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500가구 이하 재개발·재건축 인허가 권한의 자치구 이양 방안에 대해 오히려 사업 지연과 지역 간 갈등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치구별로 서로 다른 기준이 적용되고 정비구역이 잘게 쪼개지면 서울의 도시계획이 '누더기'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오 시장은 27일 제339회 서울시의회 임시회 시정질문에서 500가구 미만 정비사업 구역 지정 권한 자치구 이양의 문제점을 묻는 최종부 국민의힘 시의원 질의에 "서울시에 정비사업 권한이 과도하게 집중돼 병목현상이 발생한다는 주장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며 "권한 이양만으로 사업기간이 유의미하게 줄어들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정비사업의 주요 인허가 절차 9단계 가운데 서울시가 담당하는 것은 정비구역 지정을 위한 도시계획심의와 사업시행인가 전 통합심의 등 2개다. 조합설립인가와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인가를 비롯해 이주·철거·착공·입주 관련 절차 등 나머지 단계는 자치구가 담당한다.
서울시 심의가 정비사업의 병목으로 작용한다는 주장도 반박했다. 오 시장은 "과거에는 심의에 6개월에서 1년이 걸리는 일도 많았지만 지난 4~5년간 신속통합기획을 도입하고 심의 절차를 통합하면서 현재는 도시계획심의와 통합심의가 1~3개월 안에 끝난다"며 "이를 무시하고 서울시에 병목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현실과 괴리돼 있다"고 말했다.
권한 이양 이후 자치구별 전문인력 부족과 기준 차이로 혼선이 커질 가능성도 지적했다. 오 시장은 "자치구에는 정비사업을 전담하거나 심의 경험을 쌓은 전문인력이 많지 않다"며 "25개 자치구마다 정비사업에 대한 판단과 의지가 다른 상황에서 통일된 기준을 적용하기 어려워 시민들이 불공정하다고 느낄 수 있다"고 밝혔다.
소규모 구역별로 정비사업을 추진하면 광역적인 도시계획의 정합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오 시장은 "5000가구 규모 재정비사업 구역 안에 500가구짜리 사업 여러 개가 따로 들어가면 교통과 학교, 공원 등 기반시설을 종합적으로 계획하기 어렵다"며 "지역 민원에 따라 기존 사업구역이 분파로 쪼개지면 조합 갈등이 심해지고 사업 속도도 더 늦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비사업을 늦추는 핵심 원인으로는 조합 내부의 주도권 다툼과 이주비 대출 제한 등을 꼽았다. 그는 "조합 안에서 이해관계가 다른 집단의 갈등을 조정할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거나 이주 단계에서 대출이 막히면 사업이 지연된다"며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을 한시적으로 완화하고 이주비 대출 규제를 풀어주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또 "전문가와 현장 의견을 충분히 듣지 않은 채 정치적 구호로 권한 이양을 밀어붙이면 큰 후유증이 남고 그 피해는 시민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법을 바꾸기 전에 정책의 장단점을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