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값 사상 최고치인데…세계 최대 칠레 생산량 15년만에 최저

뉴욕=심재현 특파원
2026.10.01 04:59
울산 울주군 LSMnM 온산제련소 제련 1공장에서 구리물이 틀에 떨어지고 있다. /사진=뉴스1 /사진=(울산=뉴스1) 박정현 기자

국제 구리 가격이 올해만 20% 가까이 뛰어오르며 사상 최고치 수준을 기록한 가운데 세계 최대 구리 생산국인 칠레의 8월 구리 생산량이 15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증설과 전력망 확충 등으로 구리 수요가 폭발하는 상황에서 핵심 공급망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글로벌 공급 부족 우려가 한층 깊어졌다.

30일(현지시간) 칠레 통계청과 주요 외신에 따르면 칠레의 8월 구리 생산량이 36만9500톤으로 전년 동월(42만3643톤) 대비 12.8% 급감했다. 2011년 2월 이후 15년 만에 가장 적은 월간 생산량이다. 지난 7월(-9.4%)에 이어 두달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며 생산 차질이 장기화되는 양상이다.

기상 악화·광석 등급 저하…공급망 병목 심화

칠레의 구리 생산이 급감한 것은 지난 7월 현지 광산 지역을 몰아친 기습적인 악천후와 폭우 영향에 더해 주요 광산의 광석 등급이 하락한 충격이 컸다. 광석 내 구리 함유량이 떨어지면서 동일한 물량을 채굴하기 위해 더 많은 공정과 시간이 소요되는 구조적 문제에 발목이 잡혔다는 것이다.

세계 구리 공급의 약 4분의 1을 담당하는 칠레의 생산 차질은 글로벌 원자재 시장의 수급 불균형을 한층 심화시키고 있다. 런던금속거래소(LME)와 상하이선물거래소 등 주요 교역소의 구리 재고가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는 와중에 차질이 겹치면서 시장의 체감 수급 불안은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AI·전력망 수요 폭발…구리값 상승세 기름 붓나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칠레의 생산량 충격이 올해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온 구리 가격에 지속적인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본다.

국제 구리 선물 가격은 올 들어 약 18~20% 급등하며 파운드당 6.8달러(톤당 약 1만3000~1만4000달러) 안팎의 사상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AI 생태계 확장에 따른 데이터센터 및 변압기·전력선 수요 급증, 글로벌 친환경 에너지 전환 트렌드가 맞물려 구조적인 강세장이 유지되고 있다.

원자재 시장 관계자는 "남미 광산의 생산 차질과 광석 등급 저하는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라며 "AI와 전력화 추세로 수요는 매년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반면 공급 능력은 한계에 다다르고 있어 구리 가격의 강세 기조는 한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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