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컨티뉴에이션펀드' 도입 검토, BDC 특례도 재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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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기업공개) 시장 침체가 장기화하자 정부가 컨티뉴에이션펀드 도입과 BDC(기업성장집합기구) 세제 혜택 등 '세컨더리(구주거래) 활성화' 카드를 꺼내 들었다. 무리하게 IPO를 추진하는 대신 만기가 도래한 벤처펀드의 자금을 유동화해 스타트업이 지속적인 투자를 받을 수 있도록 돕겠다는 취지다. 다만 업계에선 근본적인 회수 시장의 체질 개선을 위해 M&A(인수합병) 활성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컨티뉴에이션 펀드 도입하고 BDC 살려야"
25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모태펀드에 '컨티뉴에이션펀드'를 도입하기 위한 제도 개선에 착수했다. 컨티뉴에이션펀드는 만기가 도래한 펀드의 운용사(GP)가 포트폴리오를 이전받는 조건으로 새로 결성하는 펀드다. 중기부는 모태 자펀드 GP가 해당 펀드를 조성할 때 주요 출자자(LP)인 모태펀드가 재투자를 선택할 수 있도록 약관 개정을 추진 중이다.
목승환 중기부 창업벤처혁신실장은 "회수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벤처투자가 지속되고 펀드를 유동화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며 "컨티뉴에이션펀드 역시 세컨더리 시장을 활성화하고 벤처투자에 시간적 여유를 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멈춰 섰던 BDC 과세 특례도 다시 추진된다. BDC는 일반 투자자가 비상장 벤처·스타트업에 쉽게 투자할 수 있도록 한 제도지만, 세제 혜택이 없어 상품 출시가 지연돼 왔다. 이에 재정경제부는 내년 세제개편안에 BDC 배당소득 9.9% 분리과세 등 혜택을 재추진하기로 했다. BDC는 안정성을 위해 매출이 확실한 후기 스타트업에 주로 투자하는 만큼 세컨더리 시장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 업계 "근본 대책은 M&A 활성화"
업계는 M&A 활성화가 근본 해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IPO와 세컨더리만으로는 최근 급증하고 있는 벤처투자 시장의 유동성을 받아내는 데 한계가 있어서다.
국내 M&A 회수 비중은 해외와 비교하면 턱없이 낮다. 한국벤처투자에 따르면 2025년 모태 자펀드의 회수 수단 중 M&A 비중은 금액 기준 2.3%에 불과했다. 회수의 대부분(90.6%)을 IPO와 장외매각에 의존하는 구조다. 반면 미국과 유럽은 M&A를 통한 회수 비중이 각각 47.3%, 46.4%에 달한다.
대기업의 보수적인 의사결정과 가혹한 규제가 M&A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 VC 관계자는 "과거 카카오가 스타트업 M&A로 사세를 확장할 때 문발식 확장이라는 비판을 받은 이후 대기업들의 M&A 의지가 대폭 꺾였다"며 "최근 강화된 자회사 중복상장 규제도 M&A 후 엑시트 기대감을 낮추는 걸림돌"이라고 짚었다.
최근 열린 한성숙 국무총리 주재 '창업생태계 강화 대토론회'에서도 현장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정보라 스틱벤처스 대표는 "회수가 IPO에 집중되다 보니 투자기업의 본질적 가치나 성장성보다 IPO가 가능한 외형을 갖췄냐에 집중하게 된다"며 "M&A 등 다양한 회수 방법에 대한 지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영식 유니스트 산학협력단 단장도 "M&A 등 엑시트 기회가 다양해지면 더 많은 사람이 창업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벤처투자 선순환에 악영향" 우려 커
코스닥 시장을 '프리미엄'과 '스탠더드'로 나누는 승강제 도입을 앞두고 벤처투자업계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신규 상장기업 대부분이 프리미엄군 진입에 실패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중소형 스타트업의 IPO(기업공개) 위축과 회수 시장 침체라는 연쇄 파장이 불가피해서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이르면 다음달 우량기업을 프리미엄, 나머지는 스탠더드로 분류하되 기준 충족 여부에 따라 등급을 오르내리게 하는 코스닥 승강제의 세부 윤곽을 공개한다. 코스닥 신뢰도를 높여 기관·외국인 자금을 유인하겠다는 취지다.
문제는 신규 상장사 대다수가 스탠더드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미래에셋·NH 등 주요 증권사 분석에 따르면 현재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 기준을 적용할 경우 프리미엄군 진입 기업은 70~80곳에 불과할 전망이다. 프리미엄 요건인 △시가총액 5000억원 이상 또는 시가총액 상위 7% 이내 △최근 3개 사업연도 평균 영업이익 300억원 또는 매출 3000억원 이상 등 기준을 충족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실제 올해 1~7월 코스닥에 신규 입성(스팩 제외)한 20개사 중 시총 5000억원을 넘긴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기술특례로 상장하는 벤처기업 특성상 영업이익 300억원 요건을 충족하기도 쉽지 않다.
신규 상장기업 대다수가 스탠더드로 분류되면 '비우량 기업'이라는 낙인효과를 피하기 어렵다. 한 대형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현재도 기관 자금은 코스닥150에 집중돼 있다"며 "프리미엄군이 70~80개로 좁혀지면 수급 쏠림이 한층 심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벤처기업협회 역시 "스탠더드 기업은 유동성 부족과 기업가치 저평가라는 이중고에 시달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는 주관사들의 중소형주 IPO 기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벤처캐피탈(VC) 역시 투자기업에 상장 시점을 미루고 몸집을 더 키울 것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한 VC 관계자는 "상장 후 주가가 올라야 회수금을 쥐고, 재투자 실탄으로 활용도 가능하다"며 "포트폴리오사가 상장 후 스탠더드로 낙인 찍힐 것이 뻔하다면 상장 자체를 미루고 몸집을 키우는 쪽으로 방향을 트는 사례가 많아질 것"이라고 전했다.
인위적인 등급 나누기보다 시장 신뢰 회복이 우선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상장폐지 기준 강화, 불공정거래 엄벌 등으로 시장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인위적으로 등급을 나누는 코스닥 승강제는 모험자본 순환의 맥을 끊는 부작용만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