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신안군 하우리항. CTV(작업자 수송선)를 타고 뱃길로 1시간30분 남짓 달려 영광군 송이도 인근 해상에 들어설 무렵 창밖으로 흰색 풍력발전기가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발전기 사이로 더 들어가자 바다 한가운데 거대한 붉은색 철제 구조물이 시야를 채웠다. 이 구조물의 정체는 '배'다. 길이 123.6m, 폭 58m의 해상풍력 설치선 '한산1호'로 영광낙월해상풍력(이하 낙월해상풍력)의 막바지 해상공사에 투입돼 있다.
일반적인 설치선이 다리를 해저면에 내리고 선체를 수면 위로 들어 올리는 것과 달리 한산1호는 바닷물을 채워 선체 하부를 해저에 가라앉히는 착저식 선박이다. 바닷물을 채운 무게로 선체를 해저면에 고정해 파도에 흔들리지 않는 '해상 작업장'을 만들고 있는 셈이다. 작업을 마치면 물을 빼고 다시 띄워 다음 지점으로 이동한다.
실제 한산1호에 오르자 갑판을 받치는 기둥 아래쪽에 따개비 등 해양생물이 붙은 검은 띠가 선명하게 보였다. 현장 관계자는 "불과 2시간 전까지 바닷물에 잠겨 있던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선박 내부 승강기를 타고 수면 위 40m 높이의 작업 갑판에 오르자 대형 크레인이 솟아 있었다. 이 크레인으로 바다에 세우는 모노파일은 길이 60.2~71.2m, 무게 최대 888톤으로 승용차 약 600대 무게와 맞먹는다. 현장 작업자들은 이를 수직으로 세운 뒤 대형 망치 형태의 장비로 내리쳐 해저 지층에 고정한다. 모노파일 위에 트랜지션피스(TP), 타워와 나셀을 차례로 올리고 미리 조립해둔 블레이드 3개를 연결한다. 기상조건이 좋으면 발전기 1기를 세우는 데 사흘이 걸린다.
완성된 구조물은 가장 높은 블레이드 끝부터 해저에 박힌 모노파일 끝까지 약 250m로 63빌딩(249m) 높이와 맞먹는다. 블레이드가 회전하며 그리는 원의 지름은 165m에 달한다.
낙월해상풍력은 5.7MW(메가와트)급 발전기 64기를 설치하는 총 364.8MW 규모의 사업이다. 명운산업개발이 최대주주로 참여한 SPC(특수목적법인) 낙월블루하트가 시행한다. 현재 모노파일 64기의 설치가 끝났고 터빈 47기가 세워져 이 중 33기가 이미 상업운전에 들어간 상황이다. 오는 10월 케이블 설치가 마무리되면 12월에 전면 상업운전에 돌입하게 된다. 전체가 완공되면 현재 가동 중인 국내 해상풍력단지를 모두 합친 설비용량(364.1MW)을 웃도는 국내 최대 단지가 된다.
시행사의 고민은 다음 사업에 쓸 대형 설치선 확보다. 명운산업개발이 인근에서 추진 중인 한빛해상풍력 사업에는 낙월해상풍력보다 용량이 2배 이상 큰 13.6MW급 발전기 25기가 투입된다. 하지만 한산1호가 감당할 수 있는 터빈은 최대 10MW급이다. 기존 장비를 대폭 개조하거나 더 큰 설치선을 투입해야 한다는 의미다.
김욱진 낙월블루하트 전무는 "시공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 중 하나가 설치선 등 설비 확보였다"며 "해상풍력 사업이 계속돼야 관련 업체들이 선박과 공장설비에 투자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