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배구조 개선안 (종합)
-당국 유권해석으로 국민연금 사외이사 추천권 강화
-회추위 위원장, 주총서 단독 후보 추천사유 공개 발표
-회장·사외이사 추천 및 선임 근거 기록에 남겨야

당정이 금융지주 회장의 3연임 제한 대신 이사회 내의 회장후보추천위원회(임원후보추천위원회)의 만장일치 동의 절차를 검토하고 있는 것은 위헌 논란이 불거질 수 있어서다. 전세계적으로 금융회사 CEO(최고경영자)의 임기를 법으로 제한한 사례가 없다. 다만 사외이사의 독립성이 전제되지 않으면 도리어 회장의 장기집권을 합리화 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도 상존한다. 이에 따라 당정은 금융지주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의 사외이사 추천권을 확대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한다.
◆ 회장 3연임 결정하는 사외이사 권한 막강해져..회추위 위원장, 주총에서 후보 추천 배경 공개 설명해야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당정은 금융지주 회장의 3연임을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으로 금지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가 위헌 논란이 제기되자 회추위 특별결의 도입으로 방향을 틀었다. 사외이사로 구성된 회추위에서 연임시에는 75%, 3연임시에는 만장일치(100%) 동의를 얻어야 이사회를 거쳐 주총 안건으로 상정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골자다.
금융지주 회사별로 회추위는 대부분 사외이사로만 구성돼 있다. KB금융지주(7명) 하나금융지주(9명) 우리금융지주(7명) BNK금융지주(7명)는 사외이사 전원이 회추위에 참여해 CEO 선임에 모두 관여한다. 신한금융지주는 9명의 사외이사 중 5명이 회추위 멤버이지만 회장 선임시에는 '확대 회추위'를 구성해 사외이사 전원이 사실상 의견을 개진한다. NH농협금융지주의 경우 사외이사 4명과 사내이사 1명, 조합장 출신의 비상임이사 1명 등 6명이 회추위 멤버다.
금융지주 회장의 장기집권을 막기 위해 3연임 금지 대신 회추위의 만장일치 동의 절차를 확정하면 10명이 채 되지 않는 사외이사들이 지주 회장의 임기를 좌지우지 할 수 있게 된다. 그만큼 사외이사의 권한이 대폭 확대되는 것이다.
당정은 사외이사 권한은 강화하되, 독립성과 책임성도 대폭 강화하는 방안을 다각도로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우선 회장 후보나 사외이사 후보 추천 과정에서 추천 사유에 대해선 단계별로 일일이 기록하고 투명하게 공개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누가, 어떤 근거로 회장이나 사외이사를 추천했는지 기록으로 남기면 '참호 구축' 문제를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다.
아울러 회추위 위원장은 주주총회에서 3연임 안건을 상정할 때 해당 후보를 단독 추천한 이유에 대해 공개적으로 설명하는 절차도 신설될 수 있다. 현재는 회추위가 주총에서 후보 선정 배경을 공개적으로 설명하는 절차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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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연금의 사외이사 추천권 행사 위해 유권해석도.."사실상 3연임 금지와 동일 효과"
특히 사외이사의 독립성 강화를 위해 주주의 사외이사 후보 추천권이 대폭 강화된다. 현재 금융지주 지분 0.1% 보유한 주주라면 사외이사 추천권이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금융지주의 지분 6~9%를 보유해 최대주주로 올라선 국민연금의 사외이사 추천권은 확대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국민연금이 사외이사 추천권을 적극 행사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을 유권해석할 방침이다. 국민연금이 일반투자 목적으로 금융지주의 지분을 5% 이상 보유할 경우 사외이사 추천권을 행사하더라도 이를 경영참여로 보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이렇게 되면 국민연금은 별도의 공시 의무(5%)나 단기매매차익 환수 대상(10%)에 포함되지 않아 부담없이 사외이사 추천권을 행사할 수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지주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사외이사를 추천하면 이사회가 이를 거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는 상상하기 어렵다"며 "이렇게 선임된 국민연금 추천 사외이사 1명이 만약 회장의 3연임에 반대표를 던지면 곧바로 연임에 제동이 걸리는 구조이기 때문에 회추위 특별결의 도입시 법적으로 3연임을 제한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회에서도 금융지배구법 개정 논의가 본격화됐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이날 김현정·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을 상정했다. 당정의 추가 논의를 거쳐 이르면 다음달 초쯤에 금융회사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이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달 11일 최종 후보 선출하는 KB금융, 이미 투명성 강화한 절차로 진행

