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를 이렇게 올려도 대출을 받아간다고?"
최근 보험사와 캐피탈 관계자에게서 들은 말이다. 은행권 대출이 막히면서 2금융권을 찾는 이들이 늘자 금리를 높이고 있는데도 차주들이 기꺼이(?) 대출을 받아 간다는 얘기였다. 금융회사 직원인 본인들조차 "이 정도 금리라면 빌리지 않겠다"고 생각할 만한 수준인데도 대출 창구를 찾는 발길이 끊이지 않는 모습이 신기하다는 눈치였다.
보통 은행 대출을 잠그면 대출 수요는 자연스럽게 2금융권으로 옮겨간다. 실제로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올해 상반기(1~6월) 업권별 가계대출 증감 추이를 보면 2금융권 가계대출은 13조3000억원 급증했다. 지난해 연간 2금융권 대출 증가액이 4조9000억원에 그친 점을 고려하면 매우 가파른 속도다. 은행 대출이 어려워지자 상호금융과 보험사로 수요가 몰린 탓이다.
매년 대출이 줄던 보험업권에서만 상반기 대출이 2조원 증가하는 이례적 흐름이 나타났다. 보험사들은 부담스럽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을 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대면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을 중단하고, 신규취급을 제한하거나 대출한도를 낮췄다. 그러자 차주들은 해약환급금을 담보로 잡는 약관대출에 몰리고 있다. 보험사 입장에선 이마저 막았다가 고객들이 아예 보험계약을 해지할까 전전긍긍이다.
대출이 꼭 필요한 차주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은행 대출이 막히면, 더 비싼 이자를 주고 빌리고, 이마저 막히면 보험을 해지해서라도 현금을 마련한다. 그만큼 통계에 잡히지 않는 사금융이나 불법금융으로 밀려난 자금 수요도 적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대출을 틀어막아도 어디에선가 계속 대출이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대출을 빌리기 위해 2금융권을 찾는 이들 가운데선 현재 수준의 규제가 아니었다면 은행에서 더 저렴하게 해결할 수 있었다는 불만이 적지 않다. 가계대출을 억제하겠다는 규제가 차주의 이자 부담을 키우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게 현실이다.
사실 2금융권의 높은 금리는 그 자체로 상당히 높은 대출 문턱이다. 그럼에도 대출을 받는 차주라면 그만큼의 비용을 감수하고서라도 현금이 필요할 실수요자일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중엔 빚투(빚내서 투자)를 위한 종잣돈이 필요한 탐욕적(?) 수요도 포함돼 있다. 우리 경제의 뇌관 중 하나인 천문학적인 가계대출은 정부가 반드시 관리해야 하는 리스크임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그 관리 방식이 숫자(대출총량)에만 매몰돼 실수요자의 부담을 가중시킨 방식이어선 곤란하다. 차주의 상환 능력과 대출 목적을 확인하고 과도한 금리 부담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보다 세밀한 방식으로 설계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