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10개 만들기' 사업에서 탈락한 6개 지역거점국립대학(지거국)은 선정 대학과의 경쟁력 격차가 갈수록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선정된 3개 대학에는 학교당 연간 최대 1000억~1100억원 안팎의 재정이 5년간 집중 투입되는 반면 미선정 대학의 지원금 증액 규모는 학교별로 연간 300억~400억원 수준에 그쳐서다.
2일 교육부에 따르면 '서울대 10개 만들기' 사업의 패키지 지원 대상으로 부산대·전남대·충남대가 선정됐다. 나머지 경북대·강원대·충북대·전북대·경상국립대·제주대는 지난 7월 사업계획서를 제출했지만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못했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지거국 9곳에 재정을 지원해 서울대학교 수준의 경쟁력을 가진 우수 대학을 전국에 10개 만들겠다는 정책이다. 교육부는 지난 4월 국정과제였던 서울대 10개 만들기 계획을 전면 수정하고 지거국 3개를 집중 육성하는 방안을 내놨다.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투자하기 위해서다.
교육부는 선정 대학에 학교별로 올해 총 900억~1000억원을 지난해보다 추가 지원한다. '브랜드 단과대학 설립'에 400억원, '인공지능(AI) 거점대학' 사업에 100억원을 투입하고 '대학 성장 브릿지 구축' 사업에 200억~300억원, 5극3특 공유대학 사업인 '지역혁신 허브화 인센티브'(앵커)에 200억원을 각각 지원한다.
내년부터 2030년까지는 3개 대학에만 첨단분야 혁신융합대학(COSS) 예산으로 100억원이 추가 배정돼 총 지원금이 학교당 최대 1100억원까지 늘어난다.
반면 미선정 대학은 대학 성장 브릿지 구축 사업과 앵커 사업만 지원받아 올해부터 2030년까지 연간 총 300억~400억원 수준의 재정을 추가로 확보하는 데 그친다. 이 중 성장 브릿지 사업은 성과평가 결과에 따라 지원 규모가 200억~300억원 범위에서 차등 지급된다. 앵커 사업 예산으로는 선정 대학보다 매년 100억원 적은 금액을 지원받는다.
사업 기간이 5년인 만큼 지원 규모의 차이는 장기간 누적될 예정이다. 선정 대학은 사업 기간 최대 5400억원의 재정을 확보할 수 있지만 미선정 대학은 받을 수 있는 지원금이 적게는 1500억원, 최대 2000억원 수준에 머문다. 단순 계산으로도 대학별 지원 규모가 최대 3900억원까지 벌어질 수 있다.
이번 사업이 지역·산업계(기업)·대학·연구기관 협력의 허브를 육성하는 패키지 지원이라는 점도 미래 경쟁력을 크게 좌우할 요인으로 꼽힌다. 기존 재정지원사업과 달리 학부·대학원·연구소를 아우르는 투자인 만큼 연구 역량과 학생 유치 경쟁력, 지역혁신 기능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지거국의 고질적인 과제로 꼽히는 우수 교수진 확보 문제에서도 격차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선정 대학은 브랜드 단과대학 설립 사업을 통해 성과에 따라 파격적인 보상을 제공하는 '특성화 교원 트랙'을 운영할 수 있다. 현재 지거국 교수는 공무원 신분이어서 연구 성과에 따른 보상 체계가 제한적이지만 선정 대학은 적절한 보상을 보장할 수 있을 전망이다.
사업 종료 시점에 지거국 간 서열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추후 미선정 대학들의 지원 확대 요구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가 당초 '서울대 10개 만들기' 구상을 수정해 3개 지거국을 우선 집중 육성하겠다고 발표했을 때도 지거국 총장들은 미선정 대학의 경쟁력 약화를 예상하며 지원 확대에 목소리를 냈다. 당시 전북대는 "2026년 3개교, 2027년 3개교, 2028년 3개교를 순차 선정하거나 2027년부터 6개교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그러나 지난 1일 브리핑에서 "미선정된 6개 대학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단순히 몇 개 더 늘리겠다는 답변을 드리긴 어렵다"며 "국회의 정부 예산안 심의 과정 등에서 추가 지원 여부나 규모를 논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패키지대학 3곳이 긍정적인 효과를 보이면 이를 모델로 지원이 확산될 것이라고 밝혔으나 언제, 어떻게 평가하겠다고 밝힌 적은 없다.
효과성을 따져 집중 지원하다보니 대기업, 정부출연기관 등이 이미 모여있는 지역이 유리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교육부는 선정 방식도 대학별 평가항목을 나눠 점수화해 순위를 매긴 것이 아니라 지역의 기존 산업 기반과 기업의 이전·투자 가능성, 정부 정책과의 정합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대상 대학을 정했다고 밝혔다. 최 장관은 "선정 과정에서 지역에 대한 안배는 없었다"며 "학생을 길러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지역에 취업하고 정주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