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경쟁력 된 재생에너지…"예측가능한 제도가 투자 키운다"

권다희 기자, 김도균 기자
2026.10.29 17:28

SEP 2026

김범조 KEI컨설팅 전무, 홍유석 LS일렉트릭 ESG경영팀장, 김태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이사, 민동기 한국산업은행 PF2실 발전2팀장, 허수현 한국에너지공단 재생정책처 RE100정책팀장, 송기섭 현대건설 에너지플랫폼Biz팀장(왼쪽부터)이 2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스마트 에너지 플러스 2026' 탄소중립 아카데미 네트워킹 세션에서 패널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재생에너지가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떠오르면서 기업의 전력 조달을 뒷받침할 예측 가능한 제도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정부의 보급 확대가 기업의 실제 구매로 이어지도록 공급 물량과 가격, 계약 절차의 불확실성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태양광 외 다양한 발전원과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2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B홀에서 열린 '스마트 에너지 플러스(SMART ENERGY PLUS·SEP) 2026'의 '탄소중립 아카데미 네트워킹 세션'에서는 '달라지는 환경, 기업의 재생에너지 조달 전략'을 주제로 대응 방안이 논의됐다.

탄소중립 아카데미는 머니투데이가 2021년부터 기업 ESG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매년 상반기 개최해 온 강연·네트워킹 프로그램이다. 이날 세션은 150석이 빈자리 없이 찼으며, 발표와 패널토론에 더해 청중의 질의도 활발하게 이어졌다.

조영준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원장이 2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스마트 에너지 플러스 2026' 탄소중립 아카데미 네트워킹 세션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leekb@

조영준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원 원장은 이날 축사에서 "기업에 재생에너지 사용은 선택이 아닌 중요한 경영 전략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기업들이 협력업체에도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하면서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중견기업에도 주요 과제가 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필요한 전기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합리적인 가격에 확보하느냐가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한다"며 "재생에너지 확대가 기업의 새로운 부담이 아니라 경쟁력을 높이는 기회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발표자와 토론자들 역시 재생에너지 조달이 기업 경쟁력의 주요 요소가 됐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 논의의 초점은 기업이 필요한 시점에 감당할 수 있는 비용으로 재생에너지를 '어떻게' 확보하느냐에 맞춰졌다.

송기섭 현대건설 에너지플랫폼Biz팀장이 2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스마트 에너지 플러스 2026' 탄소중립 아카데미 네트워킹 세션에서 'RE100 시대, 기업 전력 조달의 방향'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송기섭 현대건설 에너지인프라Biz개발실 에너지플랫폼Biz 팀장은 기업의 조달 일정과 정책 효과가 나타나는 시점 사이에 간극이 있다고 짚었다. 그는 "기업들은 적어도 내년, 늦어도 후년까지 의사결정을 해야 2030년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보급 확대와 가격 안정화 방향은 분명하지만, 기업이 언제 얼마나 많은 물량을 어떤 가격에 확보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는 지적이다.

