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출생아 수 증가율과 증가 규모 모두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한국 망했다'며 저출산에 대한 우려가 깊었지만 합계출산율은 7년 만에 연간 0.9명대를 회복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인구 규모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합계출산율인 2.1명이나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합계출산율 1.4명(2024년 기준)에는 아직도 턱없이 부족하지만 청년들이 다시 아이를 갖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뜻깊다.
이러한 낭보에도 주무 기관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는 공식 발언 없이 조용했다. 저고위는 합계출산율 통계를 점검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야 할 책무가 있는데, 역대 최대 출산율 반등에 대한 정부 입장이 나오지 않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저고위는 지난 4월 김진오 전 CBS사장이 장관급인 부위원장으로 취임한 뒤 약 4개월간 뚜렷한 존재감을 나타내지 않았다. 저고위는 지난 12일 '2026년 세제개편안'에 맞춰 혼인·출산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기존 부처들의 계획을 묶어서 소개할 뿐 저고위가 정책 결정 과정 속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과거 △주거대출 등 소득요건 개편해 결혼 패널티 완화 △1~2주 단위 단기 육아휴직 신설 △공항·고속도로 다자녀 혜택 확대 등 굵직한 정책부터 생활밀접형까지 저고위가 주도했던 것과 사뭇 다르다.
최근 공식석상에서의 발언도 원론적인 수준에 그친다. 김 부위원장은 지난 24일 중국 대련 국제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2026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인구정책포럼에 참석해 "한국은 일생활균형, 돌봄 지원, 주거 지원 등 정책적 대응과 사회문화적 인식 개선 노력을 병행한 결과, 9년 만에 합계출산율과 출생아 수가 동시에 반등하는 기틀을 마련했다"고 언급했을 뿐이다. 정부가 출산율을 추가로 상승시키기 위해 무엇을 할지, 구체적 대책이나 일정 등은 공개적으로 밝힌 바가 없다.
저고위가 다음달 10일 인구전략위원회(인구전략위)로 확대·개편되지만 존재감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인구전략위는 인구정책 컨트롤타워로 인구 관련 예산을 관계부처와 조율하고, 올해 '제1차 국가인구전략 기본계획'을 발표해야 한다. 한 인구정책 전문가는 "청년 지원, 지방소멸 완화, AI(인공지능) 사회혁신 등 인구전략위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궁무진한데 기본계획에서 얼마나 상세하게 다룰 지 의문"이라며 "부처가 가져온 사업을 허락만 해주는 수동적인 심의·의결 기구에 그쳐서는 안된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