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경제는 물론 정치, 사회 전반에 걸린 여러 전문가들의 고견을 들을 수 있습니다.여러 사람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음으로써 세상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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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0 탄소중립'의 핵심 경로 중 하나는 산업·수송·건물에서 화석연료를 전력으로 대체하고, 그 전력을 무탄소 전원으로 공급하는 것이다. 특히 철강, 석유화학·정유 등 제조업의 탈탄소를 위해서는 생산공정의 전력화 확대가 핵심 과제다. 이를 뒷받침하려면 전기요금의 가격신호가 올바르게 작동해야 한다. 산업 경쟁력을 훼손하지 않는 합리적인 요금 수준, 투자의 예측 가능성을 지키는 안정적인 조정 속도, 늘어나는 전력수요를 계통 여력이 있는 지역으로 유도하는 지역별 가격신호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산업용 전기요금의 수준과 상승 속도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2022년 이후 산업용 전기요금은 일곱 차례에 걸쳐 약 70% 상승했다. 산업부문의 탈탄소를 위해 전력 의존도는 높아져야 하는데, 정작 전력가격은 단기간에 크게 오른 것이다. 이러한 요금 상승기에 포스코는 2023년 광양에 연산 250만톤 규모의 전기로 신설을 의결해 올해 6월 준공했다. 이 전기로는 고로 대비 탄소배출을 약 75% 줄일 수 있지만, 투자와 건설이 진행되는 사이 전기요금이 크게 오르며 전력비 부담도 커졌다.
지난 7월18일 인천 서해구 쿠팡 물류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는 무려 109시간40분 만에 완진됐다. 소방청은 화재 발생 8시간 후 '국가소방동원령'을 발령하고 인력 845명과 장비 239대를 투입해 진화에 전력을 다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발화 지점으로 추정되는 6층 메자닌(복층 적재 구조) 2층에는 충전식 배터리를 포함한 생활가전이 다량 적재돼 있었으며 화재 진행 중 강한 복사열로 방화셔터가 손상돼 방화구획 기능이 상실됐다. 이는 랙크식 고층 적재 구조에서 화재하중이 집중될 경우 기존의 설계기준으로는 화재 대응에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물류창고는 일반건축물에 비해 층고가 높고 무창층으로 이뤄져 있다. 이 때문에 랙크식 적재로 화재하중이 수직 집중돼 화재 시 화염이 급속히 확산될 위험이 크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6월까지 전국 창고 화재는 7353건, 사망 27명, 부상 282명에 달했다. 최근 5년간 대형화재 20건의 재산피해도 1조원을 넘었다. 그러나 상당수의 기존 물류창고는 2021년 강화된 성능위주설계(PBD) 의무 대상에서 제외됐고 이번 쿠팡 물류센터도 규제 적용 시점 이전인 2020년에 준공 허가를 받아 강화된 기준을 적용받지 않았다.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 올해 상반기 K뷰티 수출액이 70억달러(약 10조원)를 넘어섰다. 전년 동기 대비 27. 3% 늘어난 역대 상반기 최대 실적이다. 그런데 실적이 오를수록 따라붙는 질문이 있다. 이 호황이 한때의 유행은 아닐까. K뷰티가 이미 정점에 다다랐다는 회의론도 있지만, 지금은 오히려 더 큰 도약을 위한 발판 위에 올라선 단계에 가깝다. 다만 이 흐름을 이어가려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제품력과 고객 관계다. 뛰어난 제품력은 K뷰티의 근간이자 협상 불가능한 전제지만, 제품만으로는 부족하다. 알고리즘과 할인으로 데려온 고객은 더 새로운 유행을 좇아 쉽게 떠난다. 지난해 PwC 조사에서 미국 소비자의 52%는 한 번의 나쁜 경험 이후 그 브랜드를 다시 찾지 않았다고 답했다. 경영진의 약 90%는 고객 충성도가 높아졌다고 봤지만 동의한 소비자는 약 40%에 그쳤다. 이 간극을 메우는 길은 분명하다.
기상기후데이터의 활용 측면에서 과거와 현재를 비교해 보자. 과거 기상정보는 '오늘 우산이 필요한가'를 판단하는 단순 일회성 소비에 그쳤다. 그러나 기상정보의 활용 가치 향상과 사회 각 분야에서의 이용 활성화, AI(인공지능)와 데이터 분석 기술의 발전에 따라 기상기후데이터는 다양한 서비스와 결합·재활용되는 정보로 진화했다. 기상정보는 배달·물류 플랫폼, 스마트쉼터 냉난방, 실외 광고판 등 생활·편의시설을 좌우하는 '도시의 보이지 않는 인프라'가 됐다. 폭염 속 더위를 피할 수 있는 버스정류장 스마트쉼터, 건물의 냉방 자동 조절 에너지 관리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이제는 '기상청이 날씨를 알려준다'가 아니라 '기상기후데이터가 세상 곳곳에서 일한다'는 표현이 더 알맞다. 기상청이 지난해 공공데이터 개방 플랫폼을 통해 제공한 기상정보 API 이용 건수가 50억건을 돌파했다. 공공기관, 기업, 개인 등 사용자 유형도 다양하다. 레고 블록처럼 같은 데이터를 각자의 방식으로 융합해 전혀 다른 결과물을 만들어 내고 있다.
