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생산설비 확대를 넘어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전문기업'으로 도약하는 전환점입니다."
허철홍 GS엔텍 대표는 지난 26일 울산 용잠공장에서 열린 '모노파일 전용 생산설비 준공식'에서 "그동안 정유·석유화학 플랜트 설비를 제작하며 성장해왔다"고 전제한 뒤 "이를 바탕으로 해상풍력 시장에서 안정적인 품질의 모노파일을 생산하고 고객과 약속한 일정에 맞춰 공급할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모노파일은 해상풍력 발전기의 타워와 터빈을 떠받치는 하부구조물이다. 부유식과 삼각대(Tri-Pod), 자켓(Jacket) 등 다른 방식보다 제작 기간이 짧고 비용도 약 20~40% 저렴해 널리 쓰인다. 이날 준공식에는 허태수 GS그룹 회장과 홍순기 부회장 등 그룹 주요 경영진도 참석했다.
허 회장은 "에너지 전환이라는 시대적 변화를 새로운 사업 기회로 삼아 능동적인 사업 전환을 이뤄냈다"며 "그룹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비롯해 신재생에너지와 관련 인프라 등 미래 성장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혀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GS엔텍은 2024년 10월부터 2년간 약 3000억원을 투입해 모노파일 생산라인을 구축했다. 이번 증설로 연간 생산능력은 4만톤에서 15만톤으로 3.75배 늘었다. 특히 15㎿(메가와트)급 풍력터빈용 초대형 모노파일을 생산할 수 있는 아시아 최초·최대 규모의 단일 생산체제를 갖췄다.
이날 찾은 용잠공장에서도 초대형 모노파일 제작 과정이 한눈에 들어왔다. 대형 철판을 다듬는 전처리부터 원통 형태로 구부리는 벤딩, 이를 이어 붙이는 용접까지 거대한 설비가 공장 곳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공정 끝에는 길이 60m짜리 원통형 모노파일 목업이 위용을 드러냈다. 이 구조물 두 개를 이으면 실제 바다에 설치되는 초대형 모노파일 크기가 된다.
1988년 설립된 GS엔텍은 대형 화공기기를 제작해온 GS글로벌 자회사다. 화공기기 시장의 성장 둔화에 대응해 해상풍력을 새 성장동력으로 낙점하고, 2023년 세계 1위 모노파일 업체인 네덜란드 시프(Sif)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이번 자동화 설비에도 시프의 기술이 적용됐다.
성과도 이어지고 있다. 2023년 전남광주 영광낙월 해상풍력(365㎿)에 약 2000억원 규모의 모노파일 64기를 공급하는 계약을 따낸 데 이어 지난 9월에는 태안풍력발전과 504㎿ 규모 태안해상풍력에 들어갈 모노파일 37기 공급 계약을 맺었다. 내년 7월 제작에 착수해 2028년 8월까지 납품할 예정이다.
GS엔텍은 한빛해상풍력과 전남해상풍력 2·3단지 등 국내 해상풍력 시장에서 추가 수주를 노리고 있다. 정책 환경도 우호적이다. 정부는 해상풍력특별법 시행을 계기로 사업자 주도 개발 방식에서 정부가 입지 발굴과 인허가 등을 주도하는 체계로 전환하고 있다. 향후 10년간 총 55GW(기가와트) 규모의 입찰 물량도 제시한 상태다.
해외에서는 첫 공략지로 일본을 낙점하고 1~2개 풍력단지 수주를 추진하고 있다. 2028년 중반 이후에는 한국과 일본에서 연간 9만~18만톤을 선별 수주해 수익성과 공장 가동률을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연매출 목표는 3600억~4000억원이다.
허 대표는 "수주한 프로젝트를 충실히 수행하고, 생산 과정에서 집적되는 경험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제조 역량을 높이고 있다"며 "협력사와 성장하고 국내 해상풍력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기여하면서 그룹의 새로운 성장 기반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