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지순례 다음은 떡? 창억떡 웨이팅만 500번, 배달되는데 굳이 왜…

김희정 기자
2026.08.30 12:20
수도권 첫 '창억떡' 매장인 용인점 개점 초기 손님이 몰리는 가운데 '코코아설기' 제품은 1인 1구매 원칙이라는 안내문이 부착돼있다. /사진=독자 제공

"9시에 도착해서 오후 2시 35분에 입장 알람 받았어요. 저는 414번째, 남편은 415번으로 나란히 400번대였네요."

빵집을 찾아다니던 '빵지순례' 트렌드가 떡집으로 옮겨가고 있다.

소셜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 썸트렌드(Sometrend)가 올해 1월부터 8월 23일까지 블로그·커뮤니티·인스타그램 원문을 분석한 결과, 떡을 '디저트'로 지칭한 텍스트(떡볶이 제외)가 전년 동기보다 블로그 39.7%, 커뮤니티 47.7% 늘었다. 같은 기간 '떡집' 언급량도 43.7% 증가했다.

빵지순례의 중심엔 광주 대표 떡집 창억떡이 있다. 창억떡 언급량은 2월까지 잠잠하다가 3월 들어 세 채널 모두에서 열 배 넘게 폭증했다. 특히 인스타그램은 2월 60건에서 3월 1021건으로 1602% 뛰었다. 이후 다섯 달간 완만히 내려가던 곡선은 8월 14~20일 더현대 서울 팝업스토어를 계기로 다시 치솟았다.

해당 팝업은 광주 먹거리 4곳을 묶은 '광주를 잇(EAT)다' 기획의 일환으로 열렸는데, 매일 오전 9시 20분 지하 2층에서 사전 웨이팅을 접수해 대기번호가 500번대까지 발급됐다.한 소비자는 인스타그램에 "167번째 웨이팅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 500번대까지 갔더라"는 후기를 남겼고, 다른 이용자는 "9시에 도착해 오후 2시 35분에야 입장 알림을 받았다"고 전했다.

창억떡은 이미 냉동 택배로 전국 어디에서든 살 수 있다. 그런데도 다섯 시간까지 웨이팅이 이어지는 이유는 냉동과 당일 제조 사이의 식감 차이가 원인으로 꼽힌다. 한 인스타그램 이용자는 "냉동 창억떡이랑 당일제조 사이 차이가 있을까 궁금했는데 확실히 당일제조가 부드럽다"고 평했다.

다만 "맛은 확실히 맛있지만 몇 시간씩 줄 서는 건 굳이…"라는 피로감을 드러내는 반응도 함께 나타났다. 창억떡은 지난 21일 경기 동탄에 수도권 첫 정식 매장을 열었고, 팝업 종료 이후에도 인스타그램 일평균 언급량은 팝업 기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떡지순례의 또 다른 한 축은 '피자설기'다. 창억떡과는 달리 특정 브랜드가 아니라 조리법 자체가 동네 떡집마다 퍼지는 방식으로 확산됐다. 발원지로 꼽히는 부산 영도에선 1400~1500원에 1인 10개 구매 제한을 뒀고, 새벽 웨이팅으로까지 번졌다. 이어 대구·광주·인천·창원 등으로 열기가 이어지며 지역마다 가격과 판매 방식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지난 14일부터는 롯데백화점 잠실 팝업에 전국 떡집 5곳이 동시에 입점하기도 했다. 블로그 연관어에서는 '전자레인지'가 페퍼로니·백설기와 비슷한 순위로 등장하는데, 집에서 살짝 데우면 매장에서 파는 것과 비슷한 비주얼이 재현된다는 점이 확산 속도를 높인 요인으로 분석된다.

전통 떡집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공주 산성시장의 부자떡집은 별도의 신제품 없이도 블로그 언급량이 853건에서 5463건으로 540% 늘었다. 연관어를 보면 '여행', '공주여행', '코스', '주차장' 등 동선 관련 표현이 압도적으로 많아, 단독 목적지가 아니라 공산성·산성시장으로 이어지는 당일치기 여행 코스의 한 정거장으로 소비된다.

디저트 문화가 발달하면서 선택지가 다양해지자 떡을 찾는 수요도 점차 줄어드는 가운데 지난 3월 11일 서울 시내의 한 떡집에서 직원들이 떡을 포장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한 달 동안 시그니처 메뉴인 알밤모찌만 블로그에서 2622건 언급됐는데, 지역 특산물인 밤을 활용해 '여행지에서만 살 수 있다'는 점이 구매 포인트로 작용하고 있다. 반면 서울 도심의 낙원떡집은 같은 기간 언급량이 오히려 10.9% 줄어 지역성이나 화제성이 없는 전통 떡집은 정체되는 양상이다 .

빵을 찾던 소비자들이 소비자들이 떡을 찾는 이유가 뭘까. 떡과 관련된 식감 감성어 1~3위는 모두 '쫀득', '쫄깃', '부드러운' 등의 촉감 표현이 대세를 이뤘다. 밀가루 기반 디저트가 재현하기 어려운 씹는 경험이 떡의 핵심 경쟁력으로 지목된다. 간식 속성에서는 1위 감성어가 '건강한'으로 나타나 소비자들이 떡을 죄책감 없는 간식으로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보고서는 팝업 매장 및 수도권 최초 매장의 화제성은 '지금, 여기서만'이라는 희소성에서 비롯되는 만큼, 상시 구매가 가능해진 후에도 같은 열기가 유지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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