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다 태우면 '밸류업'?…수조원 소각해도 주가는 뒷걸음

자사주 다 태우면 '밸류업'?…수조원 소각해도 주가는 뒷걸음

조철희 기자
2026.09.28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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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 소각의 역설] ①"대규모 소각 자체가 지속적 주가상승 보장 못해…기업가치는 이익·성장이 좌우"

[편집자주]  자사주 의무소각 시대가 열렸지만 주식을 태우는 것만으로 기업의 이익과 성장성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실제 주요 기업은 자사주 소각 이후 주가가 크게 엇갈렸다. 자사주 소각의 효과와 한계를 짚고, 기업가치를 결정하는 진짜 밸류업의 조건을 살펴봤다.
자사주 소각 후 주가 추이/그래픽=윤선정
자사주 소각 후 주가 추이/그래픽=윤선정

자사주 의무소각 시대가 열렸지만 자사주를 태우는 것만으로 기업가치가 높아지지는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조원대 자사주를 소각하고도 주가가 하락하는 등 소각 이후 주가 흐름도 기업마다 엇갈렸다. 자사주 소각은 주식 수를 줄여 주주가치를 높이는 효과가 있지만 기업의 이익창출력이나 성장성까지 끌어올리지는 못한다는 지적이다. 그런 만큼 '소각=밸류업'이라는 단순한 등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시행된 개정 상법에 따라 기업이 취득한 자사주는 원칙적으로 취득일로부터 1년 안에 소각해야 한다. 시행 전 취득한 자사주도 시행일부터 1년6개월 안에 소각하는 것이 원칙이다. 임직원 보상이나 경영상 목적 등으로 자사주를 보유·처분하려면 주주총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

제도 시행 이후 대규모 자사주 소각이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은 사례들이 나왔다. 현대차(354,500원 ▲1,000 +0.28%)는 지난달 26일 보통주 129만1274주와 우선주 121만4332주 등 보유 중인 자사주 총 250만5606주를 소각하기로 결정했다. 전일 종가 기준 7891억원 규모다. 하지만 주가는 오히려 뒷걸음쳤다. 현대차 주가는 9월 28일 35만3500원(종가)을 기록하며 소각 결정 전일 대비 15.8% 하락했다.

제도 시행 전에도 대규모 자사주 소각이 지속적인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은 경우가 적잖았다. HMM(21,250원 ▲450 +2.16%)은 지난해 8월 자사주 8180만1526주를 공개매수해 전량 소각하기로 결정했다. 발행주식의 7.98%로 공개매수가 기준 2조1432억원이었다.

HMM 주가는 28일 2만1250원(종가)으로 소각을 결정하기 직전인 지난해 8월 13일 2만2550원 대비 5.8% 하락했다. 해운업황과 실적 전망 등 여러 변수가 영향을 미친 만큼 주가 하락을 소각 탓으로만 볼 수는 없다. 다만 대규모 소각 자체가 지속적인 주가 상승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은 드러났다.

자사주 소각, 배당, 투자시 기대효과/그래픽=이지혜
자사주 소각, 배당, 투자시 기대효과/그래픽=이지혜

최근 연구도 소각 자체와 기업가치 상승을 구분한다. 최동준 충남대 교수는 최근 공개한 논문에서 자사주 소각 자체는 '가치중립적'이라고 분석했다. 자사주를 소각한다고 해서 회사에 새로운 현금이나 이익이 생기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의무소각의 의미는 지배구조 개선에서 찾을 수 있다. 최 교수는 보유 자사주가 많을수록 이를 우호세력에 넘겨 대주주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데 활용할 여지도 크지만 의무소각이 이런 가능성을 차단하면서 시장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기업가치는 결국 이익과 현금흐름, 성장투자와 자본효율성이 좌우한다는 지적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자사주 의무소각이 지배구조를 개선해 밸류업의 토대를 만드는 제도라면 그 위에서 실제 기업가치를 높이는 것은 기업의 몫"이라며 "결국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이 태웠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잘 버느냐"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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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철희 기자

머니투데이 증권부 조철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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