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카펫 깔고 한 시간 기다린 트럼프…관세휴전은 '2개월'

베이징(중국)=안정준 특파원
2026.09.24 13:27
[앤드루스 합동기지=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23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 도착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부인 펑리위안 여사를 맞이하고 있다. 2026.09.2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공항 활주로에서 직접 영접하면서 전문가들은 시 주석의 미국 국빈 방문이 긍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시작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관세 휴전 연장 기간이 당초 예상보다 짧은 2개월에 그치면서 핵심 통상 현안을 둘러싼 양측 이견이 여전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워싱턴 정가에선 화려한 환영 행사가 중국을 상대로 한 미국의 협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단 우려도 제기됐다.

시 주석과 부인 펑리위안 여사는 23일(현지시간) 오후 워싱턴 앤드루스 합동기지에 도착했다. 차이치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겸 중앙판공청 주임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 등 수행단도 시 주석과 같은 비행기로 워싱턴에 도착했다. 앞서 미국에 도착해 있던 허리펑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국무원 부총리와 셰펑 주미 중국대사도 공항에서 시 주석을 맞았다.

레드카펫 깔고 직접 영접한 트럼프…"전임과 다른 대중정책 신호"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의 미국 국빈방문에 맞춰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 직접 나가 시 주석 부부를 영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보다 약 1시간 먼저 앤드루스 합동기지에 도착해 영접을 준비하는 등 예우를 보였다. 미국 대통령이 국빈을 공항까지 나가 직접 맞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지난 5월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국빈방문시 시 주석 대신 한정 국가부주석이 영접한 것과도 대비된다. 앤드루스 합동기지 현장에는 약 30m 길이의 레드카펫이 깔렸고 21발의 예포와 21명 규모의 의장대가 동원됐다. B-1 랜서 전략폭격기 2대가 상공을 비행하는 등 성대한 환영 행사가 펼쳐졌다.

(워싱턴 로이터=뉴스1)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부인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가 23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 앤드류 합동기지에 도착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펑리위안 여사를 맞이하고 있다. 2026.9.23 ⓒ 로이터=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워싱턴 로이터=뉴스1)

이 같은 성대한 영접에 대해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시 주석과 부인 펑리위안 여사가 워싱턴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하자 트럼프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이들을 '따뜻하게 맞이했다'고 전했다. 중국 인민일보 계열 영자지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미국 대통령이 외국 정상을 항공기 앞에서 직접 맞이하는 이례적인 환영이었다'고 평가했다.

신화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도 전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에서 시 주석과 펑리위안 여사를 맞이하게 돼 매우 기쁘고 이번 방문은 전 세계가 주목하는 방문"이라며 "시 주석은 위대한 지도자이며 지금은 위대한 순간"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 주석과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하고 양국 관계의 발전을 추진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베이징 대외경제무역대의 존 궁 경제학 교수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를 통해 이번 환영 방식이 의전 측면에서 상당한 변화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은 의전을 통해 시 주석에 대한 존중을 보여준 것 뿐만 아니라 자신의 대중국 정책이 전임 대통령들과 다를 것이라는 강력한 신호를 미국 정치권에 보냈다"고 말했다.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학장을 지낸 정치학자 그레이엄 앨리슨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번 환영이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지도자에 대한 비할 데 없는 존중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댜오다밍 중국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도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공항에 나온 것은 미국 외교사에서 매우 이례적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이번 정상회담에 얼마나 높은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관계 안정과 대화 확대, 협력 강화를 바라는 미국 사회의 폭넓은 기대를 반영한다"고 말했다.

예상보다 짧은 '관세 휴전'…핵심 통상 현안 이견 여전

다만 시 주석의 미국 국빈방문 일정 시작과 함께 전해진 양국간 '관세 휴전' 연장 기간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린다.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와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이날 오전 워싱턴의 세계은행 본부에서 예정에 없던 회동을 가졌다. 이후 베선트 장관은 오는 11월 10일 만료될 예정인 관세 휴전을 내년 1월 10일까지 2달 연장하기로 양국이 합의했다고 밝혔다.

당초 관세 휴전 연장 기간은 3~6개월 정도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실제 합의 기간이 이보다 짧은 2개월에 그치자 양측의 핵심 통상 현안을 둘러싼 이견이 여전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스콧 케네디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중국경제 석좌는 짧은 연장 기간은 미국이 중국의 희토류 관련 제안과 다른 현안에 아직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애덤 패러는 "근본적인 불만을 해결하기보다는 긴장을 완화하는 쪽에 무게를 둔 합의"라며 "향후 두 달 간 실질적이고 예측 가능한 장기 합의를 만들어낼 수 있느냐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앤드루스 합동기지=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23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부인 펑리위안 여사와 함께 걷고 있다. 2026.09.23.

반면 베이징 대외경제무역대의 존 궁 경제학 교수는 "어떤 형태로든 연장됐다는 것 자체가 양측이 이견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라고 말했다. 댜오다밍 중국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이번 연장은 양측이 현재 진행 중인 대화와 협력을 진전시킬 수 있는 중요한 기회"라며 관세 휴전 연장이 향후 미중 관계에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례없는 환영 행사는 워싱턴 정가의 반발도 불러일으켰다. SCMP는 미국 상원 민주당 의원들이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을 지나치게 환대하면서 AI(인공지능)와 제조업 등 주요 현안에서 중국을 상대로 한 미국의 협상력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비판을 내놨다고 전했다. CIA와 국방부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엘리사 슬롯킨 미시간주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을 위해 레드카펫을 깔고 지나치게 환대하는 모습을 지켜보기 정말 힘들었다"며 "경제안보와 국가안보, 민주주의가 핵심 의제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SCMP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러한 논란이 양국 관계의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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