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22% 급감 중국, 車산업 구조조정 시동…이치·광치 통합 추진

베이징(중국)=안정준 특파원
2026.09.28 17:14
지난 4월 24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베이징 국제자동차전시회에서 관람객들이 광치그룹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사진=로이터

중국 자동차 내수 판매가 올해 20% 넘게 급감하면서 국유 자동차업계의 구조조정이 본격화할 조짐이다. 대형 국유 자동차기업 이치(FAW)그룹과 광치(GAC)그룹이 토요타 합작사를 연결고리로 자본 결합에 나선다. 좀처럼 진전되지 않던 중국 대형 국유 자동차기업 재편이 전기차 전환과 내수 침체를 계기로 약 17년 만에 다시 물꼬를 트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8일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광치그룹은 지난 14일 이치그룹의 100% 자회사인 이치주식과 의향협의서를 체결했다. 광치그룹이 신주를 발행해 이치주식이 보유한 '특정 완성차 합작회사'의 지분 일부를 인수하고 추가 자금을 조달하는 내용이다.

차이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특정 완성차 합작회사는 이치그룹과 일본 토요타의 합작사인 '이치토요타'라고 전했다. 거래가 완료되면 이치그룹은 광치그룹의 2대 주주로 올라설 전망이다. 구체적 인수 지분과 가격 등은 현재 협상 중이다.

이는 이치토요타 지분을 연결고리로 두 국유 자동차그룹을 묶는 방식이다. 현재 이치주식은 이치토요타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다. 광치그룹은 이치토요타 지분 인수를 위해 현금을 지급하는 대신 자사 신주를 발행해 이치그룹에 넘긴다. 이를 통해 광치그룹은 이치토요타 지분을 확보하고 이치그룹은 광치그룹의 주요 주주가 된다. 일종의 지분 맞교환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거래를 단순한 합작사 지분 매각 이상의 움직임으로 보고 있다. 이치그룹과 광치그룹은 지난해부터 그룹 차원의 통합 가능성을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치토요타 지분 거래가 두 그룹의 추가 사업 재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중국 대형 국유 자동차기업 간 구조조정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7년 상하이자동차(SAIC)와 난징자동차의 통합이다. 2009년에는 창안자동차를 중심으로 또 한 차례 대규모 재편이 이뤄졌다. 중국항공공업그룹 산하 하페이자동차와 창허자동차 등 5개 자동차 관련 기업이 창안그룹으로 넘어갔다.

2004년 5월 25일 중국 동북부 창춘에 위치한 이치(FAW)자동차 공장에서 한 중국인 근로자가 차량 조립라인 옆을 지나가고 있다./사진=로이터

하지만 이후 대형 국유 완성차기업 간 통합은 좀처럼 진전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이치그룹과 광치그룹이 실제 지분 거래를 추진하면서 중국 국유 자동차기업 재편이 다시 실행 단계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국도 국유기업 간 중복 투자를 줄이고 자원을 우량 기업과 전략산업에 집중하기 위한 재편과 전문화 통합을 지속적으로 주문해왔다. 지난해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는 국유자본의 전략적 재편과 전문화 통합을 한층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재편을 압박한 가장 직접적인 요인은 급격하게 얼어붙은 내수라는 것이 업계 시각이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1~8월 수출을 제외한 중국 자동차 내수 판매량은 1316만2000대로 전년대비 21.8% 급감했다. 이치그룹의 같은 기간 판매량은 15.6% 줄었다. 이마저도 이치그룹이 지분 투자를 추진 중인 신에너지차 업체 링파오의 판매량을 포함한 수치다. 이를 제외하면 이치의 판매 감소폭은 30%에 육박한다.

광치그룹 상황도 녹록지 않다. 광치그룹의 올해 상반기 판매량과 매출은 각각 2.4%, 9.4% 증가했지만 순손실은 오히려 76% 확대됐다.

중국 자동차 시장의 중심이 전기차와 스마트카로 빠르게 이동한 것도 국유 자동차기업의 재편을 압박하고 있다. 이치그룹과 광치그룹을 포함한 국유 자동차기업들은 오랫동안 해외 완성차업체와의 합작사업을 통해 성장했다. 하지만 전동화와 지능화 전환 과정에서 BYD와 지리자동차 등 민영 완성차업체와 주요 신흥 전기차 업체들의 성장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차이신은 이치토요타를 둘러싼 거래가 시작에 불과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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