장기간 표류해온 금융지배구조 개선 방안 발표가 임박했다. 금융지배구조 개선안은 국회에서 관련 법이 통과돼야 하는 만큼 적용까진 시간이 필요하지만 실질적으론 KB금융과 iM금융의 회장 선출부터 영향을 줄 전망이다.
◆ KB금융, 27일 회장 후보 3명 압축...iM금융, 회장 자격요건 정비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27일 차기 회장 후보군 6명을 대상으로 1차 인터뷰를 진행한 뒤 숏리스트를 3명으로 압축한다. 이어 다음 달 11일 2차 심층 인터뷰를 실시한 뒤 투표를 통해 최종 후보를 확정할 예정이다. 최종 후보 선정까지 약 3주가 남은 셈이다. 이어 11월 주주총회에서 차기 회장이 확정된다.
현재 후보군은 내부 후보 4명과 외부 후보 2명 등 6명이다. 내부에선 양종희 회장을 비롯해 이재근·이창권 KB금융 부문장, 이환주 KB국민은행장이 이름을 올렸다. 외부 후보는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과 익명을 요청한 1명이다. 회추위는 리더십과 업무경험·전문성·도덕성, 장·단기 건전경영 능력, KB금융 비전과 가치관 공유 등을 회장 자격요건으로 제시한 상태다.
금융권에서는 양 회장이 재임 기간 역대급 실적으로 '리딩금융'의 입지를 확고히 했다는 점에서 연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KB금융은 2024년 사상 첫 '5조 클럽'에 진입한 뒤 지난해 5조843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2년 연속 5조원대의 순익을 거뒀다. 올해 상반기에도 3조8846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며 반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내년 3월 황병우 회장의 임기가 만료되는 iM금융은 최근 회장 자격 요건을 정비하는 등 회장 선출을 위한 작업을 시작했다. 정비된 자격요건에 따르면 국내외 금융기관에서 20년 이상 근무한 경력과 함께 최근 5년 이내 국내외 금융기관 최고경영자 또는 부행장·부사장 이상 경력을 갖춰야 한다. 주주총회 선임 시점 기준 만 67세 이하여야 한다는 연령 요건도 포함됐다.

◆지배구조개선안, KB금융 영향 주나
금융권에선 당초 KB금융이 정부의 지배구조개선안이 적용되는 첫 사례가 될 것으로 예상해 왔다. 하지만 연초에 발표될 것으로 예상됐던 지배구조개선안이 계속 지연되면서 시간상 KB금융 적용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의 지배구조개선안에는 곧바로 적용가능한 내용도 있지만 금융지배구조법을 개정해야 하는 조치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9월초 정부의 개선안이 발표되더라도 당장 다음달 11일 최종 후보를 확정할 예정인 KB금융에 적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다만 KB금융이 정부의 개선안을 무시하고 절차를 진행하기엔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은 그동안 지배구조개선안의 방향을 제시하고 법개정 전이라도 자발적인 도입을 요구해왔다.
KB금융 역시 이번 회장 선출 과정에 금융당국이 지적한 문제들을 반영한 절차를 적용하고 있다. 경영승계절차를 과거보다 1개월 앞당겨 시작함으로써 후보자를 검증할 시간을 늘렸고, 외부 후보자도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게 충분한 내부 자료를 제공하고 인터뷰까지 준비기간도 약 2개월을 뒀다. KB금융은 이밖에도 숏리스트 선정 과정과 이유 등 회추위의 모든 절차를 기록으로 남기고 있다.
이 때문에 연임시 회추위와 주주총회 의결 절차를 강화하는 방안도 최대한 반영해 진행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KB금융은 이미 회추위에서 최종 후보를 확정할때는 만장일치를 원칙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M금융은 아직 공식적인 회추위 가동이 시작되지 않은만큼 지배구조개선 방안이 발표되면 최대한 이를 반영한 절차를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