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트럼프 정책 탓" 파란 일으킨 앵그리 아메리카

윤세미 기자, 뉴욕=심재현 특파원
입력 2026.11.05 03:15 수정 2026.11.05 05:02

"공화당 참패, 전적으로 트럼프가 자초"
유권자 75%, 美 국정방향 불만족·분노

미국 중간선거 결과를 가른 배경엔 치솟은 물가와 생활비에 대한 유권자들의 분노가 있다. 도널드 트럼프 집권 2기의 관세정책과 이란전쟁의 여파로 유가가 급등하고 생활비 부담이 한계에 다다르자 민심은 2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등을 돌리고 민주당에 힘을 실어줬다.

4일 블룸버그통신은 민주당의 이번 승리는 지난 20년 동안 어느 정당도 누리지 못한 압도적 승리라고 평가했다. 이번 선거결과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이 의회를 독점하며 견제 없이 국정을 주도한 임기 첫 2년과 달리 남은 2년은 국정운영 전반에서 위축될 공산이 크다.

민주당 선거전략가 데이비드 액설로드는 "공화당의 참패는 전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자초한 결과"라면서 "유권자들은 물가에 분노하고 있으며 물가상승을 부추긴 트럼프정부의 선택에도 화가 나 있다"고 말했다.

주요 방송사를 통해 공개되기 시작한 초반 출구조사와 기초 유권자 지표는 도널드 트럼프행정부에 대한 민심의 깊은 불안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응답자의 75%가 현재 미국의 국정방향에 대해 '불만족스럽거나 분노하고 있다'고 답했다. 60%는 고물가의 원인이 '트럼프행정부의 정책 때문'이라고 봤다.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원과 하원을 동시에 탈환했다. 민주당이 중간선거에서 상하원을 함께 뒤집은 것은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인 2006년 이후 20년 만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후반 2년을 여소야대 의회와 마주하게 됐다./그래픽=뉴스1

유권자들이 중간투표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 사안으로는 '경제 및 고물가'가 꼽혔다. '민주주의'가 뒤를 이었다. 이란전쟁으로 휘발유 가격은 1년 전보다 30% 넘게 뛰었다. 물가상승률이 임금상승률을 웃돌면서 가계 저축률은 떨어졌다. 반면 인플레이션과 정부부채 우려 속에 시중금리가 상승하면서 모기지 금리는 2023년 이후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

AP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 성향 응답자의 78%가 트럼프에게 반대의사를 밝힌 반면 공화당 성향 응답자는 35%만 지지의사를 보였다. 정치분석전문가 에밀리 워커 박사는 "이번 선거는 정당간 대결을 넘어 유권자들이 고물가와 삶의 팍팍함 속에서 체감한 실질적 경제불만이 투표소 표심으로 분출된 선거"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경제'를 무기로 반전을 노렸으나 역부족이었다. 그는 동맹국들을 최대한 활용, 제조업 부활과 일자리 창출을 성과로 내세웠다. 지난달엔 조지아주를 방문해 현대차가 웨스트포인트 공장에 5억6000만달러(약 7500억원)를, 아우디가 42억달러를 각각 투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의 투자는 현대차그룹의 부품계열사 현대트랜시스의 현지 투자계획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됐다.

그러나 관세로 미국에 엄청난 투자가 들어올 것이란 장밋빛 발언은 유권자들이 느끼는 체감물가의 벽을 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 선거전략가 케빈 매든은 "이번 선거는 민심의 기본원리를 보여준 사례"라면서 "유권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문제가 고물가와 생활비 부담인데도 관세와 무역전쟁, 이란전쟁으로 오히려 물가불안을 키운다면 선거에서 패배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