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현장의 작은 흔적 다음 재해 막을 열쇠죠"

조규희 기자
2026.08.27 03:00

가스안전공사 김훈배 명장
15년간 532건 사고조사, 안전직결 92건 제도개선 주도
"원인 바탕으로 현장까지 바뀌어야 조사 비로소 완성 돼"

모두가 발길을 돌릴 때 정반대로 현장 한가운데로 걸어들어가는 사람이 있다. 가스사고가 발생한 참담한 현장에서 흔적 하나하나를 들여다보며 같은 질문을 반복한다.

한국가스안전공사 김훈배 가스안전명장이 사고현장에서 조사를 하는 모습. /사진제공=한국가스안전공사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어떻게 해야 같은 사고가 반복되지 않을까."

한국가스안전공사 김훈배 명장이 지난 15년간 수백 곳의 사고현장을 지켜온 이유다.

공사는 연 1회, 단 1명만 선발하는 '가스안전명장'의 주인공으로 가스사고조사 분야 김훈배 팀장을 선정했다고 26일 밝혔다.

'가스안전명장'은 공사가 수행하는 업무분야 중 기술숙련도, 다면성, 기여도, 전문지식 등을 엄격히 심사해 최고수준의 역량을 인정받은 전문가에게 주어지는 영예다. 명장으로 선발되면 기술자문과 현장지도, 전문인재 양성 등 대한민국 가스안전의 구심점 역할을 맡는다.

김 명장에게 사고조사는 단순히 사고의 책임자를 찾아내는 일이 아니다. "사고조사의 진정한 목적은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것인가를 가리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명확한 원인을 밝혀 같은 사고로 또다른 사람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그의 첫 조사는 2011년 인천 영종도 가스폭발사고였다. 현장에 도착했지만 사고가 왜 발생했는지 쉽게 답을 찾지 못했고 원인을 설명할 수 없다는 무기력함이 그를 짓눌렀다고 한다.

미국화재예방협회(NFPA) 미국화재조사협회(NAFI) 등 해외 전문자료를 습득하고 국제학회에 참석하며 기술력을 갈고닦은 이유다. 이같은 시간을 보내며 김 명장은 국내에 단 27명뿐인 국제화재조사관(CFI)을 비롯해 화재폭발조사자(CFEI) 자동차화재조사자(CVFI) 등 최상위 전문자격을 차례로 취득했다.

사고조사 15년 동안 숱한 기록을 남겼다. 김 명장은 지금까지 532건의 사고현장을 조사하고 237건의 제품을 감정했다. 수소충전 작업절차 마련 등을 포함해 가스안전과 직결된 92건의 제도개선도 이끌어냈다. 주요 사고현장 342건의 원인조사를 지원하고 공사 직원 600여명을 사고조사 전문가로 양성했다.

김 명장은 사고조사에서 찾아낸 원인을 바탕으로 다음 사고를 막는 제도와 기준을 보완해나가는 게 가장 중요한 목표라고 말한다. 그는 "사고조사는 사고가 어떻게 일어났는지를 밝혀내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 원인을 통해 같은 사고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와 현장을 바꿀 때 비로소 완성된다고 생각한다"며 "제가 찾아낸 작은 흔적 하나가 누군가의 다음 사고를 막을 수 있다는 마음으로 앞으로 현장을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