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정 "3살 때부터 엄마만 보면 경기…마녀 같았다"

이은 기자
2026.08.31 16:15
배우 황석정이 40대 초반까지 어머니와 한마디도 나누지 않았던 사연을 털어놨다. /사진=MBN '김주하의 데이앤나잇' 방송 화면

배우 황석정이 40대 초반까지 어머니와 한마디도 나누지 않았던 사연을 털어놨다.

지난 29일 방송된 MBN 예능 프로그램 '김주하의 데이앤나잇'에는 배우 임현식, 황석정이 출연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방송에서 임현식은 음악 교사 출신인 어머니의 지원으로 1950년대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배웠다고 밝혔다.

임현식은 어머니가 아들의 미래를 위해 한양대 연극영화과 교수와 면담하고, 당시 일본 번역판만 있었던 러시아 연극 연출가 스타니슬랍스키의 '연기론'을 어렵게 구해 6개월에 걸쳐 번역해주기도 했다고 밝혀 모두를 놀라게 했다.

이야기를 듣던 황석정은 "우리 어머니와 반대"라며 가족사를 털어놨다.

배우 황석정이 40대 초반까지 어머니와 한마디도 나누지 않았던 사연을 털어놨다. /사진=MBN '김주하의 데이앤나잇' 방송 화면
배우 황석정이 40대 초반까지 어머니와 한마디도 나누지 않았던 사연을 털어놨다. /사진=MBN '김주하의 데이앤나잇' 방송 화면

황석정은 "저희 어머니도 음악을 하셨다. 음악 교사를 한동안 하셨다. 공부를 워낙 잘하셨다. 집이 가난한데 항상 1등을 하셨다더라. 대학에 못 가게 할까 봐 집을 뛰쳐나와 고등학교 스승을 찾아가서 몰래 대학에 갔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부를 너무 잘하니까 여고 다닐 때 전액 장학금으로 미국 갈 기회가 생겼는데, (집안에서) 그걸 못 가게 했다더라"라며 어머니의 한을 전했다.

그는 "엄마랑 마흔 초반까지 말 한마디 안 해봤다"며 "너무 싫어했다. 옆에만 가도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다. 어머니가 어머니 같았으면 좋겠는데 마녀 같았다"고 어머니에 대한 솔직한 심경을 털어놓았다.

황석정은 아버지가 인민군 소년병이었다며 "아버지의 음악성이 천부적이었다. 노래를 배우지도 않았는데 하이 테너였고, 한국에서는 군악대에 계셨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악사들은 술도 마시고 노름도 했다. 그때 악사들은 삶이 그랬다. 어머니는 악착같이 살아도 돈 한 푼을 안 가지고 오니까 갈수록 화가 났고, 그 화가 내게 왔다"고 털어놨다.

배우 황석정이 40대 초반까지 어머니와 한마디도 나누지 않았던 사연을 털어놨다. /사진=MBN '김주하의 데이앤나잇' 방송 화면

황석정은 어머니와의 관계에 대해 "저는 3살 때부터 엄마만 보면 경기했다. 너무 무섭고 싫었다. 엄마가 '어느 순간 내가 옆에 가면 경기하더라'라고 말씀하시더라"라고 말했다.

그는 "어머니도 아버지도 힘들게 사셨다 보니 평온한 가정이 아니었다. 저는 사랑 받고 싶은 욕구가 있었는데 채워지지 않았다"며 "40대 초반까지 평생 엄마와는 말 한마디도 안 했다"고 고백했다.

이어 "너무 싫어해서 옆에만 가도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다. 엄마가 엄마 같았으면 좋겠는데 마녀 같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머니는) 항상 피아노를 치게 했다. 집에 월세도 못 내고 밥도 못 먹는데 피아노가 있었다. 자식에게 음악을 시키려는 집착이 엄청났다. 결국 동생은 피아노과, 오빠는 음악이론과, 저는 국악과에 갔다"고 설명했다.

배우 황석정이 40대 초반까지 어머니와 한마디도 나누지 않았던 사연을 털어놨다. /사진=MBN '김주하의 데이앤나잇' 방송 화면

황석정은 오랜 시간 멀리했던 어머니와 현재 함께 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어머니가 허리 수술을 하셨는데 말을 못 하고 계시다가 '병원비 내야 하는데 어떡하냐'라며 전화하셨다. 그 말 듣자마자 모시고 왔다. 그때부터 모시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엄마한테 너무 맺힌 게 많다 보니까 엄마와 같이 살면서 그걸 풀려고 애썼다"고 전했다.

황석정은 "배우들은 한 인물을 대할 때 시대 상황 속에 사는 캐릭터로 접근한다. 나도 엄마를 이해하기 위해 엄마를 캐릭터로 보고 분석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정말 똑똑하고 꿈이 있었지만, 전쟁을 겪었고, 사랑받지 못한 채 원하는 걸 이룰 수 없었던, 무시당했던 그 시대의 한 소녀가 보였다"며 "그게 나더라. 엄마의 모든 게 이해됐다. 지금도 엄마가 아니라 그 소녀로 보인다. 그때부터 어머니에 대한 미움이 없어지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머니가 '우리한테 기적이 일어났다'고 하시더라. 어머니에 대한 모든 게 다 풀어졌다. 어머니에게도 제가 친구처럼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석정은 서울대학교 국악과 출신으로 각종 국악기 연주에 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서울대 졸업 후 배우 꿈을 이루기 위해 한국예술종합학교에 다시 한 번 입학했다. 2001년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로 데뷔했으며 영화 '황해' '곡성' '호프' 등에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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