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3.00%로 동결했지만 긴축 기조는 유지했다. 성장률과 물가 전망이 모두 높아진 가운데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물가가 목표 수준인 2%로 안정적으로 수렴할 때까지 긴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11월 금리 인상 재개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신 총재는 2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동결에 대해 "호미질의 결실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지난 7·8월 두 차례 연속 금리를 올린 선제 대응으로 금융시장이 안정되면서 추가 지표를 확인할 시간을 벌었다는 의미다.
그는 "7월, 8월 연속으로 두 번 금리 인상을 해서 그때 정책 여력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오는 27일 발표되는 3분기 국내총생산(GDP)과 다음 달 초 공개되는 10월 소비자물가 등을 확인한 뒤 추가 인상 여부를 판단해도 늦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번 동결에도 한은의 경기·물가 판단은 오히려 강해졌다.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은 기존 전망치인 각각 3.3%, 2.9%를 상당폭 웃돌 것으로 예상됐다. 내년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 상승률도 기존 전망치인 2.3%, 2.5%를 상회할 전망이다. 반도체 수출과 투자가 호조를 이어가는 가운데 소득 여건 개선이 소비 회복으로 연결되면서 수요 측 물가 상승 압력도 커지고 있다는 판단이다.
신 총재는 "성장세나 물가 오름세가 오히려 8월보다도 더 강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지금의 정책 기조를 계속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물가가 목표 수준으로 안정적으로 수렴한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긴축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도 강조했다.
금융불균형 위험도 추가 금리 인상의 근거로 남았다. 한은은 이날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수도권 주택가격의 오름세는 다시 확대됐다"며 "금융안정 측면에서는 수도권 주택시장 및 가계부채와 관련한 금융불균형 위험에 계속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명시했다.
향후 금리 인상 경로를 결정할 주요 변수는 물가 흐름이다. 신 총재는 내년에도 근원물가 상승률이 목표치인 2%를 웃돌겠지만 2028년께 목표 수준에 가까워질 것으로 예상했다.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으로 안정적으로 수렴하도록 정책을 운용하겠다는 설명이다.
중립금리 상승 가능성도 변수다. 신 총재는 AI 투자 확대에 따른 장기자금 수요 증가와 생산성 향상 가능성을 언급하며 "성장률이 올라가면 균형 금리는 같이 따라 올라가게 돼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실제 상승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은 우리가 확답을 할 수 없다"며 판단을 유보했다.
중립금리가 높아지면 같은 기준금리에서도 긴축 효과는 약해질 수 있다. 김진욱 한국씨티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명목 중립금리가 종전 약 2.5%에서 2.7~3.0%로 상승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내년 2분기 이후에도 근원물가 상승률이 2% 중반을 웃돌 경우 최종금리가 3.50%보다 높아질 위험이 있다는 분석이다.
채권시장에서는 오는 11월과 내년 초 각각 0.25%포인트씩 추가 인상해 최종금리가 3.50%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신 총재는 시장이 예상하는 최종금리를 참고하되 반드시 따라갈 필요는 없다며 구체적인 종료 수준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