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집 지을 땅 없다지만…용산공원 '공급'과 '보존' 사이

정혜윤 기자
2026.08.28 04:50
(서울=뉴스1) 이종수 기자 = 사진은 23일 서울 용산구 용산공원 일대 모습. 2026.8.23/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이종수 기자

"오죽하면 용산까지 꺼냈겠어요."

정부 관계자의 말에는 답답함이 묻어났다. 자신도 애초 용산공원에 집을 짓는 데 반대했다고 했다. 오랜 기간 국가공원으로 조성해온 땅을 주택 공급을 위해 다시 들여다보는 게 부담스럽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서울에 집은 부족하고 당장 활용할 땅은 마땅치 않다. 대통령의 공급 확대 의지도 강한 만큼 용산공원까지 주택 공급 카드로 고민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였다.

지난 4일 머니투데이가 용산어린이정원 주택 공급 검토를 처음 보도한 뒤 논의는 삽시간에 용산공원 전체로 번졌다. 이후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은 두 차례 만나 용산공원 활용 방안을 논의했지만 입장 차만 확인했을 뿐이다. 이 과정에서 오 시장은 탄천물재생센터와 동부도로사업소, SETEC 등을 묶어 최대 1만3000가구를 공급하는 대안을 제시했다. 정부도 타당성을 검토하기로 했다.

하지만 탄천이라고 해서 답이 간단한 건 아니다. 김 장관은 탄천물재생센터를 옮기는 것보다 "어디로 이전할지가 더 어렵다"고 했다. 기피 시설인 물재생센터를 받아줄 새로운 지역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아직 이전 대상지도, 사업 방식도 정해지지 않은 만큼 당장의 공급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용산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검토하는 곳은 장교 숙소와 옛 방위사업청 부지, 병원·학교 등 이미 훼손된 부지지만 구체적인 대상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어떤 주택을 지을지, 임대와 분양을 어떻게 나눌지도 결정되지 않았다. 김 장관이 서울시와 협의가 잘되면 3만~4만가구를 추가해 10만가구 이상의 공급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지만 구체적인 사업계획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한 번 훼손하면 되돌리기 어려운 국가공원을 지키자는 목소리를 가볍게 볼 수 없다. 그렇다고 공급 부족이라는 현실을 외면해서도 안된다. 세제와 대출이 조여지는 상황에서도 집값은 뛰고 실수요자가 올라설 주거사다리는 계속 좁아지고 있다.

중요한 건 용산이냐 탄천이냐를 놓고 주도권을 다투는 게 아니다. 어디에 몇 가구를 공급할 수 있을지, 사업에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카드의 현실성부터 따져봐야 한다. 집이 부족하다는 절박함이 또 다른 '공급 카드'를 꺼내는 이유라면 이제는 카드가 아니라 실제 집으로 증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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