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닥터'는 서울시민의 특권?…주소인증 추가되나

정세진 기자
2026.09.02 04:02

민주 시의원, 혜택대상 축소 조례발의…사실상 주거민만
市 "비거주 직장인·자영업자 등 생활인구 차별소지 우려"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이 오세훈 서울시장의 주요 정책인 '손목닥터9988'의 정책 수혜대상을 서울에 주소를 둔 시민으로 제한하는 조례를 발의했다. 서울시는 "서울에서 생활하는 직장인과 자영업자, 학생 등도 시에 소비세 등을 납부한다"며 "차별의 소지가 있다"며 반대했다.

1일 이병도 민주당 시의원(은평2)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에 따르면 서울 소재 직장인과 자영업자, 대학(원)생을 신체활동 장려사업 대상에 포함하는 조항과 이들에게 참여실적에 따른 혜택을 지원하는 근거조항을 각각 삭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사실상 손목닥터9988의 포인트 혜택을 서울에 주소를 둔 시민에게만 제공하기 위한 조치다.

손목닥터9988은 연간 약 548억원의 예산을 들여 서울시민이 걷기 등 건강활동을 하면 시가 포인트를 지급하는 사업이다. 하루 8000보 이상 걸으면 100포인트를 지급하는데 포인트는 서울페이머니로 전환해 약 24만개의 서울 내 소상공인 가맹점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다. 지난달말 기준 손목닥터9988의 누적 가입자는 294만2463명이다. 이 중 서울시민 외 참여자는 7.3%(21만4486명)다. 올해 7월까지 포인트의 총적립액은 313억원 규모인데 이 중 6.5%(20억원)를 서울시민 외 참여자가 적립했다.

이 의원은 "현금성 지원을 하는 사업인데 사업대상에 생활인구까지 포함하는 것은 굉장히 이례적"이라며 "취약계층을 한정해 지원하는 꼭 필요한 사업도 아닌데 생활인구를 포함하는 것은 가입자를 늘리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조례를 개정해 이용자들이 주소를 인증하도록 해 사업을 체계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가입자 294만여명 중 주소를 인증하지 않은 이용자는 40만명에 달한다. 이와 별도로 21만명은 대학, 직장 등이 서울에 있음을 인증해 혜택을 받은 생활인구 참여자다. 서울시는 손목닥터9988의 포인트 지급대상을 서울에 주소를 둔 시민으로 한정하는 것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납세자라면 누구나 정책의 혜택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자영업자, 직장인 등 서울의 생활인구가 소비활동을 하면서 내는 부가가치세의 23.5%는 지방소비세로 분류돼 서울시 세입이 된다. 직장인의 경우 원천징수할 때 지방소득세도 납부한다.

서울페이머니가 서울 소재 소상공인 가맹점에서만 쓸 수 있는 결제수단이라는 점도 반대의 이유다. 가입자가 늘어 포인트 사용량이 증가하면 지역상권 매출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시는 이 의원의 개정안이 시의회 본회의의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주시한다. 이 의원은 지난 11대 시의회에서도 손목닥터9988의 지원대상을 서울에 주소지를 둔 시민으로 제한하는 조례안을 냈으나 상임위에서 보류됐다. 당시 시의회의 다수당은 국민의힘이었지만 지난 '6·3 지방선거' 후 다수당이 민주당으로 바뀌면서 오 시장의 재의요구권(거부권)도 무력화할 수 있어 단독으로 조례개정이 가능하다.

시 관계자는 "시민의 인권기본조례 등에서도 그 대상에 생활인구를 모두 포함한다"면서 "손목닥터9988의 혜택 대상에서 제외하면 세금은 납부하고 혜택은 못 받아 오히려 차별의 소지가 있다"고 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