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국정감사 유감…검증과 폭로 사이

[기자수첩]국정감사 유감…검증과 폭로 사이

조성준 기자
2026.10.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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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국익과 기업을 생각했다면, 따로 불러서 보고를 받았어야죠."

지난 12일(현지시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주미한국대사관 국정감사를 마친 뒤 한 외교부 당국자가 기자에게 한 말이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이날 강경화 주미한국대사에게 중국의 제재 가능성을 우려해 미국 유력 방산기업과의 거래 협의를 중단한 한국 대기업 문제를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제기했는지 물었다.

외교 현안은 공개적인 논의보다 물밑 조율이 필요한 경우가 적지 않다. 외교기밀이 아니더라도 민감한 사안이 공개되는 순간 협상의 여지가 좁아지고, 외교적 갈등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사안은 실제 피해가 확인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의 발언에는 민감한 현안을 공개적으로 질의하는 방식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다.

이번 국감에선 자료 공개를 둘러싼 논란도 불거졌다. 지난 7일 박진영 대통령 직속 대중문화교류위원회 공동위원장이 증인으로 출석해 관심이 쏠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어느 국회의원이 위원회와 JYP엔터테인먼트 간 계약서 일부를 화면에 띄웠다. 비공개 열람을 전제로 제공된 자료를 공개한 것이 적절했는지를 두고 여야가 충돌했고, 국감은 파행을 빚었다.

국감은 정부 정책과 행정의 문제점을 밝혀내고 잘못을 바로잡기 위한 헌법적 절차다. 비공개 자료라는 이유만으로 기관 운영과 정책에 대한 검증을 피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검증의 필요성이 모든 정보의 공개를 정당화하는 것도 아니다. 문제를 확인하고 시정을 요구하는 일과 민감한 정보를 공개하는 일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특히 상대국이 있는 외교 현안이나 기업의 이해관계가 걸린 사안이라면 공개 질의와 비공개 보고의 장단점을 함께 따져야 한다.

날카로운 질의와 적극적인 문제 제기는 국정감사의 중요한 기능이다. 다만 공개적인 검증이 언제나 최선의 방식인 것은 아니다. 국감의 성과는 얼마나 큰 관심을 끌었느냐보다 얼마나 구체적인 문제를 밝혀내고 실질적인 개선으로 이어갔느냐로 평가받아야 한다. 민감한 정보가 공개됐다는 사실 자체가 논란이 되거나, 반대로 비공개를 이유로 잘못이 가려지는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 국감이 정부의 잘못을 바로잡고 대책을 마련하는 본래의 역할에 충실하길 기대한다.

조성준 기자 /사진=조성준
조성준 기자 /사진=조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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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준 기자

외교부, 통일부, 국방부, 국정원, 보훈부를 출입합니다. 외교·안보의 세계를 들여다보며 쉽고 재미있게 현안을 전달하기 위해 매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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