인지에 따라 같은 1000만 관중의 자산가치는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