송 팀장은 "단순히 물량이 늘어난다고 기업의 재생에너지 조달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보급 속도와 민간의 구매 수요, 계약·행정 절차가 맞물려야 하기 때문이다. 현대건설이 소규모 발전사업자의 설비 약 100MW를 PPA(전력구매계약) 공급 자원으로 전환하는 데 약 10명의 인력을 투입하고도 1년이 걸렸다는 사례도 소개했다. 발전사업자와 제도·절차를 익히고 실제 거래가 가능한 상태로 만드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김승희 KEI컨설팅 시니어매니저가 2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스마트 에너지 플러스 2026' 탄소중립 아카데미 네트워킹 세션에서 '국내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조달 변화 필요성'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국제 기준과 국내 전기요금 체계의 변화도 주요 변수로 제시됐다. 김승희 KEI컨설팅 시니어 매니저는 과학기반감축목표 이니셔티브(SBTi)와 GHG 프로토콜의 개정 방향을 소개하며 실제 전기를 사용하는 시간대에 재생에너지가 생산됐는지를 확인하는 '시간대별 매칭'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간 전력 사용량만큼 재생에너지를 구매하는 기존 방식에서 시간대별 매칭 요건이 강화되면, 낮에 생산한 태양광 전력으로 야간 전력 사용에 따른 탄소배출까지 상쇄하는 데 제약이 생길 수 있다. 태양광 중심의 조달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워지는 셈이다. 김 매니저는 이러한 변화가 "저녁과 밤 시간대 재생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비태양광 발전원에 대한 기업들의 필요를 크게 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기요금 변화도 조달 경제성을 바꾸는 요인이다. 태양광 보급 확대로 낮 시간대 전력 가격이 낮아지고 저녁에는 상대적으로 비싸지는 흐름이 요금에 반영되면, 낮에만 발전하는 태양광 PPA의 비용 절감 효과가 줄어들 수 있다. 반면 야간에도 발전할 수 있는 풍력·수력 등의 가치는 상대적으로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국내에서는 기업이 경제성 있게 조달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원이 태양광에 편중돼 있다는 한계가 있다. 김 매니저는 이를 보완할 대안으로 태양광과 ESS의 결합을 제시했다. 낮에 생산한 전력을 저장했다가 저녁과 밤에 공급하면 시간대별 매칭에 대응하면서 경제성도 높일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태양광을 얼마에, 언제 살 것인가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저녁과 밤 시간대로 옮겨 글로벌 기준에 맞추고 경제성을 높일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수현 한국에너지공단 재생정책처 RE100정책팀장이 2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스마트 에너지 플러스 2026' 탄소중립 아카데미 네트워킹 세션에서 '재생에너지 정책, 현황과 방향'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leekb@

기업의 선택지를 넓히기 위한 공급 기반 확충과 제도 개선 방향도 소개됐다. 허수현 한국에너지공단 재생정책처 RE100정책팀장은 높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와 수출 중심의 경제구조를 고려할 때 재생에너지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제 에너지 가격 변동에 따른 충격을 줄이고 글로벌 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허 팀장은 높은 발전단가와 복잡한 인허가, 입지 확보와 주민 수용성 문제를 국내 보급의 걸림돌로 꼽았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해상풍력 산업 생태계 조성과 태양광 설치 입지 확대, 이격거리 규제 개선 등을 주요 정책 방향으로 소개했다. 그는 "(재생에너지) 직접 조달에 대한 요구가 최근 높아지고 있다"며 "PPA 공급과 수요를 매칭할 수 있는 비즈니스 플랫폼도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진 패널토론에서는 ESS 역할 등이 강조됐다. 김태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이사는 "실시간 매칭에서 가장 초점을 두는 게 ESS라 했다. 수요에 비해 재생에너지 공급이 부족한 시간대에 더 높은 가격이 형성되면, 그 시간에 전력을 공급하는 ESS의 경제적 가치도 높아질 수 있다는 취지다.

금융권에서도 ESS 시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민동기 산업은행 PF실 팀장은 ESS 중앙계약시장과 관련해 "안정적인 사업이다 보니 낮은 금리로 지원하려는 금융권의 경쟁도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범조 KEI컨설팅 전무, 홍유석 LS일렉트릭 ESG경영팀장, 김태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이사, 민동기 한국산업은행 PF2실 발전2팀장, 허수현 한국에너지공단 재생정책처 RE100정책팀장, 송기섭 현대건설 에너지플랫폼Biz팀장(왼쪽부터)이 2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스마트 에너지 플러스 2026' 탄소중립 아카데미 네트워킹 세션에서 패널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수요기업은 제도 변화 속에서 조달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현실을 전했다. 홍유석 LS일렉트릭 ESG경영팀장은 "RE100 기업으로서 2030년 중간 목표가 있기 때문에 PPA 등을 통한 조달을 검토 중"이라며 "여러 가지 제도적 변수 때문에 망설이게 되는 부분도 있고, 조금씩 시장 상황을 보면서 해나가고 있다"고 했다. 송기섭 팀장은 패널 토론에서 "기업이 예측 가능성을 가지고 '내가 투자하겠다, 전기를 사겠다'는 답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가장 좋은 정책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재차 밝혔다.

좌장을 맡은 김범조 KEI컨설팅 전무는 재생에너지 확대가 전력시장 체계의 전환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정부가 불확실한 기간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이 지금 투자할지, 2~3년 뒤로 미룰지 판단하려면 제도 도입 여부와 시점부터 명확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그런 부분들이 빨리 확립돼야 투자가 이뤄지고, 그 투자가 장기적으로 재생에너지의 가격 하락과 보급 확대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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