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숲으로 가는 길, 임도의 새로운 기준

박은식 산림청장
2026.10.27 10:51
/사진제공=산림청

고속도로는 도시와 지역을 연결해 사람과 물자가 필요한 곳에 이를 수 있도록 한다. 농로는 농부의 손길이 논밭에 닿게 하고, 정성껏 수확한 먹거리가 우리의 식탁에 오르도록 돕는다. 소방도로는 화재와 재난이 발생했을 때 구조 인력과 장비가 신속히 현장에 도착할 수 있게 한다. 이처럼 길은 단순히 오가는 공간이 아니다. 사람과 삶, 생산과 소비를 연결하고 위기의 순간에는 생명을 지키는 기반이다.

산림에도 이와 같은 역할을 하는 시설이 있다. 바로 임도이다. 임도는 나무를 심고 가꾸는 작업을 돕고, 산림재난에 대응하는 인력과 장비가 현장에 신속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 목재의 생산과 운반을 원활하게 해 산림자원의 선순환과 탄소중립에 기여하고, 산촌의 생활 여건을 개선하며 국민의 산림휴양 활동도 뒷받침한다. 임도는 산림을 체계적으로 경영하고 그 가치를 높이는데 필요한 핵심 기반시설이다.

특히 산림재난에 대응할 때 임도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산불 현장에서는 진화 인력과 장비의 접근성을 높여 초기 대응과 진화 활동을 지원하고, 헬기 투입이 어려운 야간에는 지상 진화의 기반이 된다. 산림병해충 피해를 조사하고 산사태 위험지역을 점검하거나 재난 발생 후 피해를 복구할 때도 임도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길이 없으면 위기의 순간에 숲을 지킬 수 없다.

이처럼 임도가 산림경영과 재난 대응에 필수적인 시설인 만큼 조성과 관리에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임도는 필요한 곳에 적정한 규모로 조성하는 동시에 환경과 안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조성해야 한다. 산림경영과 재난 대응에 도움이 되고 안전하게 시공·관리할 수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임도의 확충과 환경보전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 과학적인 검토와 세심한 설계, 지속적인 관리가 뒷받침된다면 산림의 기능을 높이면서 자연환경도 지켜나갈 수 있다.

산림청은 이러한 원칙에 따라 임도 정책의 무게중심을 양적 확충에서 안전과 품질, 책임 있는 관리로 전환하고 있다. 임도 노선을 정할 때는 산림경영과 재난 대응뿐 아니라 지형과 토질, 수계, 생태적 특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다. 전문가와 주민의 의견을 듣고 타당성을 면밀히 살피며 환경 훼손이나 안전 문제가 우려되는 곳은 노선을 조정하거나 다른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

기후위기로 집중호우와 극한 강우가 잦아지면서 임도의 재해 안전성 확보는 더욱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많은 비가 내릴 때 배수가 원활하지 않으면 노면이 유실되고 사면이 붕괴하는 등 더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배수시설과 교량, 암거 등 주요 구조물이 집중호우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기준을 면밀히 검토하고 안정성 검토를 강화하고 있다. 단순히 이용하기 편리한 시설을 만드는데 그치지 않고 기후변화로 인해 커지는 재해 위험까지 고려해 처음부터 안전성을 확보하겠다는 뜻이다.

임도는 준공했다고 해서 관리가 끝나는 시설이 아니다. 조성 이후에도 지속적인 점검과 보수가 뒤따라야 제 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 우기 전에는 배수시설과 사면, 노면 상태, 낙석 위험 등을 꼼꼼히 살피고 이상이 발견되면 신속히 보수해야 한다. 노후 임도 역시 시설 상태와 위험도를 고려해 구조를 개선하고 안전성을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 조성 단계부터 유지관리까지 책임 있게 관리할 수 있도록 관련 체계와 예산, 인력을 지속적으로 확충해야 한다.

숲은 우리 세대만의 것이 아니다. 오늘의 산림관리 방식은 미래 세대가 물려받을 숲의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렇기에 임도는 필요한 곳에 제대로 조성하고 만드는 과정에서 환경과 안전을 세심하게 살피며 완공 후에는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사람의 손길이 숲 구석구석 닿도록 하면서도 자연의 흐름과 조화를 이루는 것, 산림의 가치를 높이면서 국민의 안전과 미래세대의 숲을 지키는 것, 이것이 대한민국 임도가 지향해야 할 새로운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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