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에게 장밋빛 미래를 약속하는 듯하던 AI(인공지능) 업계가 '속도조절론'을 내세운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경쟁적으로 개발에 가속도를 붙이던 업계 스스로 속도조절을 제기한 진의를 두고 시선이 엇갈리는 가운데 업계의 개발윤리, 공익적 역할 또한 이슈로 떠올랐다.
20일(현지시간)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오픈AI는 AI 기술 관련 엇갈린 메시지를 내고 있다. 오픈AI는 앞서 자사 최신 AI 모델 아스트라가 성능 시험 중 인간 통제를 벗어나 해킹한 사례를 공개했다. 지난 8일에는 미공개 모델을 통해 수학계 난제로 꼽히던 나비에 스토크스 방정식 문제를 해결했다고 밝혔다.
그러다 "내년 말쯤 AI 통제가 불가능할 수 있다"는 앤트로픽 연구원의 퇴사 경고가 화제가 되자 샘 올트먼 오픈AI CEO(최고경영자)는 그 말이 맞다며 AI 속도조절론에 가세했다. AI가 위험하다는 주장과 경이로운 성과를 냈다는 주장을 동시에 편 것이다.
이는 마케팅 전략일 수도 있다. 2022년 챗GPT 출시 이후 오픈AI가 주도하던 AI 시장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 기업과 앤트로픽 같은 신생 스타트업, 딥시크와 문샷AI를 필두로 한 중국 기업들까지 뛰어들어 경쟁이 극심해졌다. 성능 향상은 물론 고객 유치를 위한 마케팅도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특정 과제를 달성했다거나 AI 위험 심리를 자극하는 식의 홍보가 늘었을 법하다.
이 과정에서 AI 개발 기업들이 윤리적 기준을 등한시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오픈AI가 나비에 방정식 문제 해결을 발표한 직후 오픈AI가 연구기록을 도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비슷한 분야를 연구하던 트리스탄 벅마스터 뉴욕대 수학과 교수는 연구 도구로 사용하고 있던 오픈AI 코덱스에 입력해뒀던 자료가 도용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오픈AI는 연구결과를 도용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또 오픈AI가 내놓은 연구 결과는 완성도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수학 연구는 결과보다 풀이 과정이 더 중요한데, 워싱턴포스트(WP) 보도에 따르면 오픈AI 연구 결과를 검토 중인 수학자들 사이에서 "풀이 과정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완성도는 뒷전이고 홍보만을 위한 연구 아니었냐는 비판이 따를 수 있는 대목이다.
오픈AI는 모든 인류를 위한 안전한 AI를 개발한다는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비영리 법인이 영리 법인을 지배하는 구조를 채택한 기업이다. 그러나 일부 경영진은 올트먼 CEO가 성급하게 상업화를 밀어붙인다며 지속적으로 우려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AI업계에서는 속도 조절론을 빅테크들의 기만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자신들이 AI 위험성을 경고하고, 그 위험성을 명분으로 규제 장벽을 세워 자신들의 AI 시장 지배력을 공고히 하겠다는 의도 아니냐는 것이다.
AI업계 권력을 둘러싼 경쟁은 현재진행형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젠슨황·저커버그·머스크 등 빅테크 CEO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 AI 규제 기구 설립을 무산시켰다. 이들은 기구 설립을 제안한 구글 데미스 하사비스 수석과학자와 앤트로픽, 오픈AI에 AI 산업 권력이 집중될 수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