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써봤냐"던 이재용 회장…AI시대에 던지는 질문

"아이폰 써봤냐"던 이재용 회장…AI시대에 던지는 질문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2026.10.27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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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희의 思見(사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취임 4주년에 부쳐

/사진제공(뉴시스)=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30일 서울시내 한 치킨집에서 '치맥회동'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10.30
/사진제공(뉴시스)=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30일 서울시내 한 치킨집에서 '치맥회동'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10.30

오늘(27일)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취임 4주년이다.

이 회장이 삼성의 경영 전면에 나선 것은 이건희 선대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2014년부터다. 하지만 정식으로 회장직에 오른 것은 선대회장이 타계한 지 2년이 지난 2022년 10월 27일이었다.

와병 초기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에게 이 부회장(당시 직급)의 회장 취임이 늦어진 이유를 물은 적이 있다. 최 실장은 "이 부회장이 회장님이 아직 병상에 누워 계신데 그렇게 하는 것(회장에 취임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라며 고사했다고 전했다. 선대회장 타계 후에도 "다른 시급한 일이 많은데 서두를 이유 없다"며 취임을 미뤘다.

이 부회장이 회장직 취임을 더 미루지 않은 것은 위기를 감지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회장에 오른 이날은 3분기 실적 발표일이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30%가량 감소한 부진한 실적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취임'이라는 네 줄짜리 짤막한 보도자료를 냈다. 글로벌 대외 여건 악화 속에서 △책임 경영을 강화하고 △경영 안정성을 높이며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 이사회에서 회장 승진을 의결했다는 내용이었다.

별도의 취임 행사도, 취임사도 없었다. 대신 이 회장은 사내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안타깝게도 지난 몇 년간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새로운 분야를 선도하지 못했고, 기존 시장에서는 추격자들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라며 위기감을 드러냈다. 실제로 이듬해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은 14조원 이상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이 회장 취임 후 4년, 삼성전자는 AI 반도체 시장의 급성장 속에 지난 3분기 영업이익 107조원 시대라는 극적인 반전을 맞았다. 이 회장 취임 직후인 2022년 11월 등장한 챗GPT를 계기로 생성형 인공지능(AI)이 확산하면서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찾아온 덕분이다.

이 성과에는 지난 4년간 이 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도 한몫했다. 물론 삼성전자의 기술력이 뒷받침됐지만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의 '치맥 회동'은 삼성전자의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협력의 물꼬를 텄고,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는 차세대 자율주행 칩(AI6) 파운드리 계약을 이끌어냈다.

이 밖에도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등이 '삼성전자 1호 영업사원'인 이 회장이 사업 협력을 모색해온 글로벌 인사들이다.

이들과 만나 사업의 문을 열고 장기적인 협력 관계를 만드는 데는 결국 기술과 제품의 경쟁력이 중요하다. 그러나 이 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도 무시할 수 없다. 글로벌 인맥을 통해 세상의 변화를 감지하고 위기를 극복할 실마리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07년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한 후 이 회장(당시 최고고객책임자·CCO 전무)에게 '아이폰이 휴대폰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것'이라는 사실을 일깨운 것도 글로벌 네트워크였다.

(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삼성전자의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 Z 폴드8 울트라·폴드8·플립8 공식 출시일인 7일 서울 서초구 삼성 강남 갤럭시스토어에서 시민들이 새로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이번 신제품은 대화면 기반의 폴드8 울트라, 가로 폭을 넓힌 신규 폼팩터 폴드8, 휴대성을 높인 플립8로 구성됐다. 2026.8.7/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삼성전자의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 Z 폴드8 울트라·폴드8·플립8 공식 출시일인 7일 서울 서초구 삼성 강남 갤럭시스토어에서 시민들이 새로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이번 신제품은 대화면 기반의 폴드8 울트라, 가로 폭을 넓힌 신규 폼팩터 폴드8, 휴대성을 높인 플립8로 구성됐다. 2026.8.7/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2009년 중반쯤의 일이다. 이 회장은 미국 최대 통신사인 버라이즌의 CEO를 비롯한 통신사 경영진을 만난 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임원 20여 명과 회의를 했다.

이 회장은 이 자리에서 "최근 미국 이동통신사 CEO들을 만났는데 모두가 '아이폰!, 아이폰!' 하는데 분위기가 이상하다. 여기 임원들 중 아이폰 쓰시는 분 계신가요?"라고 물었다. 그 자리에 있던 누구도 손을 들지 않았다.

이 회장은 그 자리에 있던 구매 담당자에게 "여기 있는 임원 모두에게 내일 당장 아이폰 1대씩 사주세요! 어떻게 경쟁사 제품을 사용해보지도 않고 경쟁사를 이길 수 있겠습니까"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 이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는 피처폰 중심에서 스마트폰 중심으로 사업 조직을 전면 개편했다. 수익을 내던 피처폰의 연구개발 인력도 스마트폰으로 완전히 전환 배치했다. 옴니아(MS 윈도 CE)에서 갤럭시(구글 안드로이드 OS)로 전환한 뒤 삼성전자는 휴대폰 시장 세계 1위에 올랐다.

경쟁사의 제품을 직접 써보라고 했던 2009년의 문제인식과 해결방식은 지금도 유효하다. 이 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는 시장 변화를 읽고 사업의 문을 여는 데 도움을 준다. 그러나 AI 시대의 승패는 그 기회를 실제 기술과 제품의 경쟁력으로 바꾸는 데 달려 있다.

빌 게이츠 MS 창업자의 말처럼 지금은 '원숭이'에서 '인간'으로의 진화에 버금가는 AI 격변기다. 여기서 살아남으려면 이 회장의 취임당시 말처럼 세상에 없는 기술을 만들어내고 인류사회를 풍요롭게 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세계를 열어가는 더 큰 혁신이 필요하다.

4년 전 이 회장은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은 엄중하고 시장은 냉혹하다. 돌이켜 보면 위기가 아닌 적이 없다.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2009년 때처럼 시장을 읽었다면 조직이 달라져야 하고, 조직이 달라졌다면 제품과 기술이 달라져야 한다. 이는 AI 시대에도 마찬가지다. 분기 영업이익 100조원에 취할 때가 아니다. 지금 삼성에 필요한 것은 호황을 누리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없는 기술로 다음 세상을 먼저 여는 능력이다.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국장대우)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국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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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기자의 생명은 현장에 있다' 머니투데이 산업1부 선임기자(국장대우)입니다. 추천도서 John Rawls의 'A Theory of Just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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