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EV)를 넘어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까지 앞세워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경쟁 구도를 바꾸고 있다. 기존 완성차 업체들이 판매하는 일반 하이브리드(HEV)보다 저렴한 가격에 PHEV를 공급하면서 신흥시장의 가격·성능 기준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29일 서울 강남구 엘타워에서 열린 '모빌리티 글로벌 미디어 브리핑'에서 이상민 모빌리티 글로벌 수석 리서치 애널리스트는 "중국 업체들이 기존 완성차 업체들이 공급하던 풀 하이브리드보다 더 싼 가격에 플러그인하이브리드로 진입하고 있다"며 "시장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업체들의 공세가 두드러지는 곳은 인도와 동남아시아, 브라질 등 신흥시장이다. 기존 완성차 업체들이 내연기관에서 HEV, PHEV로 넘어갈수록 가격을 높여온 것과 달리 중국 업체들은 높은 전동화 사양을 낮은 가격에 제공하고 있다. 이 애널리스트는 "기존 업체들이 다음 세대에 공급하려던 기술을 중국 업체들이 먼저 저렴하게 제공하면서 소비자들의 기대치가 완전히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발 속도에서도 격차가 나타난다. 기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신차 개발에 통상 36~48개월, 길게는 50개월 이상 소요되는 반면 중국 업체들은 18~24개월로 단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애널리스트는 "우리가 한 번 신차를 개발하는 동안 중국 업체들은 거의 두 번의 개발주기를 거친다"고 말했다.
중국차의 해외 생산도 빠르게 확대될 전망이다. 마크 풀소프 모빌리티 글로벌 글로벌 경량차 생산 전망 총괄 디렉터는 2033년 중국 업체들의 생산량이 유럽 300만대, 브라질 180만대, 남아시아·아세안 150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세 지역에서만 연간 630만대 규모다.
중국 내수시장 부진도 해외 진출을 재촉하는 요인이다. 헤너 레네 모빌리티 글로벌 전망·리서치 부문 부사장은 중국 자동차 시장이 2031년 이전에는 2025년 판매 수준을 회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업체들이 내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해외 시장에 더욱 적극적으로 진출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중국 업체들의 공세는 인도·아세안·남미를 주요 성장시장으로 삼고 있는 현대차(292,500원 ▼3,500 -1.18%)·기아(108,300원 ▲400 +0.37%)에도 부담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현대차그룹의 다중 파워트레인 전략이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적절한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독자들의 PICK
지금 6,895명 읽는 중
이 애널리스트는 "지금처럼 시장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는 전기차나 하이브리드 하나의 노선으로만 가는 것은 무리"라며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생각하면 하이브리드에 집중하는 것도 전기차만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대차가 하고 있는 전략도 글로벌 수준에서 보면 굉장히 잘하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