민법에 유류분 반환 제도가 도입된 것은 남아선호 사상이 강하던 1977년쯤이다. 부모들이 맏아들 위주로 재산을 물려주자 효도를 다 하고서도 아무것도 받지 못한 딸들에게 그 법정상속분의 2분의 1만이라도 유류분으로 인정해 주기 위한 배경이 상당 부분 작용했다. 유류분 반환 제도는 고인(피상속인)이 생전에 특정 또는 일부 상속인에게만 재산을 남겼더라도, 남은 법정 상속인이 최소한의 상속재산을 받도록 법률로 강제해 보장하도록 한다. 그러나 현대사회에 이르러선 상속의 양상이 매우 달라졌다. 부모들도 단순히 성별에 따라 증여나 유증을 결정하지 않는다. 누가 나를 돌보았는지, 누가 내 사업이나 가계에 보탬이 됐는지, 누가 효도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한마디로 부모는 부모에게 잘 한 사람에게 증여나 유증을 한다. 부모도 패륜적인 행동을 하거나 연락을 끊고 사는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주지 않는다. 상속의 추세가 바뀌었음에도 그동안 유류분에 관한 민법 규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3월 헌법재판소의 결정 이후 개정된 민법에 따르면 유류분 제도에도 상당한 변화가 생겼다.
보이스피싱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해 금융회사가 잘못이 없더라도 피해를 보상하도록 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논의 중이다. 최근 보이스피싱은 AI 등을 활용해 갈수록 수법이 교묘해지고 있어 일반 국민이 피해를 예방하는 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피해자를 보다 신속하고 두텁게 보호해야 한다는 입법 취지에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금융회사 역시 이상거래 탐지와 지급정지 등 피해 예방과 회복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다만 금융소비자 보호의 궁극적인 목적은 금융회사에 책임을 묻는 것 자체가 아니라 피해자를 신속하고 실질적으로 구제하는 것이다. 피해자를 보호하는 방법이 금융회사 중심의 '무과실 책임' 제도여야 하는지, 아니면 보다 지속가능한 피해구제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한지는 별개로 검토해야 한다. 보이스피싱은 금융회사만의 노력으로 막을 수 있는 범죄가 아니다. 사기범은 전화·문자·메신저·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피해자를 속이고, 마지막 단계에서 금융계좌로 피해자금을 빼낸다. 통신망과 플랫폼은 범죄가 이루어지는 경로이고, 금융회사 계좌는 자금의 이동 통로이며, 정부는 개인정보 보호와 수사를 담당한다.
주거정책에서 두 개의 '중간'이 사라지고 있다. 하나는 저소득층과 자가 보유층 사이의 집 없는 중산층이고 다른 하나는 저층 단독주택과 고층 아파트 사이의 중층·중소 규모 주택이다. 전자는 치솟는 주거비에 흔들리고 후자는 비아파트 시장 위축으로 새로 지어지지 않는다. 사람의 중간과 주택의 중간이 동시에 무너지는 것이다. 이는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세계적으로 임차수요는 늘고 중산층은 줄어들면서 주거비 부담이 소득사다리 위쪽으로 번지고 있다. 일정한 소득이 있어도 임대료를 내고 나면 식비·의료비·교육비·저축과 노후 준비에 쓸 돈이 부족하다. 공공의 지원을 받기에는 소득이 높고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살거나 집을 사기에는 자산이 부족한 사람들이다. 주거정책의 첫 번째 '사라진 중간'이다. 한국에서는 고금리, 보증금 마련의 어려움, 임대인의 월세 선호, 전세대출 제약이 맞물리며 월세화가 빨라지고 있다. 2026년 1~5월 전국 전월세 거래의 월세 비중은 68. 6%, 서울은 70%, 비아파트는 81%에 달했다.
