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 유통기한 지난 세제

[우보세] 유통기한 지난 세제

세종=박광범 기자
2026.10.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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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서울 남산에서 아파트 단지가 보이고 있다./사진제공=뉴스1
서울 남산에서 아파트 단지가 보이고 있다./사진제공=뉴스1

건건이 충돌하기만 하던 여야가 모처럼 같은 목소리를 내는 이슈가 있다. '유통기한이 지난 세제' 이야기다. 제도를 설계한 이후 시간이 많이 흘러 물가와 자산 가치가 크게 올랐는데도 과세 기준은 몇십 년째 그대로라 사실상 '스텔스 증세'가 이뤄지고 있는 현실의 문제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광재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이 포문을 열었다. 이 위원장은 유통기한이 지난 세제를 뜯어고치자며 '과세기준 현실화 촉구 결의안'을 대표발의했다. 사실상 민주당 당론이다. 공동발의자로 같은 당 소속의 한병도 원내대표, 조승래 재정경제기획위원장, 오기형 재경위 간사, 정태호 예결위 간사 등 관련 입법 과정의 핵심 인물들이 모두 포함됐기 때문이다.

야당도 응답했다. 각종 세제 법안을 담당하는 국회 재경위 소속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소득세·상속세·양도세 등 주요 세제를 국민소득 증가와 물가 상승에 맞춰 확 뜯어고치자고 화답한 것이다.

유통기한이 지난 세제는 켜켜이 쌓여 있다. 상속세가 대표적이다. 1997년 도입된 상속세 일괄공제(5억원)와 배우자 공제(5억~30억원)는 29년째 그대로다. '1% 부자'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상속세가 '중산층 세금'으로 전락한 이유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해 9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집 주인이 사망하고 가족이 남았는데, 집이 10억원이 넘으면 세금을 내야 한다"며 "돈이 없으면 집을 팔고 떠나야 하는데 너무 잔인하다"고 말했을 정도다.

실제 지난해 서울의 사망자 5만2592명(잠정) 중 상속세 과세 대상은 8383명(15.94%)이다. 대략 서울에서 사망한 6명 중 1명은 상속세 과세 대상이 됐단 의미다. 2010년 4.12%였던 서울의 상속세 과세 비율은 15년 새 4배 가량 증가했다.

근로소득세 과세표준도 유통기한이 훌쩍 지났다. 소득세는 과세표준 구간별로 세율을 적용해 부과하는데, 2008년 전체적인 조정 이후 구간별 조정만 이뤄진 상황이다. 특히 고소득층 구간은 세분화하는 방식으로 여러 차례 변화를 줬지만, 과표 8800만~1억5000만원 구간은 18년째 그대로다. 이 대통령이 과거 "월급쟁이는 봉인가"라고 지적한 배경 중 하나다.

시대가 바뀌었는데도 과거의 기준에 머물러 있는 제도는 그 자체로 또 다른 사회적 폐해를 낳는다. 부의 양극화를 완화하기 위해 도입된 상속세가 중산층에까지 위협이 된다는 것은 더 이상 제도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정치권이 모처럼 한목소리를 내고, 반도체 기업 호황으로 세수 여력이 충분히 확보된 바로 지금이 해묵은 세제를 현실에 맞게 손볼 수 있는 골든타임이다.

 /사진=박광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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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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