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 사회는 놀라운 장면을 목격했다. 중소벤처기업부 대국민 창업 오디션인 '모두의 창업'에 총 15만명이 도전장을 냈다. 정부 창업·아이디어 공모전 사상 최대규모다. 20대가 가장 많았지만 10대 후반의 학생부터 50대 시니어까지, 나이와 지역을 가리지 않고 창업 아이디어를 들고 나섰다.
많이 지원하기만 한 것이 아니다. 1차에서만 12.6대 1의 경쟁을 뚫은 5000명이 멘토링과 보육을 거쳤고, 이중 1100명이 2라운드에 올랐다. 도전을 시작한 지 두 달 만에 투자를 유치하고 특허를 출원한 팀도 나왔다. 선발되지 못한 5만여 명에게도 멘토의 평가 의견과 재도전 멘토링이 돌아갔다. 실패한 도전이 자산으로 남는 구조, 이것이 1차 모두의 창업이 남긴 가장 큰 성과다. 실패와 재도전의 경험을 높이 사는 벤처캐피탈의 시선이 사회 전반에 뿌리내릴 때 창업은 비로소 꽃필 수 있기 때문이다.
1차에 이어 2차 모두의 창업이 본격적으로 막을 올린다. 담당 부처의 장관이 바뀌는 과정에서도 정책의 동력은 꺾이지 않았다. 신임 이소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취임과 함께 모두의 창업을 핵심 과제로 이어받아,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지속 가능한 창업 정책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번 2차 선발 규모는 1만명으로 두 배 늘었고, 그중 70% 이상이 비수도권의 몫이다. 창업의 기회가 수도권 밖으로, 재도전자와 청소년에게까지 넓어졌다. 아이디어 단계부터 시제품 제작, 투자 연계까지 단계별로 이어지는 지원 구조도 한층 탄탄해졌다.
그러나 2차의 성공은 정부의 노력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아이디어가 사업이 되고, 사업이 기업이 되려면 결국 시장의 자본이 뒤를 받쳐야 한다. 벤처캐피탈 업계도 투자자이자 멘토로 도전자들 곁에 서겠다.
이들이 성장한 뒤 나아갈 길도 넓혀야 한다. 창업이 투자로, 투자가 성장과 회수로, 회수된 자금이 다시 새로운 창업으로 이어질 때 '국가창업시대'는 구호가 아닌 현실이 된다. 벤처캐피탈협회가 세계 최고 수준의 벤처 생태계 조성을 위해 코스닥 활성화와 회수시장 정상화를 꾸준히 요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 해법으로 협회가 제안해 온 것이 '코스닥 활성화 펀드'다. 테슬라는 나스닥 상장 후 10년 가까이 적자를 냈지만, 기관 중심의 시장에서 꾸준히 자금을 조달하며 세계적인 기업이 됐다. 반면 코스닥은 개인투자자가 80%에 이르고 기관은 한 자릿수에 그쳐 상장한 혁신기업이 안정적으로 장기 성장 자금을 조달하기 어렵다.
국민성장펀드를 마중물 삼아 연기금과 정책금융, 민간자금이 함께 참여하는 30조원 규모의 기관 중심 장기 펀드를 만들고, 이 펀드가 상장 이후의 성장까지 뒷받침한다면 모두의 창업에서 시작한 도전이 코스닥을 거쳐 글로벌 기업으로 이어지는 길이 열릴 것이다.
15만명이 창업의 문을 두드렸으니, 이제는 생태계가 응답할 차례다. 정부는 도전의 기회를 넓히고, 벤처캐피탈은 자본과 경험을 보태고, 자본시장은 성장의 무대를 열어야 한다. 그렇게 될 때 이번 도전자 가운데 누군가를 머지않아 투자심사 현장에서 만나고, 10년 뒤에는 세계 시장을 누비는 기업의 창업자가 되어 있을 것이라 믿는다. 그 첫걸음을 내딛는 1만명의 도전자와 이번 2차 모두의 창업을 통해 창업의 문을 두드린 모든 이에게 아낌없는 응원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