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이 감자 스낵 연매출 1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한국과 중국, 베트남 등에서 사용하는 연간 감자량만 23만톤이다. 제과업체를 넘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감자 종자회사'로 도약한 오리온의 원료 중심 경영이 결실을 맺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오리온의 감자스낵 전체 매출은 8740억원(해외 매출 73%)으로 집계됐다. 오리온이 현재 한국, 중국, 베트남 등 시장에서 선보이고 있는 감자스낵은 포카칩 등 6개 브랜드다. 맛에 따른 전체 제품 수는 70여종이다. 오리온 과자 중 연매출 1000억원 넘는 글로벌 메가브랜드는 9개인데 △포카칩 △오!감자 △스윙칩 △예감 등 4개가 감자스낵이다.
오리온은 1988년 국내 민간기업 최초로 '감자연구소'를 설립했다. "좋은 제품은 좋은 원료에서 나온다"는 철학 아래 우수한 전용 감자 품종 개발에 직접 나섰다. 감자스낵 시장의 핵심 경쟁력은 '가공 적합성'이다. 맛과 고형분 수율, 색상, 결함 유무는 물론 저온 당화저항성과 내병성까지 갖춰야 한다.
이러한 가공용 신품종을 개발하려면 10년이 넘는 시간과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수백 개의 교배모본 중 50만분의 1 확률을 뚫어야 비로소 우수한 품종 하나가 나온다. 전 세계에서 감자 스낵을 위해 품종까지 직접 연구하고 개발하는 기업은 오리온과 펩시코, 가루비 단 3곳뿐이다.
오리온은 그동안 두백(2000년), 진서(2023년), 정감(2024년) 등 감자 신품종을 자체 개발했다. 특히 대표 품종인 '두백'은 2020년부터 강원도감자종자진흥원과 협력해 농가에 보급됐다. 현재 국내 여름 감자 생산량의 90%를 차지하며 농가 소득 증대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해외 시장 확장도 가속화하고 있다. 베트남엔 2016년부터 두백, 진서 씨감자를 수출하며 '감자 종자 수출을 통한 산업화'의 첫 사례를 썼다. 중국에선 2024년 신품종 'OA2132' 개발을 완료하고 특허를 출원 중이다.
현재 오리온이 한국과 중국, 베트남 등 3개국에서 계약 재배 및 직영 농장으로 운용하는 감자 재배 면적은 총 3000ha(약 35㎢)다. 이는 여의도 면적의 10배, 축구장 4200개를 합친 규모다. 한국 법인은 올해에만 300여 농가를 통해 1만5000톤의 햇감자를 조달할 계획이다.
종자산업은 흔히 '제2의 반도체'로 불리는 미래 고부가가치 분야다. 그러나 국내 민간 종자시장은 여전히 세계 시장의 1% 수준에 머물러 있고, 주요 채소 종자의 외화 의존도 역시 높은 실정이다. 정부가 내년까지 종자산업을 1조2000억원 규모로 키우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가운데, 오리온의 적극적인 종자 연구와 농가 상생 모델은 민간 기업이 나아가야 할 이정표를 보여주는 셈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감자 스낵 하나를 만들기 위해 종자 개발부터 농가 계약재배, 글로벌 수급 체계 구축까지 40년 가까이 공을 들여왔다"며 "좋은 원료에 대한 집념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K스낵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