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 도우랬더니 수수료만 챙겨…서울시, 공동시행 관행 손본다

윤지혜 기자
2026.11.02 11:15
명노준 서울시 주택실장./사진=뉴시스

서울시가 소규모주택정비사업에서 공동시행 건설업자가 시공이나 자금조달 책임은 지지 않으면서 총매출액의 2~2.8%를 수수료로 받는 불합리한 관행을 손질한다. 건설업자가 자금력과 전문성이 부족한 조합을 지원하도록 도입된 공동시행 제도가 오히려 책임은 다하지 않은 채 과도한 수수료만 챙기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서울시는 지난달 기준 소규모주택정비사업 공동시행에 참여 중인 건설업자 3곳의 45개 구역 계약서를 '정비사업 표준공동시행 협약서'와 비교·분석한 결과, △불명확한 업무 범위와 불투명한 선정 절차 △과도한 수수료와 선지급 △사업 수행 역량 검증 부재 등 3가지 문제점을 확인했다고 1일 밝혔다.

우선 공동시행 제도의 핵심인 자금조달 업무가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었다. 공동시행 건설업자 선정 절차가 상대적으로 간소한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입찰공고와 총회 의결 등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 선정되는 정비업체와 달리, 공동시행 건설업자는 조합원 과반수 동의만으로 선정할 수 있다. 공동시행자의 사업 수행 역량을 사전에 검증하는 절차도 없어 일부 업체가 여러 사업장을 동시에 맡으면서 사업 관리가 부실해질 우려도 제기됐다.

수수료 체계도 불투명했다. 45개 구역 모두 총매출액의 2.0~2.8%를 수수료로 정했지만, 총매출액의 산정 기준이나 예상 수수료 총액을 계약서에 명시한 곳은 없었다. 분양 수입을 기준으로 계산할 경우 공동시행 건설업자에게 지급하는 용역비가 동일한 업무를 하는 정비업체의 4배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합의 분양 수입이 발생하기 전인 사업시행계획인가 시점까지 수수료의 60~70%를 지급하고, 착공 전까지 최대 80%를 선지급하도록 한 계약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서울시가 지난 7월27일~ 8월7일까지 2개 조합을 대상으로 시·자치구·외부 전문가(변호사·회계사) 합동 실태점검을 실시한 결과, 이런 문제점이 실제 현장에서도 확인됐다. 시는 총 49건의 부적정 사항을 적발해 수사 의뢰 9건, 시정명령 21건, 행정지도 19건을 내렸다.

서울시, 국토부에 법 개정 건의…"현장 감독도 강화"

서울시는 공동시행자 선정 단계의 검증부터 계약상 책임, 사업 운영의 투명성까지 제도 전반을 보완하고 위법·부당 행위에는 엄정 대응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지난 8월, 10월 국토교통부에 소규모주택정비법 개정을 건의했다. 공동시행자의 선정 및 협약 기준을 마련할 법적 근거를 신설하고, 건설업자가 공동시행자로 참여할 경우 시공자로서의 책임도 지도록 법에 명시하자는 내용이다.

이와 별도로 다음달 중 공동시행 표준기준을 마련해 자치구와 조합이 우선 적용하도록 할 계획이다. 현장 관리·감독도 강화한다. 위법·부당 행위가 확인되면 시정명령과 수사 의뢰 등으로 엄정 조치하고, 점검 결과는 해당 조합에 통보해 조합원에게 공개하도록 할 예정이다.

명노준 서울시 주택실장은 "공동시행은 조합이 전문성을 보완 받기 위해 선택하는 제도인데, 조합원이 과도한 수수료 부담을 떠안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법 개정 전이라도 조합원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서울시 표준협약서 적용과 건설업자별 추가 점검을 이어가겠다. 문제가 확인된 구역은 철저히 관리해 조합원 권익을 지켜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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