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반군의 공격으로 사우디아라비아 내 1200㎞ 길이의 동서 송유관이 폐쇄된 데다 미국 정부가 이란과 협상에서 호르무즈해협 문제를 배제하려는 조짐까지 보여 전 세계 석유시장의 위기감이 커진다.
로이터통신은 14일 사우디 내 1200㎞에 달하는 동서 송유관이 폐쇄돼 전세계 원유 공급량의 4%가 줄어들 위기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송유관 복구에 최장 5~6주가 걸릴 것이란 전망도 나오지만 사우디 정부는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사우디의 원유공급은 이미 크게 위축됐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사우디의 지난달 원유 공급량은 하루평균 600만배럴로 한 달 전보다 230만배럴 줄었다. 30여년 만에 가장 적다. 로이터는 원유수출 관련 소식통의 말을 인용, 얀부항의 원유재고가 현재 5~7일치밖에 남지 않았다고 전했다.
사우디는 모카공항과 예멘 내 후티 거점을 공습하며 반격에 나섰다. AFP통신에 따르면 후티 측은 사우디가 자신들을 향해 50여차례 공습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사우디가 전면전에 나서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후티와 전쟁이 장기화하면 예멘 내전이 재점화하고 이란까지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후티에 대한 공습을 지원해달라는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요구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걸프국가들은 자체적으로 해법을 모색하지만 이마저 순탄치 않다. 당초 걸프 외교관들과 이란 당국자들은 14일 오만 살랄라에서 만나 정기 유조선 통항을 재개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만장일치 합의를 위한 사전조율을 이유로 회의를 연기키로 13일 결정했다.
유가는 불안한 상태다. 한국시간 14일 오후 5시 기준 국제유가의 벤치마크인 브렌트유는 전날보다 2.8% 넘게 오른 107달러 위에서 거래됐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이란과 협상에서 호르무즈해협 문제 자체를 배제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인다. CNN은 사안에 정통한 미국 정부 소식통 3명의 말을 인용, 미국이 호르무즈해협 재개방 문제를 협상테이블에서 제외하고 군사적 우위와 제재를 지렛대 삼아 이란을 압박한다는 방침이라고 13일 전했다. 한 고위 관리는 "이란이 핵문제를 이야기하고 싶다면 그때는 대화하겠다"고 말했다.
13일 트럼프 대통령이 아일랜드에서 "이란전쟁은 오는 11월 중간선거 직후, 어쩌면 그 전에 끝날 것"이라고 재차 말했지만 명확한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또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그는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이 "세계를 해치고 있다"고 말해 최근 미국 내 경유가격이 사상 최초로 갤런당 6달러를 돌파하는 등의 고유가 상황을 신경 쓰는 모습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