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최정은씨(32)는 일주일에 3번 잠들기 전 유튜브로 잔잔한 노래를 틀어놓고 명상을 한다. 싱잉볼을 연습하며 마음을 가라앉히고 집에 걸어둔 '내면의 소리를 들어라'는 문구와 부처 그림이 있는 포스터를 보며 하루를 정리한다. 최씨는 불교 신자는 아니지만 불교에서 전하는 메시지가 일상에서 마음을 다스리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불교가 패션·굿즈·명상 등 '힐링과 마음챙김을 위한 콘텐츠'로 각광을 받고 있다. 번아웃에 지친 2030세대가 불교를 자신의 마음을 돌보는 취향으로 받아들이면서 유통업계도 불교 철학을 재치 있는 문구와 디자인으로 풀어낸 굿즈부터 명상 도구까지 활용하는 모습이다.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불교 라이프스타일 브랜드가 부쩍 늘었다. 방탄소년단 RM이 입어 화제가 된 불교 패션 브랜드 '바반투'가 대표적이다. 헤드셋을 쓴 부처의 모습을 담은 티셔츠나 '너는 잘 될 운명을 타고났다'는 문구와 부처 그림을 결합한 포스터 등 엄숙한 불교 이미지에서 벗어난 상품으로 관심을 모았다.
롯데백화점이 6월 부산본점에서 연 바반투 팝업은 2030세대 구매 비중이 절반을 넘어섰다. 무신사는 5월 '바반투 젠 무드 컬렉션'을 단독 선발매하고 홍대 매장에서 팝업을 열었다. 모자와 가방, 키링, 바지 등 무신사 단독 상품 16개를 포함해 100여개 상품을 선보였다.
롯데백화점이 7월 부산본점에서 불교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해탈컴퍼니와 협업한 팝업의 구매객수는 일주일간 3000명 이상 기록했다. '극락도 락이다' 티셔츠, '깨닫다! 클릭커 키링', '개큰지혜 머그컵' 등 불교 철학을 재치 있게 풀어낸 상품들이 인기를 끌었다. 구매고객 중 2030세대 비중이 80%로 나타났다.
롯데몰은 지난 3일부터 9일까지 김포공항점에서 '힙불교' 팝업을 열었다. '힙부즈', '하나바나마', '붓다를 붓다', '니르바' 등 불교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브랜드가 참여해 '회피하지 말고 해피하기 머그컵', '중생인형' 키링 등을 선보였다. 고객이 염원을 담은 문장을 남기면 행사 종료 후 절에 가져가 대신 소원을 빌어 주는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갤러리아백화점은 명상에 초점을 맞췄다. 서울 명품관에서 국내 싱잉볼 브랜드 '오감소' 팝업을 열고 명상 보조도구 싱잉볼을 판매했다. 싱잉볼은 불교 문화에서 유래한 도구로 소리의 울림을 통해 심신의 이완을 돕는다. 입문자용 제품부터 100만원대 전문가용 세트까지 구성했다.
스타필드 수원은 '이너피스'를 주제로 이색 굿즈 팝업을 선보였다. 반가사유상이나 목탁 키링, 액운을 막아준다는 의미의 불국사 문고리 자석 등을 판매했다.
업계는 부처의 가르침과 불교의 상징을 그대로 전달하기보다 패션과 캐릭터, 디자인, 명상 등 젊은 층이 익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형태로 재해석하면서 종교의 문턱을 낮추고 있다. 상품에서 두드러지는 특징도 종교적 의미보다 일상을 환기하는 메시지나 취향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최근 불교를 재해석한 브랜드가 젊은 세대에게는 새롭고 재미있는 문화 경험으로, 기성세대에게는 삶에 대한 통찰을 담은 콘텐츠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