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임대 맞아?..."보증금 무려 14억" 서울 아파트 전셋값의 2배

배규민 기자
2026.09.03 16:00

MT리포트 [공공임대의 역설]①

[편집자주] 보증금이 14억원에 육박하는 장기전세주택이 등장하면서 무주택자의 주거 안정을 지원한다는 공공임대의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높은 보증금과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소득·자산 기준의 모순을 짚고 공공임대의 개선 방향을 살펴본다.
강남권 주요 장기전세 보증금 상승 현황, 보증금 10억원 초과 장기전세 모집 물량/그래픽=윤선정

서울 강남권 장기전세주택 보증금이 14억원에 육박했다. 주변 전셋값에 연동해 공공임대 보증금도 5년 새 40% 가까이 뛰면서 최고액은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의 2배에 달했다. 입주자는 일정한 소득·자산 기준을 충족해야 하지만 보증금은 보유할 수 있는 자산의 2배를 웃도는 '공공임대의 역설'이 커지고 있다.

3일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 장기전세Ⅰ·Ⅱ 입주자 모집공고에 따르면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용면적 84㎡의 보증금은 13억8840만원에 이른다. 2021년 모집 당시 10억100만원에서 5년간 3억8740만원(38.7%)이 올랐다. KB부동산이 집계한 지난 8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 7억1178만원보다도 6억7662만원(95.1%) 비싼 수준이다.

보증금 10억원 초과 물량은 '장기전세Ⅰ' 82가구와 '장기전세Ⅱ'인 미리내집 89가구 등 총 171가구다. 일부 단지와 주택형이 겹치지만 SH는 각각 별도로 배정된 물량이라고 설명했다. 전체 171가구 가운데 168가구가 강남·서초구에 몰렸고 나머지 3가구는 양천구에 공급됐다.

단지별 최고 보증금은 반포자이 전용 84㎡ 12억6360만원, 청담자이 전용 82㎡ 11억9340만원, 청담르엘·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59㎡ 11억7000만원 등이다. 래미안 원펜타스와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59㎡도 각각 11억4660만원, 10억4520만원으로 10억원을 웃돌았다.

장기전세주택은 무주택 서울시민에게 주변 시세보다 낮은 보증금으로 공급하는 공공임대주택이다. 장기전세Ⅰ 신청자는 소득과 자산 기준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매입형 전용 60㎡ 이하는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소득의 105%, 맞벌이는 140% 이하다. 전용 60㎡ 초과는 각각 150%, 200% 이하다. 기본 총자산 기준은 6억6200만원, 자동차 가액 기준은 4542만원이다. 최고 보증금은 기본 총자산 기준보다 7억2640만원 많아 2.1배에 달한다.

장기전세 보증금은 인근 2~3개 단지의 전세계약금액 평균을 토대로 정해져 민간 전셋값이 오르면 함께 상승한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 8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1년 전보다 9.2% 올랐다. 신규 입주 감소와 재개발·재건축 이주 수요가 맞물려 강남권 전셋값이 더 오르면 장기전세 보증금도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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