산업통상부는 최근 여천NCC,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DL케미칼이 참여하는 '여수 1호 석유화학 사업재편 계획'을 승인했다. 지난 2월 대산에 이어 국내 최대 석유화학 생산거점인 여수에서도 구조개편이 본격화된 것이다. 이번 사업재편은 단순한 설비 감축이나 기업 간 통합을 넘어서는 의미를 가진다. 과거의 구조조정이 개별 기업의 부실과 도산이 현실화된 이후 사후적으로 이루어졌다면, 이번에는 기업의 위기가 현실화하기 전에 스스로 설비와 사업 구조를 조정하고 정부가 이를 뒷받침하는 선제적 구조개편에 나섰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특히 단일 업종 전체를 대상으로 기업의 자율적인 자구 노력과 정부의 전략적 조정이 유기적으로 결합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업은 뼈를 깎는 자구노력에 나서고, 정부는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정하며 금융·세제·연구개발 등 필요한 수단을 통해 산업의 전환을 촉진한다. 이는 '유능한 개혁'의 정석이라 할 만하다. 현재 석유화학산업이 직면한 위기는 일시적인 경기 불황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로봇이 축구를 하고 휴머노이드 로봇이 계단을 오르는 월드컵 광고 영상이 화제다. 화면 속에서나 보던 똑똑한 인공지능 로봇이 이제 우리 곁으로 걸어 나오는 '피지컬 AI'(Physical AI)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챗봇이 말로 답한다면 피지컬 AI는 행동으로 우리의 일상을 돕는다. 그런데 우리가 흔히 놓치는 게 있다. 피지컬 AI의 진짜 승부처는 로봇 관절의 정교함이나 모터의 힘이 아니다. 로봇이 세상을 읽고 안전하게 움직일 수 있게 만드는 '공간정보'(지도)에 있다. 왜 공간정보가 중요한가? 로봇의 본질은 결국 현실 세계에서의 '이동'과 '노동'이기 때문이다. 사람에게는 익숙한 '서울역 2번 출구'가 자체 센서만 믿고 움직이는 로봇에게는 혼란스러운 미로가 될 수 있다. 아무리 뛰어난 로봇이라도 철저한 준비 없이 현실에 던져지면 길 잃은 초행길 여행자가 되고 만다. 로봇이 현실에서 안전하게 작동하려면 3차원 고정밀 공간정보와 이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지능형 데이터가 필수적이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공간정보 AI 대전환'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인공지능 전환(AX·AI Transforamtion)의 필요성을 논하는 단계는 지났다. 이제는 얼마나 빠르게 현장에 적용하고 무엇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답해야 할 때다. 특히 우리 경제의 뿌리인 중소기업의 AI 전환은 국가적 생존 과제다. 성공적인 AX를 위해 거대 담론보다 구체적인 실행 전략이 시급하다. '실행·지원·안전망'의 관점에서 세 가지 방안을 고려할 만하다. 먼저 실행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개별 기업 단위의 접근을 넘어 업종별 협동조합 중심의 AI 확산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대기업과 달리 자금과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독자적으로 AI 과제를 발굴하고 도입하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각자도생식으로 AI를 도입하면 중복 투자가 발생하고 시행착오도 길어질 수밖에 없어서다. 유사한 공정과 비즈니스 모델을 공유하는 협동조합이 공통 AI 과제를 발굴하고 개별 중소기업이 각각의 환경에 맞게 적용하는 방식이 훨씬 효율적이다. 이런 공동 대응은 도입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고 업종별 특화 데이터의 축적과 활용을 가능하게 해 AX의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풍년을 바라는 농부는 벼가 익기도 전에 낫부터 들지 않는다. 뿌리를 내리고 비와 바람을 견디며 충분히 자랄 시간이 있어야 비로소 풍성한 결실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혁신기업도 다르지 않다. 기술을 키우고 시장을 개척하는 시간은 눈에 잘 드러나지 않지만 그 시간이 쌓여 기업은 성장하고 투자자는 결실을 얻는다. 코스닥시장은 이러한 혁신기업의 성장을 위해 만들어진 시장이다. 기술특례상장과 테슬라 요건 역시 현재의 규모보다 미래의 가능성을 먼저 평가하자는 취지다. 혁신기업에게 필요한 것은 단기 성과를 재촉하는 시장이 아니라 성장의 시간을 기다려주는 시장이다. 현재 코스닥 혁신기업들은 두 가지 문제에 직면해 있다. 하나는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상장폐지 요건을 강화하기로 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 기준의 적용 시기까지 앞당기면서 기업들의 준비기간을 크게 줄인 것이다. 상장폐지 제도는 본래 부실기업을 솎아내 시장의 규율을 세우기 위한 장치다. 그러나 그 실질적 비용은 책임져야 할 경영진이 아니라, 아무 잘못 없이 주식을 보유하고 있던 일반주주에게 고스란히 전가된다는 데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2025년 출범한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 골격은 분명하다. 대출 규제 강화,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그리고 보유세 인상 카드까지 한마디로 수요 억제 일변도다. 6·3 지방선거를 전후로 숨을 고르던 시장이 다시 들썩이자 정부는 미뤄두었던 보유세 강화를 본격적으로 꺼내 들고 있다. 문제는 지금 시장이 단순한 수요 과열이 아니라는 점이다. 강남 3구와 한강벨트는 지난해 이후 보합 국면이지만 노원, 강북, 관악 등 실수요 지역과 화성·동탄·평택 반도체 벨트는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상승은 투기보다 실거주 수요와 산업 입지가 결합된 구조적 흐름에 가깝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세법 개정을 통해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60%에서 80% 이상으로 올리고 세율까지 추가 인상 방안을 검토하는 점은 우려스럽다. 2026년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전국 평균 9. 16%, 서울 18. 67% 올라 5년 만의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공시가격 상승만으로도 보유세 부담은 자연 증가하는데 여기에 비율과 세율을 함께 올리면 부담은 한층 가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